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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애플 승계의 시사점

"미국도 거버넌스 개혁 100년간 경험했다"

④데렉 알렉산더 스티펠 CLO “이사회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승계관리"

김태영 기자

2026-06-05 08:27:29

편집자주

애플이 차기 CEO 승계 절차를 공개했다. 팀쿡 CEO가 15년 장기 집권을 마무리하고 존 터너스에 바통을 넘겨줬다. 애플의 승계는 오랫동안 준비된 이사회 중심의 프로토콜에 따라 진행됐다. 이같은 승계 프로토콜은 CEO 교체기마다 항상 구설수에 휘말리는 한국 소유 분산 기업들과 오너십 승계를 고민하는 대기업들이 참조할만한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theBoard가 애플 승계 프로토콜의 이모저모와 한국 재계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봤다.
애플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차기 CEO 승계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애플 이사회에 대한 평가와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을 미국 거버넌스 전문가에게 들었다.

미국 증권사 스티펠(Stifel)의 CLO 역할을 맡고 있는 데렉 알렉산더(Derek Alexander)는 미국 기업 이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가 승계관리라고 짚었다.

미국도 1800년대 후반엔 가문 중심의 거버넌스가 대부분이었는데 100년에 걸치 개혁 끝에 거버넌스 선진화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가 신뢰를 받는 것은 거버넌스 덕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겪고 있는 거버넌스 개혁과 한국 증시에도 참조가 될 만한 조언이다.

데렉 알렉산더 CLO는 거버넌스 전문 미국 변호사로 스티펠 등의 기업에서 이사회 실무를 장기간 맡아온 인물이다. 스티펠과 한국투자증권, 우리은행의 미국 합작법인인 SF크레딧파트너스의 설립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 "이사회 의한 승계가 표준, 기관투자자 역할도 주효"

데렉 CLO는 애플 사례처럼 미국 상장사에서는 이사회가 장기에 걸쳐서 차기 승계를 주도하는 일이 흔하다고 짚었다. 포드(Ford)처럼 가족기업이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문 예외라고 말했다.

최근 애플은 팀 쿡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존 터너스가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받는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지었다. 정식 취임일은 9월이다. 이 과정에서 애플 이사회 의장인 아서 레빈슨을 비롯해 사외이사들이 주된 역할을 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애플 이사회 멤버들은 장기간 근속하며 사내이사 못지 않은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했따는 점이다.

데렉 CLO는 “미국에서 좋은 거버넌스의 표준이라 함은 독립적인 이사회가 승계 과정에 깊게 관여된 것을 지칭한다”며 “애플은 아주 훌륭한 사례고 시티그룹도 이사회 주도로 승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디즈니의 경우에는 아예 이사회가 강력한 CEO 선임권을 휘두른다”고 말했다. 전현직 CEO들인 마이클 아이즈너(Michael Eisner), 밥 아이거(Bob Iger), 밥 체이펙(Bob Chapek), 조쉬 디아마로(Josh D'Amaro) 모두 이사회가 선택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상장사인 스티펠 역시 이사회가 승계에 깊게 관여돼 있다. 스티펠 주요주주인 기관투자자들은 이사회가 승계 프로세스를 잘 갖추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물어본다고도 했다.

데렉 CLO는 “건강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언젠가 CEO 자리는 공석이 되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에서 회사와 임직원,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사회가 미리 승계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이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라 말했다.

이어서 “특히 기업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이사회에 의한 CEO 교체가 매우 중요하다”며 “스티펠에서도 직전 CEO가 관리에는 탁월하지만 성장을 이끌 인물은 아니라고 이사회가 판단해 CEO를 교체했으며 현 CEO가 20년 동안 회사를 이끌면서 회사를 중견 증권사 반열에 올려 두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 거버넌스에서 이사회와 연계된 또 다른 축으로 자산운용사 등 민관 기관투자자들을 꼽았다. 특히 이들이 거버넌스 영역에서 적극 활동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적당한 지분율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지분이 너무 높아 기민하게 움직일 수 없다. 반대편엔 소액주주들이 있지만 영향력이 작고 잘 뭉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미국 기관들은 대부분 2~5% 정도의 지분만 소유한다. 목소리를 내기에 충분히 크지만 민첩할 만큼은 작은 이상적인 사이즈다. 이 정도만 해도 CEO를 불러내고 IR 행사를 요청할 수 있다. 스티펠의 경우에도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CEO와 IR 조직이 뱅가드, 블랙록, 피델리티 등 20곳의 주요주주들과 만난다”고 말했다.

