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거버넌스는 열악하다. theBoard가 올해 실시한 상장사 이사회 평가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든 기업은 1곳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거버넌스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온 기업도 있다. 오너의 의지, 주주 구성, 사업 성격 등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을 벌여온 기업들이다. theBoard는 코스닥 시장에서 찾은 거버넌스 우수 톱티어 기업을 발굴해 소개한다.
매일유업은 오너 기업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거버넌스 선진화를 꾸준히 추구해 온 코스닥 상장사다. 오너 일가 일원인 김선희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축돼 있는데 자발적으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고 이사회 운영을 체계화해온 그간의 이력이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오너가 지분 증여 이슈가 남아있어 거버넌스에 상당한 변화가 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 타사 이사회 의장 겸직한 김선희 대표, 이사회 경영 주력
매일유업은 매일홀딩스 산하의 F&B 기업이다. 매일유업은 2017년 5월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 조직을 별도 법인(현 매일유업)으로 출범시켰고 존속법인은 매일홀딩스로 사명을 바꿔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오너가 2세인 김정완 회장과 김 회장 일가가 매일홀딩스를 지배하고 매일홀딩스가 매일유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한 게 이 때다. 매일홀딩스 산하에는 17개 상장·비상장사가 포진했다.
매일유업은 분할 출범 당시 매일홀딩스 소속의 사외이사 일부를 흡수해 초기 이사회를 구성했고 그 이듬해 사외이사진을 새로 추가 기용하면서 사외이사 위주의 이사회를 구축했다. 인적분할 후 매일유업 CEO 자리에 앉은 이는 김 회장의 사촌 동생인 김선희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현재까지 매일유업 사내이사 자리를 지키면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 등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기도 하다. [이미지=SK]
김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직도 겸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유업 측은 김 부회장의 의장 선임 사유에 대해 '사외이사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이사회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관련 법령 및 내부규정에 따른 역할과 책임을 적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기업 상당수가 경영 효율성 추구를 이유로 드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사실 김 부회장 스스로가 현직 CEO로는 드물게 타 기업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현재 SK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SK는 2020년 김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기용하면서 그의 경영 전문성에 주목했다. 김 부회장은 과거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SK에서 배운 것들을 매일유업에 적용키도 하고 그 반대로 매일유업 효율적 업무 운영을 SK에 건의하기도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매일유업 이사회는 인적분할 이후 꾸준히 고도화 작업을 밟아왔다. 지난 9월 말 매일유업 별도기준 자산총액은 약 1조원. 2조원 미만 상장사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25% 이상으로 유지하고 이사회 산하에 별도 소위원회를 설치할 의무가 없지만 매일유업 이사회는 이사회 내 57%를 사외이사로 채우고 있고 이사회 산하에 ESG경영위원회를 비롯해 다양한 소위원회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 PBR 0.4배 수준 불과…오너 기업 한계 노출
이사회 구성원 면면도 다양하다. 2017년 인적분할 이후 현재까지 매일유업 이사회를 거친 사외이사는 10명인데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대학교수 출신과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인사, 전직 관료, 경영인들이 두루 포진해 특정 업종 출신 인사에 쏠리지 않았으며 성별 다양성도 확보했다. 2019년 전후로 장기투자를 추구하는 자산운용사 펀드가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것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외부 거버넌스 평가 기관의 점수도 후한 편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최근 4년 연속 매일유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A로 책정하고 있다. 김 부회장을 비롯 오너 일가 일원들이 책임 경영 차원에서 꾸준히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점을 비롯해 지난 9월 전후 분할 이후 처음으로 주주환원 강화 차원에서 11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것도 시장에선 긍정적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현재 주가 수준이 주주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일 매일유업 주가는 주당 3만6400원(액면가 500원)에 거래됐는데 이에 기반한 시총은 2782억원 수준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3배로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매일유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발행주식의 7.6% 수준으로 적극적인 환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유구조 차원에선 향후 최대주주의 주식 증여 방법에 눈길이 쏠린다.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의 장남 김오영 씨는 현재 매일유업 경영혁실실장(전무)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김 전무가 가진 지분은 0.03%에 불과하다. 김 회장과 김 회장의 모친 김인순 전 대표는 현재 매일홀딩스 지분 52.5%를 갖고 있는데 이를 언제 자녀들에게 증여할지 관건이다. 현재 매일홀딩스의 PBR 역시 0.34배에 불과하다.
시장 관계자는 "이사회 운영은 결국 주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이슈가 남아있는 경우 주가 추이 변화를 이사회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매일홀딩스와 특별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매일유업 지분은 52.6% 수준이다. 오너 일가가 이사와 감사 선임, 배당 결정 등을 결정하는 주총 일반결의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