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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존 이사회 점검

정치인 출신 연속 기용, 비비안 조지훈 사외이사 후임은

2019년 이후 3번 연속 사외이사 중도 이탈, 후임 선임 이력에 촉각

이돈섭 기자

2025-07-15 14:26:00

편집자주

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그 대가로 상장사 이사회는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각종 공시 의무 등이다. 다만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의무강도가 약하며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회색지대(Gray Zone)'에 존재하는 이들 기업의 이사회를 면밀히 살펴본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비비안이 신임 사외이사 모색에 나섰다. 2023년 초 이사회에 입성한 4선 시의원 출신 사외이사가 최근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힌 데 따른 조치다. 비비안은 최근 수년 간 정치인 위주의 사외이사진을 꾸려온 만큼, 후임 사외이사 역시 정치인을 영입할 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치인 출신 사외이사 기용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비비안은 2020년 이후 줄곧 적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조지훈 비비안 사외이사(사진)가 일신상 이유로 사외이사직을 내려놨다. 2023년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지 2년여 만이다. 전주시의회 4선 의원 출신으로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으로도 근무한 조 사외이사는 내년 전주시장 출마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외이사는 최근 더벨과의 통화에서 "이사회 합류 때 생각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 간 간극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비안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위주로 구성돼 있다. 지난 3월 말 비비안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 등 6명의 이사로 꾸려져 있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이견을 낼 순 있어도 실제 해당 안건을 부결시키기에는 힘이 달리는 구조였다. 조 사외이사는 2023년 사외이사 선임 이후 지난해 말까지 2년 이사회 참석률 100%를 기록했고 모든 이사회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비비안 사외이사가 중도 사임한 경우는 수차례 있었다. 2019년 말 선임된 이태형 전 사외이사는 3년 임기를 보장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초 일신상 이유로 사임했고 그 후임으로 선임된 검찰 출신 김영현 전 사외이사 역시 이듬해 9월 자진 사임했다. 김 전 사외이사 후임으로 이사회에 진입한 조 사외이사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최근 중도 사임했다. 3번 연속 사외이사 중도 사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사회는 곧 조 사외이사 후임 물색에 나설 전망이다. 자산 2조원 미만(지난해 말 개별 기준 자산 1741억원) 비비안은 이사 총수의 4분의 1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조 사외이사 사임으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사내이사 수를 줄이지 않는 한 사외이사를 최소 한 명 이상 추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국이다. 조 사외이사의 경우 정기주총 선임 전까지 6개월여에 걸친 이사 공백기간이 존재했다.

관건은 조 사외이사 후임에 정치인 출신 인사를 재영입할 지에 대한 여부다. 비비안은 2019년 장영달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뒤 정치인 출신을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장영달 전 사외이사는 14~17대 국회에서 활동한 4선 국회의원 출신 인물로 13대 우석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2017년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아 벌금형을 받았다.

장 전 사외이사가 지난 3월 6년 임기를 마치자 김방림 사외이사가 그 후임 자리를 차지했다. 김 사외이사는 16대 국회의원(2000년~2004년)을 지낸 인물로 현재 세계여성정치연맹총재를 맡고 있다. 김 사외이사는 16대 국회에서 장 전 사외이사와 같은 새천년민주당 소속이기도 했다. 비비안 이사회는 이사회 산하 별도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없이 이사회 자체적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고 있다.

김 사외이사는 비비안 모회사 쌍방울 이사회에서도 재직했다. 모회사 이사회에서 근무한 인사가 계열사 이사회에 다시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쌍방울도 이화영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정치인 출신 인사 기용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전 사외이사는 최근 불법 대북 송금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전 사외이사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과거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상장사가 회사 평판 관리 차원에서 사회 유력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하곤 하는데, 정치인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면서 "사외이사 주요 역할이 경영진을 견제 감독하면서 이사회 경영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는 데 있는데, 정치인 출신 사외이사의 경우 선거에 출마하면서 중도 이탈하는 경우도 많고 경영 전문성도 없어 적합성 여부에 의문이 따르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치인 출신 인사를 이사회에 기용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코스피 시장에서만 HD현대일렉트릭(전순옥 전 19대 국회의원)과 강원랜드(권순영 전 고양시의원), 대성홀딩스(오세정 전 20대 국회의원), 대유에이텍(이훈 전 20대 국회의원), 삼성중공업(윤상직 전 전 20대 국회의원), 아시아나IDT(이종훈 전 19대 국회의원), 풀무원(원혜영 전 14, 17~20대 국회의원) 등 14개 상장사가 정치인 출신을 이사회에 영입했다.

언더웨어 제조와 유통에 주력하는 비비안은 최근 잇따른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20년 이후 줄곧 마이너스 행보를 기록하고 있다. 비비안은 2년 전 조 전 사외이사 선임 당시 그에 대해 '정부 관료 출신으로 행정 분야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어 사외이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충분한 능력과 자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비비안은 올초 약 12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