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여간 검사로 일하며 반부패수사부(옛 특별수사부)에서 수사를 많이 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저는 형사·법률 리스크 전문가죠. 기업 비리와 부패를 수사하며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대표 변호사로 일하면서 사외이사 활동에 시간을 쪼개 법률 리스크를 자문해 주고 있습니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 변호사(
사진)는 로백스를 설립(2월)한 2022년 유수홀딩스(3월)와 현대캐피탈(8월) 사외이사까지 맡았다. 한창 바쁜 시기에 두 기업 사외이사를 승낙한 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을 기회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백스는 기업·금융·정보기술(IT) 분야 자문·변론에 주력하는 '강소 로펌'을 지향한다.
김 대표 변호사가 두 기업 이사회에서 설정한 포지션은 조금 다르다. 유수홀딩스 이사회에서는 법률 전문가로서 '가드레일' 역할을 하면서 이사진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나 방안을 논의한다. 유수홀딩스(옛
한진해운홀딩스)는 싸이버로지텍(IT), 유수로지스틱스(물류)를 자회사로 두고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4780억원) 중 41%(1971억원)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이다.
현대캐피탈 이사회에서는 법률 리스크를 세세하게 살핀다. 비상장사이지만 금융사이기 때문에 작은 리스크 요인도 이사회에서 그냥 넘기지 않는다. 김 대표 변호사는 정보 보안부터 규제 대응, 소비자 보호, 컴플라이언스 체계에 빈틈이 없도록 리스크가 될만한 부분을 얘기해 준다.
김 대표 변호사는 "금융 관련 법률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현대캐피탈 이사회 때 체크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반부패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견고히 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유수홀딩스보다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도 많고 시간도 길다. 본 이사회 때 안건을 설명하면 시간 안에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외이사
대상 사전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한 번 이사회를 소집하면 12시간 이상 시간을 들여야 한다.
김 대표 변호사는 이사회에 법률 리스크를 제대로 얘기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수많은 기업 사건을 다루며 대부분의 위기가 불투명한 의사 결정에서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기업 법률 리스크는 보통 의사 결정 과정에서 생긴다"며 "이사회에서 정확하게 보고받고 숙고의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 변호사는 2019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을 퇴직하고 대형 로펌 송무 변호사로 출발하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검사 시절 경력은 화려하다. 원전비리수사단장, 대검찰청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 대검찰정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장·특수3부장을 거쳤다.
로백스를 기업 감사, 가상 자산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로펌으로 키울 자신이 있었다. 로백스는 △태광그룹 감사 업무 대행과 고소·고발 대리 △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사건 변론 △테라·루나 공동 창업자 신현성 전 티몬 의장 변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등 사건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변론 등을 수행했다.
김 대표 변호사는 유수홀딩스, 현대캐피탈 사외이사를 연임해 내후년까지 활동한다. 그는 "두 기업에 법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니 의사 결정이 정교해지고 리스크가 줄었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