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김영섭 대표이사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CEO 인선 절차가 닻을 올렸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된 'CEO 잔혹사'로 인해 이사회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됐다. 8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12월 중순 박윤영 전
KT 사장을 대표이사 내정자로 선출했다.
하지만 올해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끝내 오점이 남았다. 인선 과정에 참여한 조승아 사외이사가 독립성 결격 논란 속에 퇴임하면서다. 이사회 내부통제가 미흡했던 점이 드러나면서 이사회 사무국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CEO 선임의 절차적 정당성에도 물음표가 던져졌다.
KT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는 지속될 전망이다.
◇30년 재직 'KT맨' 박윤영 전 사장, 대표이사 내정자 내정
KT에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KT의 뿌리는 1981년 설립된 공기업 한국전기통신공사(
KTA)다. 2000년
KT로 사명을 바꾸고 2002년 정부 지분이 절반 이하로 축소되면서 민영화가 완료됐다. 특정 대주주가 없고 지주회사 체제 등에 속해 있지 않은 '소유 분산 지배구조'가 자리잡게 됐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KT 최대주주는 지분 8.07%를 보유한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소유 분산 지배구조로 인해
KT는 정치적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민영화 이후 황창규 CEO만이 장기 연임에 성공했다. 다른 CEO들은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거나 정권 교체 뒤 퇴진하는 공식을 따랐다. 업계는 김영섭 대표이사 역시 불법 기지국 사태와 정치권이 제기한 책임론에 밀려 연임을 포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중순 김 대표의 퇴진이 공식화되자
KT 차기 리더 인선이 시작됐다.
KT는 대표이사 공개 모집과 사내 및 외부 추천 인사를 합쳐 후보군을 33명 확정했다. 이후에는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인선자문단을 통해 1차 후보군을 추린다. 비공개로 운영되는 인선자문단은 올해 4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키는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추위)로 넘어간다. 이추위는
KT 이사회 내 핵심 위원회 중 하나로 사외이사 전원, 8인으로 구성된다. 면접 심사를 진행하고 최종 1인을 확정하는 등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일체의 역할을 한다. 이추위는 인선자문단과 함께 16명, 7명으로 차기 리더 후보를 좁혀 나갔다.
심층면접에 나설 최종 숏리스트에는 3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추위는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탈락자를 먼저 추려내는 네거티브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을 의식해 8인의 사외이사가 적격 후보자가 아닌 탈락 후보자 3명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이추위는 이달 중순 심층면접을 통해 박윤영 전
KT 사정울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낙점했다. 박 전 사장과 최종 경쟁한 2인은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다. 최종 대표 선임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박 전 사장은 '정통
KT맨'으로 꼽힌다. 그는
KT에서 컨버전스연구소장(상무), 미래사업개발그룹장(전무), 기업사업컨설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 및 글로벌사업부문장(부사장)을 거쳐 2020년 사장에 올랐다.
KT 사내이사뿐 아니라 부동산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의 기타비상무이사도 맡았다. 민영화 이후 외부 출신 대표이사가 더 많았던 데다 최종 후보 3인을 두고 내부와 외부 출신 간 구도가 형성됐지만 내부 인사가 발탁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업계는 이번 인선을 두고 낙하산 잔혹사를 끊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았던 데다 국민연금,
현대자동차그룹,
신한은행 등 주요 주주들이 경선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중 조승아 이사와 곽우영 이사가 현대차그룹 추천으로 선임된 인물이라는 점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유일한 부담이었다.
◇국민연금 지분 매각으로 최대주주 변경, 몰랐던 이사회 사무국
올해는
KT 대표이사 자리가 외풍 없이 독립적으로 선출된 원년으로 평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차기 대표이사 후보 확정 바로 다음날 조승아 이사가 대주주 이슈, 독립성 결격 사유로 인해 직을 내려놓게 됐다. 결국 이번 대표이사 인선에도 오점이 남게 됐다.
조 이사는 '당연퇴임'으로
KT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KT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의 사외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됐다. 상법 제542조의8 제2항에 따라 사외이사로서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곤란하거나 상장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사외이사 자격을 상실한다. 회사와 경영상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
시간 순서상 조 이사는 2023년 6월 현대차 추천으로
KT 사외이사 활동을 시작했다.
현대제철의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KT는 조 이사를 당연퇴임 조치하면서 이해관계가 형성된 지난해 3월로 퇴임 시점을 소급했다. 해당 시점부터 진행한 이사회 의결 중 조 이사가 참여한 부분은 무효가 된다.
지난해 3월에는 조 이사의
KT,
현대제철 사외이사 겸임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아닌 국민연금공단이
KT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8.35%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1.02%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각하며 지분율이 7.51%로 내려갔다. 국민연금이 지분 매각을 결정한 건 조 이사
현대제철 사외이사 선임 시기와 맞물리지만 외부로 알려지게 된 건 다음달 4월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공식적인
KT 최대주주가 된 건 9월이다.
조 이사 퇴진 사퇴로
KT 차기 대표이사 인선 절차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 이사는 후보군을 7명으로 압축한 단계까지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표이사 최종면접에는 빠졌다. 더불어 나머지 7인 사외이사는 조 이사 사외이사직 자격 상실로 불거질 리스크를 고려해 이번 인선과 관련한 추인을 미리 진행했고 전원 동의했다.
하지만 법률적인 문제를 차치해도 대표이사 추천 관련 절차적 정당성에는 흠집이 난 상태다.
KT 거버넌스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점도 부담이다. 특히 내부통제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사회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조직인 이사회 사무국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이사회 사무국은 통상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과 독립성 유지 여부를 점검하고 관련 변동 사항을 관리하는 역할과 함께 내부통제 체계와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