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가 폐쇄적인 통과의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외부로부터 감시가 필요하다. 시장이나 주주가 이사진의 활동 내역과 의사결정 과정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이사회도 긴장한다. 정보를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이사회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래 역할을 건강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가 이사회의 △정보접근성을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평가 결과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 등 상장사는 대부분 △정보접근성 점수가 평균을 넘었지만
KB증권 등 비상장사는 대형사라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상장사 중에서는 중형사가 대형사를 제치는 사례도 많았다.
◇상장-비상장, 정보접근성에서 양극화…NH·KB '희비교차'
theBoard가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5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발간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연차보고서)와 2024년도 사업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자기자본 상위 15개 증권사를 포함해 주요 금융사 53곳이 평가
대상이다. 이사회의 △구성과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이 중 증권사 이사회 △정보접근성 부문은 몇 가지 특징을 보였다. 첫 번째는 대부분 집합적 정합성 확보를 위한 정책 운영 및 사후관리, 책무구조도에 대한 이사회 승인 내역을 묻는 항목에서 다수 감점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런 정책들에 제대로 대응하는 증권사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두 번째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점수 격차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상장사는 공시 의무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만큼 대부분 상위권에 랭크됐지만 비상장사는 자율적 공개 수준이 낮아 하위권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 사례가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다. 상장사인
NH투자증권은 이사회 △정보접근성 부문에서 24점을 기록해 1등에 올랐다. 2위와 격차도 4점으로 큰 편이다.
NH투자증권은 전체 7개 항목 중 4개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사회와 개별 이사의 활동 내역을 사업보고서와 지배구조보고서 등에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또 이사회에서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렸으며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후보도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비상장사인
KB증권은 이사회 △정보접근성 부문에서 13점을 기록해 최하위에 랭크됐다. 증권사 15곳이 해당 부문에서 평균 17점을 받았는데
KB증권의 점수는 여기에 못 미쳤다.
이사회 관련 공시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석률 관련 지표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거나 지배구조보고서 등에서는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 활동에 초점을 맞춰 개별 활동 내역이 공개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 관련 정보의 공개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에서 주로 점수가 깎였다.
비단
KB증권뿐만이 아니다. 비상장사 비중이 높은 대형 증권사 다수가 하위권에 포진했다. 실제로 이사회 △정보접근성 부문에서 공동 13위를 차지한 곳은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다. 이들의 점수는 각각 15점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투명성 역전’, 중형 증권사의 선전…대신증권 ‘주목’
이사회 △정보접근성 부문의 또다른 특징은 상장사 중에서도 대형사보다 중형사의 정보공개 수준이 더 높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장과의 신뢰 구축에 적극적인 일부 중형사는 이사회 활동을 상세히 공개하며 투명성 면에서 대형사를 오히려 앞서기도 했다.
대신증권과
교보증권,
현대차증권이 그런 예시다. 이사회 △정보접근성 부문에서
대신증권은 20점으로 2위,
교보증권과
현대차증권은 각각 19점을 기록해 공동 3위에 올랐다. 세 증권사는 공통적으로 이사회에 관한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대신증권이 특히 두드러진 요인은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해 투자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다.
대신증권은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하고 2025사업연도부터 2028사업연도까지 최소 주당배당금 1200원, 별도기준 배당성향 30~40%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뒤를 이은 것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이들의 점수는 18점으로 공동 5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