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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팩터 점검

대원산업, 집중투표제 명시적 거부…거버넌스 변화 요구 외면

①현금 4800억 불구 시총은 2837억…확고한 대주주 지배력 속 승계 이슈

이돈섭 기자

2026-03-26 14:50:05

편집자주

주주총회 시즌을 지나면서 각 상장사들의 거버넌스 이슈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시장 변화를 따라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곳도 눈에 띈다. 특히 만성적 저평가 기업으로 인식된 곳들은 주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한다. theBoard는 저평가 상장사를 찾아 밸류 디스카운트 요인을 분석하고 향후 거버넌스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만성적 저평가 기업으로 시장 주목을 받아 온 코스닥 상장사 대원산업이 행동주의 펀드 공격을 받으면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원산업은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한하는 문구를 명시한바 있다. 이는 사실상 외부 주주 공격에 대비해 방어 진지를 구축한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만성적 저평가 문제에 대해 주요 주주들의 지적이 나오곤 있지만 상법 개정 등 거버넌스 개편 추세와 반대되는 행보를 걸어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주주 요구를 외면하지 말 것을 제안하고 있다.

◇ 행동주의 펀드 접근하자 집중투표제 명시적 거부

대원산업은 지난 20일 정기주총에서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관에는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대원산업의 자산총액은 6484억원이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자산 2조원 미만인 대원산업이 집중투표제를 배제한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집중투표제 등 정부의 거버넌스 선진화 방향과는 사뭇 다른 결이다.

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상법을 개정하면서 대규모 상장사에 한해 사실상 도입을 권고하면서 일반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장 제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대원산업이 집중투표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정관에 명시한 행위 자체는 현 시장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결정"이라면서 "회사가 굳이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의사를 명시한 데는 일반주주의 이사회 접근을 원천 봉쇄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논란이 제기된다. VIP자산운용은 지분 4% 남짓을 보유한 상태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대원산업 측 거절로 양측 간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VIP운용 접근 이후 이사회가 정기주총에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하자 이는 주주행동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VIP운용은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고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키도 지만 주총 결과를 뒤집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대원산업 주주총회소집공고 상 정관의 변경 안건 구체적 내용 발췌

현재 대원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6.5%를 가진 허재건 회장이다. 허재건 회장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하면 63.0%로 불어난다. 주총 특별결의 안건도 사실상 허 회장 측 찬성만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지배력이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으로 주총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과 발행 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지난 주총에서 해당 정관 변경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 중 87% 찬성을 받았다.

VIP운용은 이 밖에도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소각, 현금 축소 등을 통해 자본 효율성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원산업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단기매출채권 포함)은 4897억원이었는데 같은 시기 시총은 2837억원(지난해 말 종가 1만4160원)에 불과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에 불과했고 EV/EBITDA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원산업 관계자는 "시장에 밝힐 입장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지금의 스탠스 유지 불가…승계 플랜B 마련 불가피

대원산업 최대주주의 확고한 지배력은 회사 저평가 상태를 극복하는 데 장애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원산업이 오랜기간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지 못한 것은 결국 오너십 승계를 고려한 결과라는 게 시장 관계자 분석이다. 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데다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가 내부거래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모습은 승계를 고려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승계 작업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주인공은 오너 3세 허선호 대원산업 부사장이다. 창업주 허수열 명예회장 손자이면서 허재건 대표 회장 장남인 허선호 부사장은 대원산업 지분 3.6%를 갖고 있다. 허재건 회장(16.5%)을 비롯해 허수열 명예회장(3.5%) 등은 여전히 상당 지분을 갖고 있다. 상장사 주식 증여세는 증여 시점 전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주가가 낮으면 낮을수록 세 부담이 작아진다.

허재건 회장 측은 그간 계열사를 동원해 이면에서 승계 작업을 추진해 왔다. 승계 작업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곳은 옥천산업이 대표적이다. 허선호 부사장은 2020년 대원산업 측이 보유하고 있던 옥천산업 주식을 매입했다. 옥천산업은 2024년 한해 매출 1238억원 중 83%를 대원산업 간 거래에서 일으켰고 스스로 대원산업 주식 8.2%도 보유하고 있다. 허선호 부사장이 간접 보유한 지분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보니 주주 요구에 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지금의 자세를 계속 고수하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 저평가 기업은 주가와 상관 없이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산정해야 한다. 허재건 회장 측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대원산업의 향후 반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대형 로펌의 한 거버넌스 전문 변호사는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해 현 주주들의 실질적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주식 가치를 높이는 것이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승계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시장이 움직이는 추이를 잘 지켜보고 기업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