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지분 지형이 3세에서 4~5세로 재편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주회사 GS 지분을 내다 판 오너 일가는 모두 1940~60년대생 원로였고, 사들인 이는 모두 2000년대생 4~5세였다. 매수자 3인은 허태수 GS그룹 회장, 오너 일가 개인 최대주주인 허용수 GS에너지 부회장, 4세 최대 지분 보유자인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의 자녀들이다.
◇판 쪽은 원로, 산 쪽은 2000년대생
GS 최대주주 소유주식 변동신고와 임원·주요주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장내에서 사고판 GS 주식은 총 48만주, 약 33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매도 금액은 230억원대, 매수 금액은 100억원 안팎이다.
파는 쪽에는 3세들이 섰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1943년생)은 이달 초 6만 5000주(약 50억원)를 장내 매도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1946년생)은 4월 6만 9000주를 49억 1500만원에 판 데 이어 6월 말~7월 초 6만 4983주(약 50억원)를 추가로 처분해, 올해에만 약 99억원을 현금화했다.
두 사람은 창업주 허만정가의 장남인 고(故)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아들들로, 각각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과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의 부친이다. 이 집안의 맏형인 허남각 삼양통상 명예회장은 지난해 별세해 지분이 상속됐고, 남은 두 형제는 올해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
이들 외에 2024년 말 GS리테일 대표에서 물러난 허연수 부회장도 1월 말~2월 초 네 차례에 걸쳐 7만 5000주를 49억 5700만원에 매도했다. 개인 외에 법인으로는 허용수 부회장 일가의 가족회사인 승산이 같은 시기 5만 5896주(약 37억원)를 팔았다.
사는 쪽은 전원 2000년대생이다. 허태수 회장의 딸 허정현씨는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7만 9200주를 사들였다. 약 50억원 규모다. 허정현씨는 지난해에도 지분을 꾸준히 늘려 현재 보유 지분율이 0.83%다. 허용수 부회장의 차남 허정홍씨도 6월 6만 6000주(약 47억원)를 매수했고, 허준홍 사장의 장남이자 허만정가의 장손인 허성준씨도 4월 1만주를 7억 2300만원에 사들였다.
다만 원로들이 판 주식이 자녀 세대에게 직접 넘어간 것은 아니다. 거래는 전부 장내 매매로 이뤄졌으며, 매도·매수 시점과 물량도 어긋난다. 이 기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52.58%에서 52.41%로 0.17%포인트 낮아졌다.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매수자 3인의 부친은 차기 구도의 세 축
GS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서도 지분 구조가 가장 독특한 기업으로 꼽힌다. 특정 오너 개인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보다 허만정 선대회장의 후손 50여명이 지주회사 GS 지분 약 53%를 나눠 보유하는 '가족 합의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 선임 역시 특정 개인의 지분보다 집안 사이의 균형과 합의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분 매매를 단순한 개인 거래로만 보지 않는다. 어느 집안이 지분을 꾸준히 늘리는지, 다음 세대가 언제부터 지분 확보에 나서는지가 향후 그룹 내 영향력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구도는 지난해 11월 한 차례 정리됐다. GS그룹은 정기인사에서 3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4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을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현직 오너 일가에서 부회장 2명이 배출되면서 재계에서는 1957년생인 허태수 회장의 뒤를 잇는 '포스트 허태수' 구도가 가시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올해 매수자가 모두 승계의 중심에 있는 세 집안에서 나왔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현직 총수인 허태수 회장의 딸 허정현씨는 지난해부터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허용수 부회장은 현재 오너 일가 개인 가운데 가장 많은 GS 지분(5.26%)을 보유한 인물이다. 올해는 그의 차남까지 장내 매수에 나서며 차세대 지분 확보에 동참했다.
허준홍 사장 측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허준홍 사장은 2019년 GS칼텍스를 떠나 가족회사인 삼양통상 경영에 집중하면서 한동안 그룹 경영 전면에서는 다소 거리를 둔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분 흐름은 오히려 반대였다.
허 사장은 이후 장내에서 GS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부친 고 허남각 명예회장의 지분 일부를 상속받으면서 보유 지분율을 4.71%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현재 4세 경영의 중심에 있는 허세홍 부회장(2.37%)과 허서홍 대표(2.6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GS그룹 관계자는 "(오너일가 개인의 지분 매입)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드릴 말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