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을 지나면서 각 상장사들의 거버넌스 이슈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시장 변화를 따라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곳도 눈에 띈다. 특히 만성적 저평가 기업으로 인식된 곳들은 주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한다. theBoard는 저평가 상장사를 찾아 밸류 디스카운트 요인을 분석하고 향후 거버넌스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일본 정책당국의 밸류업 정책 드라이브가 국내 저평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케미콘이 자본 효율성 개선을 내세우며 수익성 목표를 상향한 가운데, 일본케미콘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영전자공업의 저평가 문제가 행동주의 펀드 타깃으로 부상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일본케미콘을 압박해 삼영전자 주주환원 정책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수년간 부지부동 상태였던 삼영전자가 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일본케미콘 밸류업 정책, 삼영전자에도 반영해야
일본 금융당국은 증권거래소 측과 함께 기업 가치제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쿄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돼 있는 일본케미콘도 밸류업 정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일본케미콘이 최근 발간한 '신중기 경영계획·재무전략에 관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영업이익률을 2025년 2.9%에서 2028년 8.0%로 끌어올리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7%에서 13.0%,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4.3%에서 7.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본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투자 자산 가치를 제고해야 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일본케미콘은 1972년 현 코스피 상장사 삼영전자에 최초 출자해 현재 지분 33.4%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해당 지분 가치는 30일 종가(1만5750원) 기준 1052억원 규모다.
문제는 삼영전자가 극단적 저평가 상태라는 점이다. 2024년 말 기준 삼영전자 ROE는 2.1%, PBR은 0.3배 수준이었다. 지난해 3분기 말 EV/EBITDA는 -7.1배였다.
차파트너스운용 측은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삼영전자가 매년 수백억원 규모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고 사내 상당 규모 현금성 자산을 쌓아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이력이 전무하며 배당성향도 10%대에 그치고 있다. 일본케미콘이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다면 삼영전자 측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영전자 입장에서도 최대주주인 일본케미콘이 주가부양을 요구할 경우 이를 무시하긴 어렵다.
현재 차파트너스의 지분은 어림잡아 4% 정도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일본케미콘이 소유분산 기업이기 때문에 뚜렷한 오너십이 없어 기존의 관행을 바꾸기는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주주행동 캠페인을 통해 이 관행을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삼영전자 정기주총에서 일본케미콘 측이 차파트너스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제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기존 관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삼영전자가 2023년 일본케미콘 의결권 없는 주식 7.5%를 취득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일본케미콘은 담합 이슈로 외국 정부에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은 상태였는데 삼영전자가 사실상 백기사 역할을 자청했다는 주장이다. 차파트너스운용 측은 이번 주총에서 손우창 감사 선임에 성공했는데 삼영전자가 일본케미콘 주식을 취득한 것이 일종의 배임성 거래라고 보고 이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 "이사보다 감사 효과적…그간의 저평가 요인 따져볼 것"
삼영전자는 오랜시간 만성적 저평가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기업 저평가 요인은 다양한데 대표적으로는 오너십 승계 문제가 거론된다. 삼영전자 최대주주는 일본케미콘이지만 실질적 오너십은 변동준 대표이사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변 회장은 삼영전자 창업주 고 변호성 회장의 3남으로 현재 지분 14.7%를 갖고 있다. 창업주 회장이 설립한 재단들과 기타 계열사도 삼영전자 지분을 갖고 있어 실질적 지배력은 더 크다.
지금까지 지분을 증여하기 위해선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유리했다. 실제 증여가 이뤄진 시점 전후 주가 평균치를 기준으로 세금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삼영전자는 매년 쉬지 않고 배당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고 자사주 매입 소각 이력이 전무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매년 수백억원 규모 현금흐름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활용한 경영활동이 전무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최근 10년 삼영전자 주가 추이.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주주행동 공개 캠페인으로 최근 주가가 급격하게 뛰었다. [그래프=구글]
그간 증여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건 아니다. 삼영전자는 2012년 자회사 당시 비상장사 삼영S&C의 지분을 변 회장 측 일가에 매도했고 삼영S&C는 202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변 회장은 삼영S&C 지분 16.8%을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고 변 회장의 두 자녀 영식 영아씨는 각각 10.6%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영S&C는 삼영전자에서 콘덴서를 매입해 온습기 센서 모듈을 제작해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자사주 활용 정책도 눈여겨 볼만 하다. 삼영전자는 지난해 말 전체 발행주식의 *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 삼영전자는 최근 주총에서 정관에 자사주 소각 예외 사항을 삽입, 임직원 보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변 회장이 현재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만큼 변 회장이 주식 인센티브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회삿돈으로 매입한 주식을 지배력 강화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삼영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 등 6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어 사외이사가 경영 현안에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이를 관철시키긴 어려워 보인다. 차파트너스 측이 이번 주총에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 선임을 밀어붙인 현실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삼영전자 관계자는 "단기적 주가 부양에 집중하기보다는 안정적 사업 운영과 장기적 성장 전략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