데렉 CLO에 따르면 대부분 미국 상장사에는 이처럼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선임 독립이사의 권한이 충분히 보장돼 있는지, 이사회가 충분히 독립적인지, 이사회가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등 거버넌스에 대해 적극 질문한다고 했다.

운용사들의 명망을 드높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거버넌스에 대한 전문성이라고도 짚었다. 그는 “LG가 냉장고를 잘 만든다는 명성이 있는 것처럼, 운용 업계에서는 이 기관이 거버넌스 전문이라는 인식이 있는 편”이라 말했다. 작금의 미국 거버넌스는 이사회만의 노력이 아닌, 민간 기관들과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 "승계 다음은 CEO 지원, 이사회 만장일치가 기본"

데렉 CLO는 미국 이사회에서 승계 다음으로 중요한 임무는 CEO에 대한 지원이라고 말했다. ‘이사의 임무는 CEO를 자르든지, 그게 아니면 도와주는 것’이라는 미국 경영계에서 유명한 농담이 이를 잘 표현한다고 했다.

미국 독립이사 중에 타기업 C레벨 출신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사회는 승계안 마련 이외에 CEO에 대한 지원, 자문을 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CEO의 역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과 달리 법조나 회계 전문가들은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서 “스티펠의 선임 사외이사는 리테일 분야 CEO 출신으로 마케팅에 특화돼 있다. 우리가 증권사로서 리테일 고객 대상 마케팅을 강화할 때 모셔왔다”고 말했다. 또한 “스티펠의 초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성장이었는데 이때는 마이클 브라운 전 마이크로소프트 CFO를 모셔오면서 경험을 흡수했다”고 말했다.

다만 “물론 이해충돌 걱정이 없지는 않다”며 “따라서 직접적인 경쟁사의 C레벨이 아닌, 타 업권이거나 영역이 살짝 겹치는 정도 기업의 C레벨들을 모셔온다”고 말했다.

데렉 CLO는 이사회 거수기 논란과 관련해 미국의 상황도 설명했다. 미국에서 역시 이사회 투표는 만장일치가 기본이라고 했다.

그는 “만일 이사회 만장일치가 안나오면 기관이나 리테일 투자자는 그 기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주주들로부터 회사가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사회는 최대한 뭉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만장일치가 전제이기 때문에 타협이 더 자주 도출된다고도 짚었다.

이어서 “정치의 분야에서는 의견이 나뉠 수 있겠지만 기업은 분열되면 안된다”며 “회사가 불안정하다고 느끼면 유능한 인재들은 경쟁사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서 “기업은 통합이 중요하며 이사회도 그에 대해 기여를 해야 한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 "미국도 초기엔 재벌 위주, 가족승계는 시장이 철퇴"

마지막으로 기업 거버넌스 개혁과 관련한 의견도 피력했다. 한국 자본시장이 겪고 있는 일은 미국 역시 겪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증시가 선호받는 이유 중 하나는 거버넌스 성숙도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가족승계 기업은 시장에서 철퇴를 맞는다. 일전에 포드와 디즈니가 그랬다. 그래서 이사회가 유능한 CEO들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말했다.

미국에서도 산업혁명 이후인 1800년대 후반만 해도 한국처럼 재벌 가문이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했다. 다만 20세기 넘어오면서 점차 공적인 지배구조, 공정한 공시, 그에 따른 독립적인 이사회가 들어서면서 거버넌스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데렉 CLO는 “지금 한국이 하고 있는 거버넌스 개혁을 미국도 똑같이 약 100년 걸쳐서 경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