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코스닥 톱티어

'모범생' HK이노엔, 거버넌스 개선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

⑦분할 시작으로 인수 합병 상장 등 거치면서 거버넌스 체계 고도화 호평

이돈섭 기자

2025-12-22 14:27:39

편집자주

코스닥 상장사 거버넌스는 열악하다. theBoard가 올해 실시한 상장사 이사회 평가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든 기업은 1곳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거버넌스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온 기업도 있다. 오너의 의지, 주주 구성, 사업 성격 등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을 벌여온 기업들이다. theBoard는 코스닥 시장에서 찾은 거버넌스 우수 톱티어 기업을 발굴해 소개한다.
기업 인수 합병으로 주인이 바뀐 것을 계기로 거버넌스가 체계화 절차를 밟게 된 코스닥 상장사도 적지 않다. 숙취해소제 컨디션과 헛개수 등을 제조하는 HK이노엔이 대표적 사례다.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로 출발한 이 기업은 분할과 인수, 합병, 상장 등 다양한 절차를 거치면서 지금의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웬만한 코스피 대형 상장사 못지 않은 거버넌스를 구축한 데는 그룹 뿐 아니라 경영진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 분할과 인수, 합병 그리고 상장…거버넌스 업그레이드

코스피 상장사 HK이노엔의 모체는 1984년 설립된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다. CJ제일제당은 2014년 제약사업부를 분할해 CJ헬스케어를 출범시켰는데 CJ헬스케어는 2018년 한국콜마 산하 씨케이엠에 인수됐다. CJ헬스케어는 2020년 씨케이엠을 흡수 합병해 지금의 진용을 갖췄고 이듬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눈에 띄는 점은 현행법이 요구하는 요건 이상의 거버넌스 체제를 자발적으로 구축해 왔다는 점이다.

HK이노엔 자산총액은 올 3분기 들어 2조원을 넘어섰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비롯해 감사위원회 등 소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HK이노엔은 4년여 전 코스닥 시장 상장 시 자산 규모가 2조원 이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외이사 비중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고 다양한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거버넌스 운영 측면에서도 눈길을 끈다. HK이노엔은 2023년 성균관대 약학대 교수 출신 손여원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고 같은 시기 이사회 및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자기평가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작년 한해 이사회 활동 평가 평점은 5.0점 만점에 4.9점, 사외이사 활동 평가는 5.0점 만점에 4.6점을 기록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매년 자발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눈에 띄는 점은 HK이노엔 거버넌스가 일부 계열사 수준보다 선진화됐다는 점이다. HK이노엔콜마홀딩스한국콜마HK이노엔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하에 자리잡고 있는데 한국콜마는 오너 일가 윤상현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또 다른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자산 1조원 규모 한국콜마는 사내이사 위주(사외이사 비중 42.8%)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콜마그룹 산하에 편입되면서 거버넌스가 체계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CJ헬스케어 시절부터 줄곧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곽달원 대표(사진)의 영향력을 호평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곽 대표는 2022년 대표로 승진해 3년째 HK이노엔을 이끌고 있다. 한국ESG기준원 등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이 책정한 HK이노엔 ESG 등급은 A 수준이며 서스틴베스트 평가에서는 4년 연속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 적극적 주주환원, 내년 이사회 전면 개편 초읽기

주주환원 정책에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HK이노엔은 상장 직후인 2022년 242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이듬해 이를 전량 소각한 바 있다. 작년 한해 주당 350원씩 총 100억원을 결산 배당하면서 4년 연속 결산 배당 기록을 세웠다. 평균 배당수익률은 0.8% 수준이었다. 작년 한해 순이익은 616억원을 기록, 상장 이후 4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초 3만원대였던 주가는 꾸준히 상승, 현재 5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선보인 점도 호평을 샀다. HK이노엔은 지난해 12월 말 투자 지표과 거버넌스 개선을 두 기둥으로 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PBR을 1.7배 이상 확대하고 같은 시기 ROE를 6.5%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배당성향을 최소 15% 이상 유지한다는 것. 지배구조 핵심지표 항목 준수율 개선과 외국인 투자자 IR 활동 강화 등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지금까지 HK이노엔 이사회를 이끌어온 사외이사진은 내년 상법 상 최대 임기 6년을 모두 채우게 된다. 한국콜마는 2018년 CJ헬스케어를 인수한 직후 주로 금융투자업계 인사를 영입해 이사회를 구축했는데 2021년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이사진을 전면 개편, 현재 사외이사진을 구성했다. 현재 사외이사진에는 현직 의사(문병인)와 변호사(박재석), 교수(손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HK이노엔은 표면상 사외이사로 구성한 사추위가 신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주도하고 있지만 그룹 오너 일가인 윤상현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콜마 지분이 43% 수준으로 이사 선임 등 주총 일반결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룹 차원 선택적 사외이사 선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작년 한해 HK이노엔이 사외이사 한 명에 지급한 보수는 3600만원 수준이었다.

HK이노엔이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주총 개최 4주 전에 소집공고를 실시하고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임원 선임 스크리닝 고도화 작업과 집중투표제 채택이 이뤄지는 경우 지배구조 보고서 준수율을 100%로 끌어올릴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준수율이 높다는 것은 거버넌스 투명성 확보 작업에 기업이 공을 들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