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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팩터 점검

월덱스 이사 보수한도 부결 오명…"저평가 불만 결과"

②정관에 임원 임금규정 준용 꼼수 지적…황금낙하산 규정도 주주 충돌 이력

이돈섭 기자

2026-03-27 13:31:59

편집자주

주주총회 시즌을 지나면서 각 상장사들의 거버넌스 이슈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시장 변화를 따라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곳도 눈에 띈다. 특히 만성적 저평가 기업으로 인식된 곳들은 주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한다. theBoard는 저평가 상장사를 찾아 밸류 디스카운트 요인을 분석하고 향후 거버넌스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주주 권한이 강화된 환경에서 저평가 기업을 향한 주주 불만이 실제 주총 의결 결과로 표출되는 사례가 등장했다. 코스닥 상장사 월덱스는 이사 보수규정 승인 안건이 주총 문턱을 넘는데 실패하면서 변화 흐름의 첫 사례로 기록됐다. 최대주주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이사 보수 규모를 크게 올린 것이 반발을 샀는데 그 기저에는 저평가 상태 해소 노력이 미진했다는 불만이 쌓여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6일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월덱스 이사회가 올린 이사 보수규정 승인 안건이 최종 부결됐다. 해당 승인 안건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중 30.8% 찬성을 받는 데 그쳤다. 반대 및 기권 비율은 69.2%였다. 올 정기주총 시즌 이사 보수한도 관련 안건이 주주들의 적극적 반대에 의해 주총 결의를 받지 못한 첫 사례다. 이날 주총이 열린 일신바이오를 비롯해 일부 코스닥사들도 이사 보수 한도가 부결된 바 있다. 이번 주총 해당 안건 부결로 월덱스는 올해 이사진에 보수를 지급할 근거를 상실하게 됐다.

지난해 대법원은 이사인 주주가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해상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법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월덱스 지분 34.8%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 배종식 대표도 이사 보수규정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배종식 대표가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매년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통과를 주도하다시피 했다.

월덱스는 이번 안건 부결로 올해 1~2월 급여를 포함해 앞으로 이사진에 보수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 설명이다. 이사회가 제기능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임시주총을 개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월덱스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사진에 급여 지금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향후 임시주총을 개최해 다시 안건을 상정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사회가 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사 보수한도 근거를 마련하려면 매년 정기주총에서 이사회가 결정한 보수한도를 승인 받는 방법과 정관에 보수한도를 기재하는 방법이 있다. 정관에 보수한도를 기재하려면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결의를 한 번 거치면 향후 별도의 주총 승인 절차 없이 정관 내용을 준용하면 된다. 월덱스는 매년 주총 승인을 받는 것보다 정관에 관련 규정을 삽입해 한 번의 특별결의를 받는 방법을 선택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상법에 따르면 정관에 보수한도를 기재하지 않는 이상 매년 주총에서 결의를 받아야 한다. 정관에 구체적 보수한도를 기재하는 것은 회사 실적 변화와 무관하게 이사 보수한도 상한선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여러가지로 부담스러운 행보"라고 설명하면서 "월덱스의 경우 최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면 매년 주총에서 안건을 통과시키기 부담스럽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에는 소극적이면서 오너 보상 구조는 강화하려는 시도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저평가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 견제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월덱스 이사 보수규정 승인 안건과 같이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안건은 향후 주총에서 반복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월덱스는 주총 개최 전 주주 측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월덱스는 지난달 24일 오전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기주총 안건을 최초 심의했다. 당초에는 임원 임금 규정에 임원 보수 총액을 100억원으로 기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기존 이사 보수한도 70억원에서 42.9% 올린 것이다. 작년 한해 연결기준 월덱스 순이익은 410억원이었다. 순이익의 4분의 1을 이사 보수로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들은 이번 주총에서 배종식 대표의 아들 배기화 부사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포함돼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사 보수한도 증액이 오너 일가 배를 불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곤 했다. 이 밖에도 최초 주총 안건에는 이른바 황금 낙하산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적대적 M&A 등 경영권 변동으로 인해 임원이 사임하는 경우 평균 연 보수의 20배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월덱스의 배종식 대표는 작년 한해 15억3250만원(급여 13억8150만원+기타 1억5100만원)을 받았다. 최근 3년 평균 연 보수는 13억2650만원이다. 당장 지금 하는 경우 최대 26억5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다. 월덱스는 2024사업연도 보통주 한주당 60원씩 총 9억9100만원을 배당했다. 배종식 대표가 지금 당장 위로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총 배당금의 3배에 가까운 돈을 수령받을 수 있다.

주주 반발이 이어지자 월덱스는 이달 초 다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임원 보수 총액을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낮추는 한편 황금 낙하산 조항을 삭제 조치했다. 하지만 이 조차 주주 의견을 받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월덱스가 그간 저평가 요소를 해소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자사주 소각 시도가 한 번도 없었고 배당만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은 1%에 불과했다.

27일 오전 11시 현재 주가는 2만9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4879억원으로 지난해 말 별도 자산총액 3933억원의 1.2배 수준에 불과하다. 이사회 멤버는 그간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하고 있다. 사내이사에는 배종식 대표와 배 대표의 차남 배영수 대표가 올라있는데 이번 주총에서 장남 배기화 부사장이 새롭게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최대주주 일가가 이사회를 주도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