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가 단순히 주주환원만 늘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성장이 줄어들면 배당을 많이 해야 하고 지금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넘어서는 투자처가 있으면 투자를 해서 성장률을 더 높여야 합니다. 재무제표에서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이 자본인 만큼 자본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자산과 부채를 모두 잘 관리한다는 뜻이고 결국 회사 자체를 좋아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민수아
DB손해보험 독립이사
(사진)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이사회에서 스스로 세운 판단 기준을 이같이 설명했다. 민 이사는 3월20일
DB손해보험 정기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제안 후보로 표 대결을 거쳐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국내 보험사에서 주주제안 후보가 표결로 감사위원에 오른 첫 사례다.
민 이사는 1996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주식운용팀에서 출발한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인피니티투자자문을 거쳐 2006년 삼성자산운용에 입사했고 2012년 회사의 첫 여성 본부장으로 밸류주식운용본부를 맡았다. 2017년 분사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서 밸류운용본부장과 운용총괄을 지낸 뒤 2022년 2월 대표이사에 올랐고 지난해 1월 물러났다. 독립이사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주제안으로 왔지만 독립이사"…2시간 잡힌 이사회가 3시간으로
민 이사는 독립이사 후보제안을 받기 이전에는 얼라인파트너스와 알던 사이가 아니었다. 그는 후보 제안을 받고 얼라인 측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요구 내용을 들었다.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로는 회사와 행동주의펀드,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 기본 원리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기업 임원들의 애환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임 가능성은 주총 직전까지도 낮게 봤다. 주총 전날 얼라인파트너스에서 외국인 주주 등의 찬성표가 많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주총장을 찾았다.
특정 주주의 대리인이라는 시선에는 선을 그었다. 민 이사는 "주주제안으로 들어갔지만 들어간 다음에는 법적인 독립이사"라며 "다만 추천한 주주가 제안한 것 중 합리적인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는 선임 이후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신 독립이사를 경험한 삼성그룹 임원 출신 선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사회 분위기는 민 이사가 선임되고 난 5개월 사이 달라졌다. 그는 "모든 안건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며 "지금은 다른 이사들도 여러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회의 시간이 이를 보여준다. 합류 초기에는 오전 11시에 이사회가 잡히면 11시 30분에 점심 일정이 따라붙었다. 지금은 그렇게 끝나는 경우가 없다. 민 이사는 "회사가 이사회 일정을 길게 잡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있었던 정기 이사회는 2시간을 잡아놨었는데 3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DB손해보험에 안건 자료를 이사회 7일 전에 달라고 요청해 받고 있다. 이사회 일주일 전에 자료를 받아볼 수 있도록 이사회 규정을 손질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지만 DB손보 측에서 이를 부담스러워 해 관철되지는 못했다.
◇"ROE가 가장 중요"…외형 대신 수익성 택한 밸류업
민 이사는 주주가치와 밀접한 지표를 묻자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의 이익률이 결국 주주가치인 만큼 자기자본이익률(ROE)가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달 28일 '2026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2030년까지 주주환원율을 연결기준 40%, 별도기준 50%로 올리고 주당배당금(DPS)을 매년 10% 이상 늘리는 내용이다. 기존 목표는 2028년 별도기준 35%였다.
연초부터 이사회에서는 이 숫자가 얼마나 달성 가능한지, 더 올릴 수는 없는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민 이사는 "회사가 회계법인 자문을 받아 성장과 비용, 배당가능이익 추이를 시뮬레이션했다"며 "이사회에서도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논의 초기에는 이사회 내에서도 온도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들 가운데 자사주 소각을 왜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는 "주주들이 만족할 상황은 아직 아니지만 방향은 확실히 바뀌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2조3000억원 정도가 투입된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 인수는 민 이사가 합류하기 전 이미 확정된 사안이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한 인수 배경과 밸류에이션도 질문했다. 민 이사는 "원칙적으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회사를 인수해 높이는 것이 좋은 인수합병(M&A)인데 이번은 반대였다"며 "그만큼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높여야 하는 책무가 경영진에게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상 회사 자체에 대해서는 "국내에는 별로 없는 특수보험이고 성장성과 경쟁력이 높아 인수 자체는 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내부거래위 이사로 DB Inc 거래 지적
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정관변경안은 출석 의결권의 60.8% 찬성에도 특별결의 요건에 막혀 부결됐다. 그럼에도 DB손보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고 민 이사는 위원을 맡고 있다.
첫 회의부터 DB아이엔씨와의 거래가 도마에 올랐다. 상표권과 정보기술(IT) 부문 매출이
대상이었다. 민 이사는 "DB Inc가 IT 부문을 인수하자마자 매출이 그쪽으로 많이 갔고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에게 배당이 많이 나갔다"며 "누가 봐도 이상한 구조여서 몇 시간 동안 토론했다"고 말했다.
결론은 현행 계약 유지였다. 오래전 발생한 거래인 데다 IT 시스템 안정성이 걸려 있어 지금 계약을 깨는 것이 회사에 더 불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대신 내년부터 새 계약이 있을 때 입찰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하고 내부거래위원회가 이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민 이사는 인공지능(AI) 도입으로 IT 시스템 변화가 커지는 만큼 책임 관계와 비용, 안정성을 함께 챙기되 입찰 과정을 투명하게 하라고 담당 임원에게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거래도 위원회를 거친다. 민 이사는 "최근에도 자회사에 자금을 넣는 건에서
DB손해보험 입장에서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는지를 두고 논의가 있었고 대표이사가 자회사와 더 논의해 검증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사주를 재단에 기부해 의결권이 되살아난 사례에 대해서도 앞으로 없도록 하고 자사주는 소각한다는 점을 공시하라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반면 감사위원회 역할에 대해서는 스스로 의문을 남겼다. 민 이사는 "감사위원은 상근이 아닌데 분기에 한 번 회계감사 보고서를 봐서 정말 문제가 생겼을 때 잡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며 "회사가 요청하면 자료는 주겠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기준을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위원회 역할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