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을 지나면서 각 상장사들의 거버넌스 이슈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시장 변화를 따라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곳도 눈에 띈다. 특히 만성적 저평가 기업으로 인식된 곳들은 주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한다. theBoard는 저평가 상장사를 찾아 밸류 디스카운트 요인을 분석하고 향후 거버넌스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코스닥 상장사 소마젠 주가는 상장 직후 급격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린 뒤 수년 간 반등 기회를 찾고 있지 못하다. 소마젠은 유전체 분석 서비스로 매년 매출 규모를 키우면서 순손실 규모도 줄여나가고 있지만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평가의 한 원인으로 거버넌스 이슈도 제기된다. 감사위원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가 오너와 직간접적 인맥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데다 상당한 주식을 갖고 있어 독립성 희석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마젠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올해로 3년째 재직 중인 정한성 사외이사는 교보생명 창업주 일가와 혼인 관계로 연결돼 있는 인물이다. 정 사외이사는 교보생명 창립자 고 신용호 명예회장의 동생 고 신용희 명예회장의 사위다. 고 신용호 명예회장 장남인 신창재 회장과 사촌매제 사이다. 회계사 출신의 정 사외이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회계법인을 거쳐 현재 삼덕회계법인에 몸을 담고 있다.
소마젠의 서정선 회장과 신창재 회장이 오랜기간 인연을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정 사외이사는 서 회장 측과 직간접적 인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서 회장(52년생)과 신 회장(53년생) 모두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를 거쳐 같은 대학 단과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입학과 졸업 시기는 1~2년 차이가 나지만 재적 시기가 대부분 겹친다. 서 회장(1983~2017)과 신 회장(1987~1995) 모두 서울대 의대 교수로 활동했다.
두 회장이 기업 경영을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다. 신 회장은 1996년 교수직을 내려놓고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경영 현장에 먼저 뛰어들었고 서 회장은 교수직을 유지한 채 1997년 마크로젠을 설립했다. 서 회장은 마크로젠에 이어 2004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소마젠을 창업했다. 서 회장은 현재 소마젠의 모회사 마크로젠 개인 최대주주이면서 직접 소마젠 주식도 보유한 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소마젠 측은 정 사외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대주주 및 다른 이사로부터 독자적으로 견제 감시 감독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마크로젠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회사(소마젠) 이사회 사정을 파악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마젠은 사업보고서 등 금감원 정기보고서 공시 등에서 정 사외이사가 이사회 추천을 받아 후보로 선임됐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다만 소마젠 이사회는 산하에 별도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있지 않다. 서 회장이 마크로젠을 통해 소마젠에도 오너십 기반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서 회장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스닥 시장 관계자는 "이사회가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아무리 잘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오너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라고 말했다.
정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을 겸직하면서 일정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 사외이사는 2023년 이사회 합류 전부터 소마젠 주식을 보유해왔으며 그 이듬해 추가 매입을 통해 지난해 말 현재 9만5899주(0.5%)를 갖고 있다. 지난 8일 종가(주당 3335원) 기준 약 3억2000만원 규모로 이는 서 회장(6만2561주, 0.3%)을 포함한 소마젠 전체 이사회 구성원 중 가장 큰 규모다.
미국 소재 소마젠 회사 전경
감사위원을 겸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감사위는 경영진과 독립된 위치에서 회계와 내부통제를 점검하는 기구다. 감사위원이 주식을 가진 것은 주주와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기업 가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상장사 감사위원은 "주식을 과도하게 가진 경우 기업 가치를 부풀리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마크로젠과 서 회장 간 주식 교환으로 소마젠은 마크로젠의 종속회사로 편입된 상태다. 소마젠은 기술특례로 상장했지만 실적은 아직 부진하다. 작년 한해 소마젠은 당기순손실 291만 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 누적 결손금은 6225만 달러로 불어나 있다. 해당 실적은 고스란히 마크로젠 연결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마크로젠 지난해 연결 순이익은 마이너스 2억원을 기록,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마크로젠에선 서 회장의 자녀 서수현씨가 지난해 마크로젠 주식을 집중 매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서씨는 6만7500주(0.7%)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4분기 13만주를 매수해 19만7500주(1.8%)로 불려냈다. 지난해 4분기 평균 주가 3550원 기준 4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 셈이다. 마크로젠 사외이사진은 서 회장과 연구 인연을 쌓은 인사(이명희 유영숙 사외이사)와 과거 회사 경영진(박현석 사외이사)으로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