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코젠의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신용철 회장이 소액주주들의 의해 사내이사에서 해임됐다. 2013년 코스닥 상장 때부터 창업주의 지분율이 낮은 데다 메자닌 등 주식연계 자금조달로 지분이 계속 희석되면서 지배력이 약화됐다.
창업주의 편을 들어줄 5% 이상 기관투자자 우군은 물론 자기주식도 거의 없어 오너의 경영권 방어벽이 취약했다. 게다가 의결권 위임 플랫폼을 통해 보다 쉽게 소액주주들이 결집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액주주 결집해 아미코젠 창업주 해임, 낮은 지분율이 치명적 아미코젠이 지난달 26일 인천 송도 사옥에서 개최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안이 가결됐다. 이날 출석한 의결권주는 전체 의결권 주식(5450만5158주)의 68.27%다. 그 중 3000만주에 달하는 의결권이 신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에 찬성했다.
상법상 상장사의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과 출석주주의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작년 상반기 기준 아미코젠의 발행주식총수는 5501만8347주로 3000만주라면 절반 이상이며 출석주주 3분의 2를 넘는다.
소액주주가 특별결의 요건에 충족할 만한 의결권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재계에서 창업주가 소액주주에게 해임되는 일이 굉장히 드문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아미코젠의 오너 해임은 3가지 요인이 겹쳤기에 가능했다.
첫째는 신 회장의 낮은 지분율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12.6%,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아도 13.08%다. 특별결의 저지선(33.4%)에 크게 미달한다. 신 회장은 아미코젠의 코스닥 상장 직후였던 2013년에 지분 20% 수준이었다. 이후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장내에서 매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2021년 지분율은 15%대로 내려왔다. 여기에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투자자가 보통주 전환권을 청구하면서 지분은 더 희석됐다.
현재는 담보로 맡기 주식도 반대매매가 실현되면서 지분은 더 떨어졌다. 지난달 26일 공시에 따르면 신 회장이 보유한 아미코젠 지분은 8.23%로 하락했다. 보통주 240만4583주(발행주식 총수의 4.37%)가 매각된 탓이다. 증권사들로부터 받은 주식담보대출 52억5000만원을 갚지 못하면서 담보실행에 따른 매매가 이뤄졌다.
◇0.3%에 불과한 자사주, '백기사'할 만한 기관투자가도 없어 오너의 지분율이 낮을 경우 자기주식 통해 보강할 수도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약되지만 우군과 지분교환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미코젠은 그러지 못했다. 자사주가 0.3%(20만2129주)에 불과했다. 우군과 교환해 의결권을 되살려도 도움이 되지 못할 수준이다.
도움이 될 기관투자가도 많지 않았다. 현재 아미코젠에서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신 회장이 유일하다. 한때 8% 넘게 가졌던 DS자산운용은 작년 1월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1년 지분을 5.09%에서 4.99%로 낮춰 공시
대상을 피했으며 비슷한 시기 국민연금도 5.07%에서 4.04%로 지분을 줄였다. DS자산운용 관계자는 "과거 CB(전환사채) 투자했다가 중간에 풋옵션을 행사해 엑시트했다"며 "당시에는 거버넌스 이슈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인은 의결권 대행 플랫폼의 등장이다. 이전에는 의결권 위임 대리업체가 주주 명부를 들고 일일이 찾아가 위임장을 받아야 했기에 수억원이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액트, 헤이홀더 등의 플랫폼을 통해 앱으로 신분확인과 의결권 위임이 끝난다. 비용은 수백만원대로 알려졌다. 아미코젠 주총에서 플랫폼을 통해 결집된 소액주주 지분율이 30%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