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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과기부 장관 사외이사가 그리는 AI 산업 생태계

최기영 노타·파크시스템스 사외이사 "사외이사는 질문 던지는 사람"

이돈섭 기자

2026-02-03 16:16:57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부터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을 역임한 최기영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여전히 인공지능(AI)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이세돌 9단과 AI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AI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을 직감한 그는 교수와 장관으로 재직하는 내내 일관되게 AI 산업 육성을 강조해 왔다. 그런 그가 지금은 코스닥 상장사이자 AI 개발 기업인 노타에서 사외이사로 산업 현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현직에서 떠난 지 오래지만 평생 쌓아온 그의 무형 자산은 노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노타 본사에서 만난 최 사외이사는 전직 고위 관료 출신의 경험을 강조했다. 노타가 이 분야 산업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건전한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그러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직 장관이 가진 경험을 십분 살려 기업과 정부 간 가교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사외이사는 다름아닌 질문을 던지는 사람"

최 사외이사가 노타와 인연을 맺은 건 과거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만난 제자 인연을 통해서다. 노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제자가 그에게 기업 이사회 합류를 요청한 것이 계기였다. 수십년을 반도체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온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기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꾸준히 AI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등 반도체 유니콘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결정한 당사자이기도 했다.

노타 이사회 합류 결정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자기가 평생에 걸쳐 중요성을 강조해 온 분야의 기업을 돕겠다고 나선 모습과 그 기업이 당시 비상장 벤처기업이라는 소식이 새로웠다. 전직 장차관 관료들이 대기업 계열사에 합류해 사외이사 커리어를 잇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대기업에 가서 일하면 편하겠지만 소신을 펼치기 어렵다"는 생각과 "대기업 위주 생태계를 탈피하고 싶다"는 의지가 맞물린 결과다.

그가 생각하는 사외이사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2015년 설립된 노타는 그동안 뛰어난 기술력으로 시장 주목을 받아 지난해 기술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잘나가는 벤처기업도 자칫 방심하면 단기 성과에 만족할 수 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캐즘에 직면할 수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 잠깐의 시련에 휘청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최기영 노타 사외이사는 우리나라 기업 이사회 발전의 키워드로 신뢰를 꼽았다. 제도만으로 모든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기보다는 개인의 윤리와 투명성을 전제로 한 신뢰 자본이 축적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미지=이돈섭 기자]

최 사외이사는 "상당수 벤처기업이 생존을 위해 대기업에서 수주를 받아 살림을 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기술을 특정 기업에만 제공해야 한다는 계약을 체결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관련 기술을 홍보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다"면서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를 없애는 데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공정한 생태계를 구축해 시장이 커질 수 있도록 과거의 경험을 살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 방향은 피지컬 AI 시장이다. 최 사외이사는 "지금의 AI 매커니즘은 인간 머리 속 브로카 영역(Broca Area)을 포함한 언어 처리 부분이나 행동 판단 같은 전두엽 기능 일부와 시각 청각 영역 등을 하나의 큰 거대 인공신경망으로 모델링한 것"이라며 "역할별로 분업화된 AI가 현장에서 작동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타가 영상 인식 기반 안전 관제 솔루션으로 성과를 만들고 있는 것도 시장 확대의 일환이다.

◇ 전직 장관 자산 대폭 활용…이사회 '신뢰' 강조

과기부 장관 재직 시절 강조해 왔던 정부 주도의 AI 산업 육성 논리는 현재 정부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7) 기업들은 거대 자본을 쉴새없이 AI 산업에 투입하고 있다. M7 기업 중 테슬라가 시총이 가장 작은데 테슬라 시총은 삼성전자 시총을 크게 웃돈다. 민간 기업이 자기 돈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 주도로 자본을 모아 산업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타는 현재 국가대표 AI 선발전에 업스테이지 컨소시엄 파트너로 직접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는 컨소시엄 간 경쟁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경쟁을 촉발해 발전 속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전체 산업 육성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프로젝트 심사 활동 요청을 받기도 했던 최 사외이사는 이해상충 문제를 고려해 자리를 고사했지만 사외이사 입장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 사외이사는 "어디까지나 전직 관료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어떤 힘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분과 만나 말씀을 나눌 때 현장의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법 개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라든지 정부 입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이런 것이라든지 하는 의견은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면서도 "전직 관료가 갖고 있는 정책 네트워크와 과거 경험을 긍정적으로 활용해 기업을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코스닥 상장사 파크시스템스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물리학 박사 출신의 박상일 대표가 이끌고 있는 파크시스템스는 원자현미경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이다. 최 사외이사는 박 대표와 미국 스탠퍼드대 동문 사이다. 노타에서는 89년생 두 대표이사를 비롯해 비교적 젊은 인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면 파크시스템스에서는 노련한 벤처 경영인과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 이사회 발전의 키워드로 그가 꼽은 것은 다름아닌 '신뢰'다. 제도만으로 모든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기보다는 개인의 윤리와 투명성을 전제로 한 신뢰 자본이 축적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일련의 상법 개정 움직임도 시장과 기업 이사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보고 있다. 최 사외이사는 "이사회 투명성을 전제로 신뢰가 쌓일 때 기업과 시장 모두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