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안전책임자(CSO)의 직급은 안전의 경영상 우선순위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CSO 직급이 높고 이사회 영향력이 클수록 예산과 인사 등 핵심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이 강하고 독립적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서다. 법조계에서 고위 임원이 CSO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건설사마다 CSO의 직급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CSO의 직급이 가장 높은 기업은
HDC현대산업개발로 각자 대표이사가 안전경영을 총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은 CSO가 미등기임원인 데다 직급이 상무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HDC, CSO 각자대표로…부사장급·사내이사 ‘눈길’ 26일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의 반기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CSO의 권한이 가장 강력한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인 것으로 나타났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조태제 CSO는 직급은 부사장이지만 각자 대표이사에 올라 있다. 안전환경관리 담당중역, 건설본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24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CSO에게 예산, 인사 등과 관련해 강력한 권한을 주는 동시에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토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광주 학동 사고,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을 교훈 삼아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면서 CSO에게 최대 권한을 부여했다.
이사회에 사내이사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CSO로는
현대건설의 황준하 안전관리 본부장 전무와 포스코이앤씨 김현출 안전보건센터장 상무도 있다.
황준하
현대건설 CSO는 2021년부터 안전관리 본부장을 맡기 시작해 2022년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현대건설은 황 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사유에 대해 “안전관리 총괄 및 안전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도 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시작한 게 2022년이다. 그러나 올 초 약 5개월 정도 CSO를 사내이사에서 배제했다가 중대재해 이슈가 불거지자 다시 이사회 멤버로 합류시켰다. 포스코이앤씨의 CSO 직급은 2020년 이후 줄곧 상무가 맡아왔다. 2023년 한 해만 전무가 담당했다.
사내이사는 아니지만
삼성물산과
GS건설은 CSO를 부사장 등 고위급 임원에게 맡기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대해재처벌법 등으로 CSO 직제가 생기기 전부터 안전 관련 업무를 부사장이 책임지도록 했다.
GS건설은 이태승 부사장이 CSO를 맡고 있는데 그의 직급은 단기간 빠르게 상승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직급이 상무였지만 이듬해 전무로, 올해는 직급 간소화 등 영향으로 부사장에 올랐다.
GS건설은 CSO를 비교적 고위직에게 맡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태승 CSO의 전임자는 직급이 사장으로 지속가능경영부문을 대표로서 책임졌다.
롯데건설 CSO는 박영천 안전보건관리 본부장 전무다. 2023년 12월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해 안전보건관리본부 본부장직을 맡았다. 종전까지 상무에게 CSO의 직책인 안전보건실장을 맡겼던 것과 대비된다.
◇대우건설·현대ENG는 '상무급'…DL·SK에코플랜트 '실권 중시'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CSO는 직급이 상무로 가장 낮은 데다 등기임원도 아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부터 신동혁 상무가 CSO로서 안전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2023년까지 안전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대표의 의지를 반영해 전무가 CSO를 맡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CSO 직제를 신설한 이래 상무급 임원에게만 안전정책을 총괄토록 하고 있다. CSO를 사내이사로도 선임하는 모회사
현대건설과 대비되는 행보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직급을 간소화해 표면상 상무, 전무, 부사장을 모두 임원으로 통칭한다. 다만 이들의 권한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DL이앤씨는 CSO를 전종필 안전보건경영실 실장이 맡고 있다. 실장은 본부나 실 등 한 조직을 이끄는 수장에게 부여된 직책이다. 실장 아래에 담당 임원이 배치되는 구조인 만큼 실장은 사실상 전무나 부사장급 권한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SK에코플랜트는 CSO가 독립적 의사결정 권한 아래 사업장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한다고 밝혔다. 안전보건 관리 체계구축에서부터 조직 운영, 예상 편성 및 집행 등 전반적 업무를 CSO가 담당한다는 설명이다.
특이점은 임재욱
SK에코플랜트 경영지원센터장이 CSO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지원센터는 안전 외에 법무, HR, PR, 구매, DT(디지털 전환), ESG경영 관련 업무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그만큼 권한이 강력하지만 안전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약할 가능성도 있어 CSO 아래 안전담당 임원을 추가로 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