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더보드 인터뷰

거버넌스 우등생 SM 이사회 의장의 '브레이크 역할론'

문정빈 의장 "독립성 반드시 전제돼야…상식과 원칙 관점 고수 중요"

이돈섭 기자

2026-01-14 14:33:30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이사회는 국내 상장사 중에서도 탄탄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주주활동을 계기로 SM 경영진은 이른바 'SM 3.0' 체제를 선언하며 거버넌스 재편에 나섰고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이사회 전원을 새로 꾸렸다. 그 변화의 한 가운데서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 문정빈 사외이사(사진)다.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 의장은 올 3월 사외이사 첫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문 의장은 2009년부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고려대 미래교육원장과 한국전략경영학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난 문 의장은 "사외이사 역할은 엔진보다 브레이크 페달에 가깝다"면서 "역할을 잘 해내려면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영권 분쟁 속 이사회 진입…지난했던 리빌딩 과정

문 의장이 SM 이사회에 합류한 과정은 여타 기업들과는 사뭇 달랐다. 2023년 카카오하이브 간 SM 경영권 확보 경쟁이 불붙기 시작한 시점 SM 경영진은 'SM 3.0' 시대를 선언하며 거버넌스 재편 작업을 예고했다. 기존 이사회 구성원들은 주주 요청에 따라 이사회 내 임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주주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 후보군을 5배수로 확보한 뒤 서류 심사와 개별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발했다.

각종 미디어가 SM 거버넌스 변화를 보도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문 의장은 국내 기업 거버넌스 변천 과정에서 의미있는 사례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연구자로서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주들이 내세운 대의에 동감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SM 측은 이사 후보들에 원칙적인 이사회 활동을 요청했고 이사들 사이에서도 '부표를 자유롭게 던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 쟁쟁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23년 3월 이사회가 새로 꾸려진 이후 그해 말까지 이사회는 모두 12차례 개최됐는데 이중 3번의 이사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표출됐다. 문 의장 역시 그해 7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참여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재무적 부담 요소와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등을 감안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사회 운영 방식도 진화해 나갔다. 이사진 간 의견이 갈릴 만한 안건은 충분한 조율을 거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식이다. 이사회 개최 최소 일주일 전 안건을 공유케 하는 내부 원칙도 마련했다. 이사회 활동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평가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에서는 이사회 평가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이사회가 형식적 기구로 전락한 건 아니다. 지난해 상법 개정을 계기로 이사회 활동이 한층 체계화됐다는 평가다. 문 의장은 "보상위원회 활동만 보더라도 책임과 보상 원칙에 따라 임원 보수 수준을 정하고 주주를 설득하는 과정이 지난했다"면서 "이사진 사이에서도 구속력 없는 회의를 열어 논의를 수차례 이어갔고 안건이 통과된 이후에도 수정 의결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사회는 브레이크 페달 역할…"원칙 지켜내는 자리"

문 의장은 이사회 역할이 마치 '브레이크 페달'과 같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경영진이 사업을 이끌어가는 일종의 엔진 역할을 맡았다면 이사회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담과 위험 요소를 짚어내 사업의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 의장은 "사외이사가 경영진보다 사업 내용을 더 잘 알 수는 없지만 상식과 원칙의 관점에서 이 결정이 주주에게 설명 가능한 선택인지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사회가 브레이크 페달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성과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문 의장은 "구체적 사안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에 얽히게 되면 그 이사회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독립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외부 플레이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데) 보너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교수 입장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각종 학회에서 활동하다보면 펀딩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주체가 교수 개인이 아니라 학회라고 하더라도 개인이 학회 내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했는지에 따라 이해관계 문제는 개인에게도 귀속될 수 있다. 문 의장은 "회사에 몸담고 있다면 독립성을 의식해 스스로 제어하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M 이사회는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초 이성용 전 신한금융그룹 사장이 사외이사로 새롭게 합류하면서 기존 10명이었던 이사진 규모가 11명으로 확대했다. 2023년 이사회에 합류한 5명의 사외이사들은 모두 올 3월 임기를 마치게 되는데 이들이 재선임되지 않는 경우 이사회 멤버 대부분이 교체되는 점을 감안, 대주주 측이 원활한 이사회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케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텐센트뮤직이 기존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매입하면서 카카오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다. 텐센트뮤직 합류로 중국 시장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텐센트뮤직 측 인사의 이사회 합류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의장은 "사외이사는 원칙을 지켜내는 자리"라면서 "SM 이사회는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도 독립성과 원칙을 지키는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