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과 이사회는 최근 진행 중인 AI의 도입 및 확산으로 인한 변화의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 사내 AI전환(AX)과 투자, 이사회 내 도입 같은 영역은 물론 사업과 주요 의사결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얼마나 비중을 부여할 것인지 같은 방법론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사외이사를 지낸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사진)는 기업과 이사회의 AI 도입을 두고 파트너십 차원의 접근과 중장기적인 관점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맹신보다 개별 이사의 역할과 전문성을 살리는 고민을 지속하고 연구와 검증, 보완 사이클에 입각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국내 AI 1세대 연구자로 AI 국제표준화 위원회 한국대표단장이며 한국지능시스템학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휴먼 인 더 룹(Human in the Loop)'의 개념을 강조하며 기업과 개별 이사가 가져야 할 태도로 AI와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꼽았다. AI가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데 있어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세부적인 영역에서는 인간의 전문성과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끝없이 질문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AI는 결국 이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더 좋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다"라며 "기본 틀을 AI가 만들어도 결국 실제 판단은 이사 개인의 전문성과 경험에 기초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기업과 이사회는 BM과 사업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입장이다"라며 "AI를 도입하고 사업명에 AI를 붙인다고 반드시 유망한 사업, 조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 소비자나 현장에서 도움이 되고 수익성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과 이사회가 AI 관련 결정과 판단을 진행할 때 반드시 긴 호흡의 청사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도입과 적용 등을 제대로 안착시키려면 충분한 R&D와 시행착오 그리고 보완하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기 성과에 치중한 의사결정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이 자원을 집중 투입하면 AI사업과 개발에서 개념증명(PoC)을 달성하는 것은 몇 달 안에도 가능하다. 제대로 된 실증을 진행하고 대규모 사용자
대상 서비스로 안정화시키는 일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사회에서도 이런 점을 기본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AI를 다루고 관련 사업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생각이다.
조 교수는 "AI 사업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라며 "첫해에 만들어 둘째 해에 발전시키고 셋째 해에 검증, 보완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국내의 AI 접근은 근시안적인 경향이 강한데 소버린 AI를 지향하면서 국산 LLM 개발에 매달리는 것이 대표적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같은 해외 시장의 경우 소버린 AI를 단순히 LLM 개발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국 AI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며 "기업 이사회 내에서 AI 전문가의 역할은 결국 이런 기간을 가늠하고 중장기적인 접근에 대한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가 몸담았던
KT스카이라이프 이사회 내 AI 관련 의사결정에서도 앞선 중장기적 관점의 판단을 읽을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2024년 신사업으로 AI 기반 아마추어 스포츠 미디어 플랫폼인 호각에 투자했다. 호각은 AI 알고리즘과 영상 기술로 무인 스포츠 중계, 영상 기록 등을 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무인 스포츠 중계·영상 기록 사업이 아직 흔치 않았던 만큼 호각 투자를 위해서는 중장기적 가능성 검토가 필요했다.
KT스카이라이프 이사회는 호각이 데이터를 꾸준히 누적할 경우 단순 중계 플랫폼을 넘어 개인화된 영상 기록, 성장 기록, 경기력 분석, 스토리텔링 서비스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 교수는 국내 AI 발전과 기업, 이사회의 관련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제도의 정비를 위한 논의를 꼽았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은 중국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 대비 상당히 경직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에 국내 산학계는 AI 기술 발전과 개발 중 여러 제약에 시달려왔다. 글로벌 시장의 LLM 개발에서 밀린 요인도 투자 규모만 아니라 경직된 개인정보보호 규제 영향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AI 개발에서 이용자 동의와 법적검토가 반드시 전제돼야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와 기술 발전 사이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조 교수는 "인권을 중시하는 유럽도 AI 기술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와 기술 발전을 저울질할 경우 기술 발전에 더 우선할 수 있도록 EU에서 법을 정비했다"며 "우리나라도 각 관련 법안 간의 적절한 조율을 통해 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