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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포스트 캐즘 준비하는 에코프로비엠 이사회

투자업계 경험 살려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이기환 인하대 금융투자학과 교수

김형락 기자

2026-03-04 08:22:41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국면은 이차전지 소재기업에겐 리스크와 자본 효율성 관리 능력을 테스트받는 시기입니다. 웅크려 있지만 말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어야죠. 에코프로비엠 이사회는 단기 실적 방어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다음 사이클에 대비해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기환 인하대학교 금융투자학과 교수(사진)는 에코프로비엠 이사회에서 투자업계 실무 경험을 지닌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2023년 12월 임시주주총회 때 에코프로비엠 이사회와 5회 전환사채(4400억원, 이하 CB) 투자자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양측은 에코프로비엠 성장 단계에 맞는 이사회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이 교수를 찾았다.

이 교수는 이사회와 CB 투자자가 원하는 역할을 모두 소화할 적임자였다. 에코프로비엠 이사회는 장기 성장 전략과 재무 전략 사이 정합성을 높이는 역할을, CB 투자자는 시장 소통과 선제적 재무 리스크 관리를 이 교수에게 부탁했다.

오랜 기간 투자업계에서 활동한 이 교수는 자본 시장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삼성화재 증권팀(1990~2000년)과 국민연금 주식운용팀(2000~2003년)을 거쳐 와이즈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2003~2006년)를 맡았다. 이후 스팍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2006~2009년), 매지링크 인베스트먼트 부사장(2010~2011년), 엠벤처투자 부사장(2011~2012년)을 역임했다. 인하대 교수로 부임한 건 2018년이다.

에코프로비엠 이사회에서는 이차전지 업황 변동 대응 전략 수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기업들은 2024년부터 전기차 시황이 둔화하며 매출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폐지돼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이 교수는 "전기차 캐즘을 단기 수요 둔화 문제로만 보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 추세에서 산업 사이클 조정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에코프로비엠 이사회는 재무 건전성과 기술 경쟁력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 캐즘 시기 현금흐름과 재무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관리하며 투자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이사회는 설비 증설과 신규 프로젝트 추진 시점, 자본적 지출(CAPEX) 집행 속도를 수요 가시성과 연동해 조정하고 있다.

원가·기술 경쟁력 강화에는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업황이 둔화할수록 가격 경쟁이 심화하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고(高)에너지 밀도 제품과 차세대 기술 대응 역량이 중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객·시장 다변화도 주요 전략이다. 이사회는 특정 고객·시장 의존도 낮추기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중요 의제로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이사회에서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잠재 거래선에 접촉해 고객사를 넓혀가자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다운턴(불황)부터 고객과 논의·협력해야 회복기에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428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사회는 경영진이 수익성 중심 경영을 펴도록 뒷받침했다. 이 교수는 "이사회가 외형 성장보다 제품 믹스, 원가 구조 개선에 초점을 두도록 주요 투자·영업 전략을 검토했다"며 "가격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수익성 관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전제한 가정과 시나리오도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외이사 임기 동안 에코프로비엠 이사회가 성장과 리스크 요인을 균형 있게 보도록 도울 계획이다. 경영진이 단기 수요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나갈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건설적인 질문을 던지고,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투자 규모, 자금 조달 방식, 현금흐름 안정성, 주주 가치 희석 가능성 등 시장이 민감하게 보는 요소도 챙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