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해 이사인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기존 판결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사 지위를 겸한 주주는 해당 안건에서 사실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대부분 기업들이 매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새로 승인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해당 안건이 부결될 경우 그해 이사들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오너가 이사를 겸하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이 배제될 경우, 나머지 주주들의 판단에 따라 보수한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특히 지분 구조가 분산된 기업일수록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F&F홀딩스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사인 주주가 그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데다, 친인척 중심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2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정기 주총에서도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 무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창수 오너 부자 지분만 70% 수준, 보수한도 의결 제한 코스피 상장사 F&F홀딩스는 이사인 주주가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통과를 주도해 온 기업 중 하나다. 김창수 회장(의장)과 그의 아들 김승범 상무는 각각 지분 62.8%와 6.7%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두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 부자의 지분 합계는 69.5%다. 발행주식의 3분의 1과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도 김 회장 부자 동의가 있으면 F&F홀딩스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김창수 회장 부자의 주총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건 의결권 참여가 불가능해졌다. 이 경우 전체 발행주식에서 이사인 주주 주식을 뺀 나머지 주식에 안건 통과를 위한 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법무부의 지침이다. 올 3월 정기주총 이사보수 승인 한도 건에서는 전체 발행주식 중 김창수 회장 부자 주식 2720만주를 제외한 나머지 1187만주(30.4%)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은 상법상 보통결의 사항이다. 발행주식의 4분의 1 찬성과 출석주주 과반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의결권이 살아있는 1187만주를 기준으로 할 경우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요건을 충족하려면 최소 297만주(전체 발행 주식의 7.6%)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김창수 회장의 부인 홍수정 씨(7.6%) 등 특수관계인이 가진 지분은 모두 22.2%. 친인척 지원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F&F홀딩스 보수가 대부분 사외이사에 지급된다는 사실이다. 김창수 회장 부자는 현재 F&F홀딩스에서 보수를 받고 있지 않다. F&F 등 주력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고 있을 뿐이다. F&F홀딩스는 사내이사 4명 중 사외이사 3명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는데 사내이사 중 박의헌 대표만이 보수를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이 2024년 한해 수령한 보수는 1인당 약 4000만원 수준이었다.
◇특관인으로 채운 '안전한 정족수', 사외이사 '독립성' 의구심 F&F홀딩스 사외이사진은 김창수 회장의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같은 학교 동문 출신들을 꾸준히 사외이사로 영입해 왔다. 현 이사회에서는 한성덕 사외이사와 김동일 사외이사가 김 회장과 같은 학교 같은 과 동문 관계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한 안희성 전 사외이사 등도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김창수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사회에 대한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이사회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김창수 회장과의 학연 인맥을 갖고 있는 데다 그들의 보수 역시 대주주 의중이 반영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 주총 결의를 받지 못하면 회사는 보상을 지급할 수 없어 이사회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이 F&F홀딩스에서는 사실상 무력하다.
일반주주가 연대해도 발언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점은 김창수 회장 입장에선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9월 말 지분 1% 미만의 일반주주는 모두 1만2976명인데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총 8.2% 수준에 불과하다. F&F홀딩스는 자산 규모를 2조원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일 경우 이사회 보강에 대한 의무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재무관리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김창수 회장 부자는 F&F홀딩스에서 상당 규모의 배당 수익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한해 F&F홀딩스는 별도기준 순이익 224억원 중 176억원(78.6%)을 배당했다. 김창수 회장은 이때 배당으로 11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그해 이사 보수한도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F&F홀딩스 이사회는 2024년 배당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배당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