logo

오너 리스크, 이사회 역할은

방시혁 의장 빈자리, 이사회가 메울 수 있을까

②창업자·최대주주 영향력 막강, 거버넌스 완벽 기하려면 의장직 사퇴 주장도

이돈섭 기자

2025-07-18 16:14:37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지만, 여전히 오너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기업은 상당수다. 이사회는 리스크를 방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유일무이한 기구다. theBoard는 다양한 오너 리스크 속 각 기업 이사회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대안을 모색해본다.
최근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국내 기업으로는 하이브가 대표적이다. 방시혁 이사회 의장이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불공정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 의장의 경영 부재 가능성까지 거론하곤 하는데, 이 경우 하이브 이사회가 방 의장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수년 간 하이브 거버넌스는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당장의 오너 리스크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방시혁 의장 영향력 막강…기업가치 타격 불가피

최근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하이브 상장 추진 당시 상장 계획을 속여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다. 현행법상 관련 위반에 따른 이익 또는 회피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 혹은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방 의장의 하이브 지분은 31.57%. 17일 종가(보통주 한 주당 27만500원) 기준 방 의장 지분 가치는 3조5600억원에 육박한다.

시장에서는 방 의장의 검찰 고발이 하이브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방 의장이 202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이사회 의장직만 맡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 최대주주이고 이사회에 여전히 참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 그의 사법 리스크가 기업 가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일 하이브 주가는 장중 5% 이상 급락했다.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방 의장이 여전히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그가 최대주주로 등기이사 선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ESG 관련 컨트로버시(심각한 사건 사고)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에는 ESG 점수가 차감될 것이 확실한데, ESG 등급이 실제 떨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차감 정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하이브 ESG 등급을 B+(양호)로 책정했다.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그 여파는 더 커질 수 있다. 2021년 이사회 의장 선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방 의장의 이사회 출석률은 연 평균 71.7%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장사 JYP 최대주주 박진영 사내이사가 같은 기간 출석률이 제로에 가까웠던 점과 대비된다. 방 의장이 의장으로 재직한 최근 4년 간 하이브는 미국 미디어 기업 이타카를 비롯해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 미국 힙합 레이블 QC미디어 등을 인수했다.

하이브 정관상 이사회 의장에게는 이사회 소집 권한이 주어졌을 뿐이지만, 최대주주 영향력에 기반한 방 의장의 장악력은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활동에 어떤 지장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주주와 투자자, 파트너사 등에 방 의장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하이브에 상근하고 있는 방 의장은 지난해 10억원에 가까운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사회 장치 강화하려면 방 의장 결단 필요" 주장도

문제는 하이브 이사회가 오너 리스크에 대응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사회 산하에 오너 리스크를 다룰 수 있는 조직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꼽힌다.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구축하는 이 위원회에는 이미경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이상승 사외이사와 이재상 하이브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미경 이사는 환경재단 대표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상승 이사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위는 2023년 컴플라이언스실 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는 윤리헌장을 제정하고 윤리강령을 재정립하기도 했다. 이미경 위원장이 위원으로 활동하는 보상위원회에서는 방 의장 성과 지표에 지속가능경영 평가 요소를 새롭게 포함시키도 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방 의장의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오너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이사회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보다 완벽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방 의장의 이사회 참여가 제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거버넌스 평가기관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을 견제 감독하는 이사회 역할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해야 하는데, 최대주주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경우 자칫 전체 주주 이익을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오너 리스크가 불필요하게 이사회 전체로 번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 오너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는 미흡한 편이다. 하이브는 COO(최고소통책임자) 산하 리스크관리(RM)실을 설치하고 그 밑에 전사 리스크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 마련에 주력하는 기업RM팀을 뒀지만 사후 대응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해당 리스크 관리 조직이 CEO 지휘 아래 놓인 만큼 거버넌스 상으로 오너 리스크를 직접 취급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뜻이다.

하이브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 등 10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하이브 정관은 이사회 규모를 최소 3명 최대 13인으로 꾸리고 사외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를 차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현 사외이사 5명 임기는 내후년부터 차례로 도래하기 때문에 당장 이사회가 개편될 가능성은 작다. 지난해 theBoard가 평가한 하이브 이사회 점수는 255점 만점에 159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