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웅진이 지금까지 독립이사
대상 교육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과 역할이 한층 강화됐지만 웅진은 독립이사 교육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오너 중심의 이사회 운영 구조에서는 독립이사 역량 강화를 위한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웅진 이사회는 최대주주 측에 자사주를 지급하는 안건 등을 별다른 이견 없이 의결해 왔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 5조원 이상 공시
대상 기업집단 102곳 중 독립이사 교육 이력이 전혀 없는 곳은 웅진이 유일했다. 웅진은 2008년 독립이사
대상 교육 여부를 정기보고서 상 적시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관련 교육 실시 이력을 기재한 바 없다. 최근 독립이사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대기업 집단 지주사는
삼천리와
코오롱,
효성,
DB 등이 있지만 교육 자체를 실시하지 않은 곳은 드물었다.
웅진이 독립이사
대상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독립이사가 이미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주요사항에 대해서는 필요시 내용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웅진 이사회 내 독립이사는 이석우 변희찬 독립이사 등 2명이다. 이 독립이사는 금융감독원 감사실 국장 출신으로 현재 고려신용정보 감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고 변 독립이사는 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 독립이사는 과거 여러 상장사에 적을 둔 바 있지만 그가 몸 담았던 기업 사업보고서 상 이사회 관련 교육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변 독립이사의 경우 과거 코스닥 상장사 제이씨케미칼 등에서 독립이사로 활동했지만 그 역시 재임 기간 별도 이사회 교육을 제공받은 기록은 전무했다. 현재 웅진은 이사회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지원조직을 두고 있지 않고 내부 금융팀으로 하여금 관련 업무를 겸직하게 하고 있다.
독립이사 교육은 법적 의무가 아니다.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이사 교육 내용을 공시하지 않는 경우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 '원칙준수 혹은 예외설명' 방식이 적용된다. 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 이사 역할과 책임이 강화되면서 상장사 이사 재교육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사들은 각종 시장 규제를 비롯해 회사 안팎 사정 등을 학습함으로써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선 웅진 이사회 내 독립이사 교육이 부재한 것은 이사회가 오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웅진의 경우 창업주 윤석금 회장 아들 윤새봄 대표가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윤 대표는 산하 계열사 이사직을 겸하면서 주 사업 상당 부분에 관여하고 있다. 이사회 안에서도 오너 체제가 확고학 때문에 독립이사 역량 강화를 도모할 필요를 느끼고 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법 상 임기가 정해져 있는 독립이사가 오너 기업 이사회에서 자기 의견을 소신 발언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기존 역할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독립이사 교육은 독립이사 의지뿐 아니라 대개 회사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교육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회사가 이사회 역할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단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웅진은 올초 자사주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 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3월 웅진은 자사주 221만1634주 중 33.8%에 해당하는 74만7125주를 윤새봄 이수영 등 두 대표이사에게 RSU 형태로 지급했다. 윤 대표가 57만4712주를 수령했고 이 대표는 17만2413주를 수령했다. 개정 상법은 기존 자사주를 기본 소각하고 임직원
대상 주식 지급 등 예외적 이유가 있을 때 보유 처분이 가능케 했다.
윤새봄 대표에게 자사주를 지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웅진은 202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도합 4차례에 걸쳐 360만5893주를 수령했다. 같은 기간 이 대표는 40만6058주를 받았다. 주식 처분은 이사회 결의 사항이다. 사내이사 4명과 독립이사 2명 등으로 구성돼 있는 웅진 이사회는 사내이사 위주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실제 자사주 처분 과정에서 별다른 이견이 제기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독립이사가 전문성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자사주 지급 과정에서도 보다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임직원 주식 보상으로 활용하면 소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을 만든 건 전체 주주 이익을 고려하라는 의미"라면서 "자사주 상당량을 최대주주에 지급해 처분하는 행위는 오너가 지배력 확대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계열사별로 분위기는 다르다. 웅진씽크빅은 독립이사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고 올초 자사주를 소각했다. 이사회에는 전문경영인 윤승현 대표와 최일동 기타비상무이사, 독립이사 3명까지 총 5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윤 대표는 지난 3월 현재 회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웅진 관계자는 "이사회를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독립이사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