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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이사회 계보 분석

오너십 승계 속 이사회 변천…김남구 회장 지배력 강화 코드

[한국투자금융지주]①동원금융지주 사장부터 시작한 경영승계…오너십+2인자 육성으로 안정화

김태영 기자

2026-03-12 16:08:21

편집자주

금융지주 이사회를 두고 자기 사람과 이너서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는 늘 이사진을 선임하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인물들의 과거 연혁, 경영진과의 교집합과 임기 사이클을 살펴보면 회장과 이사회가 운명공동체라는 의혹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그동안 어떤 뿌리에서 내려와 어떻게 구축돼 왔을까. 금융과 법률, 공공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포진하는 데도 왜 그 적정성을 공격받나. 더벨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의 면면과 인선 경로, 주요 경영진과의 연결고리 등을 따라가 금융지주 이너서클이 실존하는지, 실존한다면 어떻게 구축돼 있는지를 역추적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은행 계열 금융지주와 달리 오너십이 확고한 지배구조를 보인다. 은행계열 금융지주는 소유가 분산돼 있고 회장과 이사회 구성이 주기적으로 바뀐다. 금융지주의 경영권이 이사회를 통해 회장의 참호를 구축하고 있다며 정책당국의 비판에 오르기도 한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은 확고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참호 구축 이상의 강력한 지배력을 갖춘 곳이다. 이사회를 통한 참호가 아니라 지분율을 통한 오너십과 그 승계 구도 속에 이사회가 변천해 왔다. 20여년간 진행된 한국금융지주의 이사회는 김남구 회장의 경영 승계와 지배력 강화란 코드로 이어졌다.

김남구 현 회장의 경우 동원금융지주 시절부터 사장직을 맡으며 그룹내 2인자로 장기간에 걸쳐 경영 승계를 준비해왔다. 초기엔 선대 김재철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회장직을 맡기고 2인자 역할을 맡는 과도기도 있었다. 현 체제는 김남구 회장의 확고한 지배력 하에 2인자인 전문 경영인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오너 기업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 2003~05년 2인자 시기, 지주 역사상 가장 많았던 사내이사진

theBoard는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10대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원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동일 기능의 소위원회 포괄)의 계보를 전수조사했다. 분석 대상 기간은 각 지주의 이사회가 처음으로 구성된 때부터 2025년 말까지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전신인 동원금융지주 시절을 포함해 2003년부터 2025년 말까지의 데이터를 집계했다. 최근 이사회는 올해 3월 공시된 2025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참고했다. 한국투자금융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오너십과 사내 이사다. 사외이사의 역할은 오너십을 견제하고 경영 판단에 다양성을 주는 역할이 주를 이룬다. 사내이사와 오너십 승계가 이사회를 이해하는 데 더 중요한 이유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는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이 지주를 이끌던 시기다. 동원금융지주 시절로 장자인 김남구 현 회장은 이 당시 사내이사진 가운데 2인자로,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 당시 사내이사 구성을 보면 김재철 회장과 김남구 대표이사, 함기수 사내이사와 김주원 사내이사의 4명으로 이뤄졌다. 지주 역사상 사내이사의 규모가 가장 컸던 시기다.

이 가운데 함기수 이사는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으로 감사원 부감사관, 동양섬유산업 대표, 동원산업 감사 등을 거쳤다. 김주원 이사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공인회계사로 동원증권 이사와 동원창업투자(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이후에는 김남구 회장 뒤를 잇는 지주 2인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2005년은 지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동원증권과 합병시키면서 본격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출범한다. 지주의 이름도 현재의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바뀌었다. 이때 김재철 회장이 지주 이사회에서 물러나면서 사내이사진은 3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김재철 창업주(왼쪽)와 장승우 전 회장.

◇ 2006~2008년 승계 과도기, 사내이사진에 장승우 회장

김남구 현 회장은 곧바로 회장직을 이어받지 않았다. 장승우 전 회장이 잠시 지주 회장을 맡는 과도기를 거쳤다.

장승우 전 회장은 제 7회 고등고시 행정과를 합격한 뒤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제4대 통계청장, 제3대 기획예산처장관, 제12대 해양수산부장관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함기수 전 이사의 후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2006년부터 지주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지주 사내이사진은 장승우 회장, 김남구 대표이사 사장, 김주원 부사장으로 줄곧 유지됐다. 김남구 회장은 다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있으면서 외부 인사에게 회장을 맡기는 과도기 형태를 보인 셈이다.

장승우 전 회장은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모두 고위직을 역임하면서 진영 관계없이 두루 인정을 받았던 인물이다. 지주와의 인연은 명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고향이 전라남도로 김재철 창업자와 같으며 해수부 장차관을 거치면서 동원그룹과의 접점을 쌓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동원그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본격적으로 금융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다지고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해 나갔다. 김남구 회장의 승계를 위한 정지 작업의 시기로 볼 수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 2009년 이후 본격 승계기 오너와 2인자 사내이사 체제 공고화

2009년 장승우 전 회장이 물러나고 김남구 대표이사가 그룹 오너십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내이사진은 김남구 대표이사와 김주원 부사장의 2인 체제로 오랫 동안 유지됐다. 그러면서 ‘오너와 지주 내 2인자’의 2명으로 이루어진 한국투자금융지주만의 독특한 사내이사 구조가 점차 자리잡게 된다.

김 회장은 당시 한동안 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뒀다. 선대 김재철 회장의 자리를 남겨두고 본인은 지주 부회장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했다. 2011년 김남구 대표이사는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주사를 지휘했다. 이때 김주원 부사장도 사장으로 진급했다.

위 2명의 사내이사 체제가 줄곧 지속되다가 2016~17년 한 차례 변동을 겪는다. 이때 이강행 부사장이 사내이사에 합류하면서 3인 체제가 만들어졌다. 당시 지주는 카카오뱅크 출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김주원 사장이 카카오뱅크 초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김남구 당시 부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에 공백이 불가피해지자 사내이사를 한 명 더 늘린 것이다.

이후 2018년에 김주원 사장이 지주사 미등기 임원으로 물러나고 김남구 부회장과 승진한 이강행 사장의 2인 사내이사 체제가 돌아온다. 이 체제가 줄곧 유지되던 와중인 2020년 김남구 부회장이 결국 지주 회장에 오르면서 승계가 마무리됐다.

2021년까지 사내이사는 김남구 회장과 이강행 사장이다. 이후 2022년 김남구 회장과 오태균 사장의 2인 사내이사 체제로 바뀐 뒤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김남구 회장 체제에서 사내이사진의 주된 특징으로 2인자 자리를 맡던 인물들은 주로 부사장과 사장 직함으로 사내이사에 등기된다는 것이다. 김주원, 이강행 등 전직 사내이사들은 부회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이사회에서는 물러나는 패턴을 보인다.

한편 한투지주는 2025년 9월말 기준 최대주주인 김남구 회장이 2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 김동윤씨 지분은 0.6%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은 13.77%이고 소액주주 지분은 60.27%이다. 오너십과 함께 경영 승계까지 마무리하며 김남구 회장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김남구 회장 체제 아래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산 약 136조원(2025년 말 기준), 2025년 연간 순이익 2조원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김남구 회장이 1인자로 올라선 2009년의 자산 규모(약 13조원)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2003년 동원금융지주 시절 자산(약 1조원)과 비교하면 136배로 성장했다. 김남구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 아래에 지속적인 확장 전략을 편 결과물이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