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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보수 산정 시스템 점검

"이사회 절차적 요소가 주총 성패 가른다"

⑨법무법인 율촌 문성 변호사 "이사 인센티브 정책도 주주 가치 고려해야"

이돈섭 기자

2026-01-30 08:30:17

편집자주

올 3월 정기주총 시즌 다양한 기업의 이사 보수 체계를 둘러싼 이슈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시작으로 상법 개정과 해외 사례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키면서 시장 내 상당한 잡음이 일 전망이다. TheBoard는 기업 보수 체계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을 짚어보고 거버넌스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해 본다.
대대적인 상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주주총회를 준비하는 주요 회사 담당자들은 상법 개정으로 변화되는 각종 제도의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적 거버넌스 전문 변호사로 꼽히는 문성 변호사(사진)는 더벨과 만나 "올 주총은 이사회가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쳤는지 본격 검증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주총은 실질적으로 이사회 결정을 추인하는 자리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 판결과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기업 환경이 급변했다. 이사회가 주총 안건을 왜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얼마나 고려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 자칫 이사 급여 못 주는 사태로 이어질까…‘노심초사’

올 주총 시즌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다. 현행법상 정관에 이사 보수한도를 명시하지 않은 기업은 매년 주총에서 보수한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사회는 그 범위 내에서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 주총에서 보수한도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해당 사업연도에는 이사에 급여를 일절 지급할 수 없다. 전년도 한도를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자칫 기업 의사결정 시스템 기반이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

이사 보수한도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른 계기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이다. 2023년 남양유업 정기주총에서 당시 홍원식 회장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었는데 대법원은 홍 회장이 사실상 셀프 보상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른바 '회장님'으로 불려 온 주주인 이사가 앞으로 더이상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문 변호사는 "지금까지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주주 반대가 있더라도 자력으로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구조를 짜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지난해 대법원 판결과 상법 개정 영향으로 앞으로는 주주들이 특정 안건에 납득할 수 있게 설득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사 보수한도 이슈는 더 이상 형식적으로 단순 처리하는 안건이 아니라 주주가 이사회를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율촌의 문성 변호사는 지난 29일 더벨과 만나 "올 주총은 이사회가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쳤는지 주주들이 검증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법무법인 율촌]

그는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과제로 △독립적인 보상위원회 실질화 △비교기업 벤치마크와 성과지표, 보상구조의 투명한 설명 △이해관계 있는 이사의 명확한 의결권 제한과 기록 관리를 꼽았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주주권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문 변호사 생각이다. 실제 상당수 상장사가 올해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통과시키는 과정이 자칫 지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밖에 이사 충실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한 이후 처음 열리는 정기주총 시즌이고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개별 3%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마지막 주총 시즌이라는 점도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문 변호사는 "이사회 의사록과 각종 소위원회 운영, 외부 자문 활용 내용 등과 같은 이사회 운영의 절차적 요소들이 주총의 새로운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보상안도 주주 가치 고려…거버넌스 지원 기능 강화 주문

자사주 소각 의무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현재 국회에는 자사주를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소각케 하는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는데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은 소각 여부를 결정하는 차원을 넘어 보유 목적과 그 정당성을 설명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분 1%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한 상장사가 자사주 보유현황과 향후 처리계획도 공시케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변호사는 "기존 자사주의 취득 목적과 활용 계획이 주주 충실의무 관점에서 정리돼 있는지 그리고 소각 예외 사유를 주장할 경우 그 목적과 대상, 기한 등을 명확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자사주와 관련된 이사회 논의 과정이 충분히 기록되고 설명 가능한지가 중요하다"면서 "왜 아직 소각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 답변의 책임은 결국 이사회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취득한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목적의 스톡옵션 혹은 RSU 등의 재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 예외조항으로 임직원 보상 등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이 예외조항을 이용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자사주 보유 처분 계획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스튜어드십코드 제도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분위기도 부담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갖고 있는 자사주 최대 물량을 전체 발행주식의 3% 이내로 보고 있다.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사주가 너무 많으면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 문 변호사는 "단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실제 어떤 주주활동을 했는지가 평가 대상이 되는 만큼 실질적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독립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그는 기업 내 거버넌스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회사 내 이사회 통제를 받는 직원을 두고 그 직원으로 하여금 이사회 운영 지원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일례다. 문 변호사는 "독립이사가 정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논의를 설계하고 질문하는 주체여야 한다"면서 "실질적 독립성은 경영진과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는 구조인지에서 드러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