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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금융사 이사회 평가

금융지주, 독립이사 소위원회 겸임 과다

[금융지주]55명 중 49명이 4개 이상…위원회 늘고 이사 수는 제자리

조은아 기자

2026-07-27 08:43:43

편집자주

좋은 이사회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통찰 있는 결의와 책임이다. 그러나 이사회 리더십은 종종 구조부터 취약하거나 요식적으로만 기능한다. 정책거버넌스 모델을 창안한 존 카버는 "통상 이사회란 유능한 개인들이 모인 그저 그런 집단"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사회 경영이 부상할수록 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단 뜻인데, 금융사 이사회는 특히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고정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와 시장 구조, 사회적 기대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이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 중일까. 더벨 theBoard가 독자적 툴을 만들어 평가해봤다.
상장 금융지주 7곳이 독립이사 소위원회 겸임 문항에서 나란히 최하점을 받았다. 전체 평가 문항 가운데 7개사가 모두 최하점을 받은 것은 이 문항뿐이다. 7개사 독립이사 55명 중 49명이 4개 이상의 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이사 10명 중 9명이 여러 소위원회를 겹쳐 맡은 셈이다.

법정 필수위원회가 늘어나는 동안 이사회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데다 일부 금융지주는 여러 위원회를 독립이사 전원으로 구성하면서 겸임 수가 더 많아졌다.

◇총 244개 위원직 나눠 맡아…평균 4.44개

theBoard는 자체 평가 툴을 활용해 주요 금융회사 53곳을 대상으로 '2026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발간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2025년도 사업보고서 등을 토대로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영역을 평가했다.

상장 금융지주 7곳(하나·신한·KB·우리·iM·JB·BNK)은 독립이사가 맡은 소위원회(상설 위원회 기준) 수를 묻는 문항에서 전원이 1점을 받았다. 4개 이상을 맡은 독립이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최하점인 1점을 부여했다.

2025년 말 기준 독립이사별 위원회 소속 현황을 집계한 결과 우리금융의 1인당 겸임 수가 평균 5.43개로 가장 많았다. iM금융이 5개, BNK금융이 4.86개, KB금융이 4.71개로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은 4.22개, JB금융은 4개였다. 신한금융만 평균 3.33개로 4개를 밑돌았다.

7개사 독립이사 55명이 맡은 위원회 자리는 모두 244개로, 1인당 평균 4.44개였다. 4개 이상을 겸임하는 인원은 49명으로 89%에 이르렀다. 5개 이상을 맡은 이사는 26명이었고 이 가운데 6개를 맡은 이사는 8명이었다.


◇위원회는 늘었는데 이사는 그대로

겸임이 늘어나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지주에 이사회 내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규정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가 법정 필수위원회이고, 2024년 법 개정으로 내부통제위원회까지 더해졌다. 법이 강제하는 위원회만 5개다. 여기에 각 지주가 ESG위원회 등을 자율적으로 두면서 위원회 수는 많게는 9개에 이른다.

위원회 상당수를 독립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점도 부담을 키운다. 법정 설치 대상 위원회는 위원의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이보다 엄격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독립이사로 둬야 한다. 다른 위원회 역시 경영진 견제와 독립성 확보를 위해 독립이사 중심으로 구성된다. 반면 7개 금융지주의 독립이사는 7~9명에 그친다. 채워야 할 위원회 자리는 수십 개인데 이를 나눠 맡을 독립이사는 한 자릿수인 구조다.

다만 위원회 수가 많다고 반드시 1인당 겸임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사를 얼마나 많은 위원회에 배치하느냐가 부담을 가른다. 우리금융은 이사회 내 위원회가 7개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적지만 독립이사 7명의 평균 겸임 수는 가장 많았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경영위원회에 독립이사 7명 전원이 들어가 있다. 이영섭·김춘수·김영훈·이강행·윤인섭 이사 5명은 각각 6개 위원회에 소속돼 활동 중이다.

JB금융의 경우 독립이사 9명이 모두 정확히 4개씩 맡아 개인별 편차가 없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ESG위원회에 독립이사 9명 전원이 들어가고, 나머지 감사·리스크관리·보상·내부통제위원회를 나눠 맡는 방식이다.

◇신한만 평균 3개대…'전원 참여' 위원회 없어

신한금융은 독립이사 9명이 8개 위원회를 평균 3.33개씩 나눠 맡았다. 위원회 수는 평균 수준이지만 이를 담당할 독립이사가 상대적으로 많고, 위원회별 구성 인원도 3~5명이다. 독립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한 곳도 없다. 그 결과 9명 중 6명은 3개 위원회만 맡았다.

다만 신한금융도 최하점은 피하지 못했다. 곽수근·배훈·최영권 이사가 각각 4개 위원회에 소속됐기 때문이다.

소위원회 겸임이 많다고 곧바로 활동의 충실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위원회 간 정보 공유와 의사결정의 연속성 측면에서는 겸임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사와 위험관리, 보상, 승계, 내부통제처럼 성격이 다른 위원회를 한 사람이 5~6개씩 맡으면 안건 검토 시간이 분산되고 위원회별 전문성이 희석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