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그룹이 감사위원회의 독립적 내부통제 검토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9년 외부 회계법인과 용역 계약을 체결해 내부회계관리 제도 평가 자문을 받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는 관련 업무 지원 조직을 개편했고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상 관련 정책을 처음 기재했다. 시장에서는 감사위가 회계 재무 현안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설계한 사례로 진일보한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가 최근 공시한 2025사업연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산하 감사위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외부 전문가를 기용해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 지원을 받고 있다.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매 사업연도 주총과 이사회, 감사위에 내부회계관리 제도 운영실태를 보고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내부회계관리 제도 평가를 지원하기 위해 외부 회계법인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2019년 감사위 내부회계관리 제도 평가 지원 업무에서 외부 회계법인과 자문 용역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는데 기업지배보고서 상 해당 내용을 적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관계자는 "매년 한 차례 회계법인과 자문 용역 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있는데 올해는 현재 관련 계획 보고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사위 규정은 감사위 직무 수행 상 전문가 조력을 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외부 회계법인이 내부회계관리 제도 리뷰를 자문하는 체계는 이사회 기능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 개선 사례로 평가된다. 내부회계관리 제도는 회사가 내부회계관리 설계와 운영을 점검한 뒤 대표이사가 운영실태를 보고하고 감사위가 이를 평가하는 절차를 거친다. 상당수 기업은 내부 조직이 제도를 자체적으로 점검하지만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곳도 적지 않아 실질적 지원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관련 제도 리뷰 과정에서 외부 회계법인 자문을 받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감사위 독립적 판단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맡기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경우 회계·재무 이슈 현안이 발생하면 자문 회계법인 측에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하는 활동도 진행하곤 한다.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G생활건강,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회계펌 관계자는 "미국은 내부감사 기능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규정이 없어 대부분 내부 조직이 자체 점검한 뒤 감사위에 보고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면서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고 비용 부담이 작지 않다보니 국내에서는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하는 건 내부통제 기능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다"고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6년 전 사외이사 주도로 해당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외이사였던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감사위가 내부통제에 대한 리뷰를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를 지원하는 조직 역시 전문 인력을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내부 조직을 신설하는 대신 회계법인을 활용해 감사위의 내부통제 리뷰를 지원케 했고 이슈가 발생하면 세컨드 오피니언도 받게 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상장사 회계투명성 이슈와 감사위 역할이 시장 관심사로 떠오르던 때였다. 국내 회계학계 교수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크게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의견서를 발표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시장에서 회계투명성 강화 요구가 커졌던 점을 감안하면
아모레퍼시픽 그룹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019년 관련 정책 도입 이후에도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보완 논의는 이사회 차원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감사위 지원 업무를 감사팀으로 일원화하는 등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도 이뤄진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이사회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관련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면서 "회사 실정을 반영하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