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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독립이사가 질문하자 이사회도 달라졌다"

김종식 변호사, 거래정지 기업에서 독립이사…"의결 정당성엔 절차적 보장 필요"

김지효 기자

2026-09-01 15:37:17

기업을 자문하는 변호사와 기업의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는 같은 회사를 보면서도 서 있는 자리가 다르다. 밖에서는 경영진의 판단을 검토하고 법적 위험을 짚었다면 이사회 안에서는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찬반을 결정해야 한다.

2008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김종식 법무법인 린 부대표변호사(사진)는 18년 가까이 M&A·기업자문 업무를 해왔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밖에서 들여다본 경험은 많았지만 직접 기업 내부에서 결정에 참여한 것은 주식 거래가 정지된 한 기업의 독립이사를 맡은 게 처음이었다.

◇첫 독립이사, 질문하자 대표가 찾아왔다
김 변호사가 독립이사 제안을 받은 회사는 당시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위험까지 놓인 상태였다. 회사는 외부에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사를 찾고 있었고 코스닥협회 독립이사 인력풀에 이름을 올려둔 김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김 변호사는 회사의 본업 자체는 건실하다고 판단했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막상 이사회에 들어가자 변호사로 기업을 자문할 때와는 다른 판단이 필요했다. 특히 새로운 경영진이 추진하는 신사업이나 투자가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특정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했다. 회사에 상근하지 않는 독립이사로서는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내부 사정을 모두 알기도 어려웠다. 김 변호사는 “단순히 배임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서 그 사업이 갖는 의미를 잘 이해해야 했다”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는 타이밍도 중요하고 경쟁사와 관계도 있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해되지 않는 안건에 대응하는 방법은 질문이었다.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다면 결론을 내리는 대신 논의를 미뤘다. 그러자 대표이사가 지방에서 직접 김 변호사의 서초동 사무실로 찾아와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와 기대 효과를 다시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대표이사는 여러 차례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김 변호사는 “여러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설명을 추가로 요구한 경우가 많았다”며 “사업을 추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다시 설명해주면 이해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사회는 독립이사가 과반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실제 의결 과정에서까지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내이사들과 같은 의견을 내는 독립이사가 1명만 있어도 가결에 필요한 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반대 의견을 가진 독립이사가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표결 단계에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려웠다.

이 경험을 통해 김 변호사는 독립이사의 숫자 못지않게 이사회 의장을 누가 맡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표결에 들어간 뒤 반대표를 던지는 것과 안건이 표결에 올라가기 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실제 김 변호사는 이사회 내 한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안건을 이사회에 넘기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는 “명백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거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의장이나 위원장이 절차적 권한을 발동시킬 수 있다”며 “이사회 의장을 독립이사로 두는 게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결과보다 과정, 독립이사가 지켜야 할 것

현재 김 변호사가 독립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나IDT에서는 첫 독립이사 때와는 다른 방식의 이사회 운영을 경험하고 있다. 첫 독립이사 활동에서는 필요한 자료와 설명을 먼저 요구해야 했다면 아시아나IDT에서는 독립이사의 의견을 받은 뒤 이를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김 변호사는 “이사회 멤버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되게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며 “부족한 부분을 시정해보자고 이야기하면 계속 피드백을 준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사회에서 오간 논의가 실제 의사록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이사들에게 다시 확인받는다. 내부통제와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에 대한 점검 결과도 주기적으로 독립이사들에게 따로 보고된다. 회사에 상근하지 않는 독립이사의 정보 한계를 절차적으로 보완하는 장치들이다.

김 변호사가 처음 독립이사로 합류한 기업은 결국 상장폐지됐다. 첫 독립이사 활동을 돌아보며 그가 확인한 것은 이사회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경계였다. 이사회의 의사결정 절차를 충실하게 만들었더라도 기업이 처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었다. 최대주주 변경 등 지배구조 문제를 이사회가 직접 바꾸기는 어려웠다. 본업이 건실한 만큼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정상화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결말이었다.

그렇다고 이사회까지 처음 모습 그대로 남은 것은 아니었다. 독립이사들이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요한 안건을 충분히 토론하고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은 점차 나아졌다. 오랫동안 이사회 업무를 지켜본 내부 담당자들도 독립이사들이 보강된 뒤 이사회가 이전보다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의결의 정당성은 절차적 보장 없이는 확보될 수 없다"고 말했다. 독립이사의 역할은 특정 결과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정보와 건강한 토론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과정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