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금융투자협회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일반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OCI홀딩스와
에스엘 두 회사다. 지난 10월 금투협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현승 LHS자산운용 회장(
사진)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곳이다. 이 후보가 금투협회장으로 당선될 경우 두 코스피 상장사 사외이사 겸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후보 당선 여부에 따라 두 상장사의 이사회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현승 협회장 후보의 이력은 화려하다. 행시 32회로 관료 생활을 시작한 그는 10여 년 뒤 공직 사회를 떠나
SK증권과 현대자산운용, 코람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에서 16년 간 대표로 활동했다. 지난해
OCI홀딩스와
에스엘 등 두 코스피 상장사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같은 해 10월 LHS자산운용을 설립해 스스로 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이 후보가 가진 직함은 LHS운용 회장과 두 기업의 사외이사까지 3개인 셈이다.
지난달 이 후보는 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직된 규제환경 개선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확대, 디지털 자산시장 활성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금투협회는 협회장 선거 출마 지원서 접수를 지난 19일 마감했는데 이 후보 외에도 서유석 현 협회장을 비롯해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는 내달 초 숏리스트를 구성하고 내달 중순 총회에서 투표를 실시한다.
관건은 이 후보가 협회장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우 그가 현재 맡고 있는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최대 두 곳 회사에서 등기이사직을 겸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투협회는 일종의 비영리법인으로 현행법상 회사에 해당하지 않아 협회장(등기이사)으로 취임하더라도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 다만 협회 내부규정 상 협회 임직원은 타사 임원직을 겸직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과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협회장으로 활동한 황영기 전 회장의 경우 협회장 선거 기간 코스피 상장사 대교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첫 임기 만료를 끝으로 해당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황건호 초대 회장부터 현재 서유석 회장까지 협회장 재직 기간 타 기업 임원을 겸직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전직 회장들의 사외이사 경력은 대부분 협회장 임기를 마친 뒤 쌓였다.
금투협 관계자는 "현재 서유석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힌 상태인데 현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도 협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거 현직 회장이 연임을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협회 안에서도 뚜렷한 답이 없는 상태"라며 "현행법 상 두 기업 사외이사직과 비영리법인 대표직을 동시에 맡는 게 위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겸직 시 이해상충 문제 등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OCI홀딩스와
에스엘 등 두 상장사 입장에서는 이번 협회장 선거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OCI홀딩스와
에스엘 모두 지난 9월 말 별도 기준 자산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로 이사회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두 기업 모두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사내외이사 중 한 명이라도 사임할 경우 현행법이 요구하는 이사회 구성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서치펌 관계자는 "빠른 곳은 연말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리는 곳도 있는데 연말에야 협회장 선거 결과가 나오면 두 기업 입장에선 후임 인사에 급하게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시장 내 공직 경험과 경영 경험을 두루 갖춘 인사가 그렇게 많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가 작년 한해 두 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해 받은 보수는 총 1억원이다. 작년 한해 협회장 보수는 7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