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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이사회에 스며든 AI "상시적 감시체계 강해진다"

이종섭 SM엔터·위메이드맥스 사외이사 "전문성 가치 부각될 것"

이돈섭 기자

2026-06-12 13:12:18

인공지능(AI)이 이사회 안으로도 스며들고 있다. 일부 사외이사는 AI를 활용해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기업 리스크를 점검한다. 해외에선 AI를 이사회 멤버로 들이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AI는 기업 거버넌스 풍경을 어떻게 바꿔갈까. 최근 만난 이종섭 SM엔터테인먼트·위메이드맥스 사외이사(사진)는 이사 개인의 전문성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사회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재무금융 전공)로 재직 중인 이종섭 사외이사는 AI와 기업 의사결정 연구를 수행해 온 학자인 동시에 제조업과 금융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외이사를 맡아 온 현장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기업 이사회 내 AI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면서 AI 시대 기업 거버넌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인물로도 산학계 안팎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 "AI는 이사회의 대체재 아닌 증강재"

현재 AI는 여러 이사회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제무재표를 분석할 때 주석 구석구석을 살피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지만 AI에게 분석을 맡기면 불과 몇 초만에 쟁점을 파악해준다. 투자 전략을 세우거나 M&A 리스크를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탁월한 회계·재무 전문성을 갖췄다면 AI를 통해 이사회 활동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헤외에선 민간 투자회사나 벤처기업 등이 이사회에 AI를 앉히는 실험을 통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AI가 이사회 역할마저 대체할 수 있다는 일종의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외이사 생각은 달랐다. 이 사외이사는 AI는 어디까지나 이사회 증강재이지 대체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AI가 기업의 숨은 구조를 읽어내는 도구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사외이사는 "AI의 진짜 가치는 단순히 회의 자료를 요약하고 분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영진이 제시한 안건 뒤에 어떤 리스크가 숨어 있는지 다른 선택지는 없는지 점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 좋은 이사회는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조직이 아니라 왜 그런 답이 나왔는지 그 답이 기업가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검증하는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사외이사의 고질적 이슈로 꼽히는 정보 비대칭 문제도 AI를 통해 완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외이사는 상근 경영진보다 회사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각종 공시자료와 산업 데이터, 경쟁사 정보 등을 분석하면 경영진 설명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리스크 요소를 포착할 수 있다. 이사회의 상시적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주주 투자 행태를 분석해 단기 투자 성향 주주와 장기 투자 성향 주주를 구분해 투자자별 맞춤 소통 전략을 세우는 데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사외이사는 "과거 이사회는 경영진 보고를 받고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기업 외부에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사전 감시와 전략적 조언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AI 시대 사외이사 경쟁력은 '질문 능력'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견 쏠림 현상이다. 동일한 데이터와 유사 목표를 기반으로 AI가 학습을 이어갈 경우 비슷한 결론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 내 충분한 경험치와 이사 개인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AI 의존도가 심화될 경우 자칫 이사회 멤버 간 의견이 비슷해져 자칫 이사회 구성원 간 다양성을 확보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의견이 한쪽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다.

실제 해외에선 유사 연구 사례가 발표된 바 있다. AI 기반 펀드가 많아졌지만 이 펀드들이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종목을 선별하다보니 결국 같은 종목을 사고팔아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것. 이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외이사는 "중요한 사실은 AI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결론에 도달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감사 추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사회에 남는 건 전문성이다. 같은 AI 툴을 쓰더라도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어쨌거나 AI가 선보인 결과를 바탕으로 자기 의견을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 이사 책임 범위가 확대되면서 AI 활용 필요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많은 정보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서 AI가 의사결정 지원 도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AI를 활용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이 사외이사는 "정보통신 발전으로 기업은 앞으로 더 많은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과정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이사회 혁신이 필수적"이라면서 "일례로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역할과 책임이 커졌는데 AI 기술이 현실과 이상 사이 간극을 좁히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 이사회는 AI 기술을 도입하는 초입 단계에 있다는 진단이다. AI 자체를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활용하기보다 AI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기술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AI 거버넌스를 체계화하기 시작한 단계라는 의미다. 이 사외이사는 "데이터와 AI에 대한 이해와 산업 전문성과 재무적 판단력, AI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독립성이 이사회의 필수 역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