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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JYP 이사 사임, 개정 상법 여파 고려 흔적

이사직 유지시 의결권 제한·이해상충 문제 불거질 가능성

이돈섭 기자

2026-03-16 15:24:09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 박진영 COO(사진, 최고창의책임자, 대표 프로듀서)가 이사직을 사임하는 데 따른 해석은 다양하다. 회사 측은 K팝 대외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에 따라 거버넌스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COO 측은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을 공식적으로 수락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내이사직을 계속 맡겠다는 입장이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박 COO가 미등기임원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1997년 JYP엔터를 설립한 박 COO는 2011년 이사회에 직접 등판한 이후 최근까지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왔다. 회사는 지난해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회로 선임된 박 COO가 공직에 집중하기 위해 COO 직책은 남겨놓고 이사회에서는 내려온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박 COO가 보유한 회사 지분은 약 15.37% 수준이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로 적잖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박 COO가 미등기이사로 회사에 남아있는 셈인데 이는 자칫 거버넌스 차원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영 책임은 뒤로 하고 권한만 누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회사 측은 박 COO가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프로듀싱과 아티스트 육성 등 창작 활동에만 관여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회사에 적을 두고 있는 한 그의 영향력을 배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theBoard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이사회 평가에서도 최대주주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등기이사 대비 높은 보수를 받는 경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박 COO의 경우 2024년 한해 32억원(급여 약 7억원+상여 25억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받았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정욱 대표이사 보수 19억원의 1.6배 수준이었다. 미등기임원 상태에서 비슷한 규모 보수를 받는 경우 문제의 소지가 될 여지가 있다.
사진출처=JYP엔터 지속성장경영보고서
특히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타이밍이다. 지난해 대법원이 주주인 이사가 주총에 참여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상장사에서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둘러싼 의결권 구조가 올 정기주총 시즌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이사 신분을 유지할 경우 해당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일반 주주로 남아 있을 경우 제한이 사라진다.

박 COO 역시 이사회에서 이사직을 유지하는 경우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자기 지분 15.37%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간 박 COO는 정기주총에 직접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가 이사직을 유지하는 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고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다른 주주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JYP엔터 주요 주주 명단에는 국민연금(5.83%)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사실 그간 박 COO의 이사회 참여는 형식적이었다. 수년 간 그의 이사회 참여는 전무했다. 수년 간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았던 만큼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잡음을 제거하고 실리를 챙기는 차원에서 이사직을 내려놨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의 통과 여부가 이사회 운영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는 만큼 이 부담 자체를 제거하는 게 중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처분 방향에도 눈길이 쏠린다. JYP엔터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전체 발행주식 물량의 2.1%가량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상법은 기존 취득한 자사주는 개정 상법 시행 이후 1년 이내 소각할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임직원 보상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가진 경우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할 것을 허락하고 있다. JYP엔터는 2018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자사주를 소각한 이력이 없다.

박 COO가 이사직을 유지한 임시주총 등을 개최해 자사주 처분 계획 승인 안건을 결의할 경우 박 COO에게도 이사회 결정에 대한 책임 소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박 COO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둔 상태에서 임직원 보상 정책이 논의될 경우 그 역시 보상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가 보상 체계 설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구조 자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다른 주주가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법적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정기주총 이후 JYP엔터가 어떤 거버넌스를 구축하는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엔터업계 관계자는 "엔터 업계의 경우 특정 제작자의 역량이 회사 전체 실적을 좌우할 수 있어 단순히 이사회 참여 여부만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