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이슈 & 보드

한화솔루션, 증자결의 후 이사진 주식 매입 설왕설래

사외이사 4명 각각 2000주씩 7000만원 투입…책임경영 vs 이해관계자 편입 지적

이돈섭 기자

2026-04-10 10:40:02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한화솔루션 이사회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직후 사외이사 전원이 일제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사회가 유상증자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 책임경영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한편 감시자 역할을 맡은 사외이사가 이해관계자 중 하나로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주주 설득을 위해 사외이사가 나섰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주총 종료 이틀 후인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식으로 보통주 7200만주를 신규 발행한다는 내용의 유상증자 안건을 결의했다. 참석 이사 7명이 모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신주 발행가액 주당 3만3300원으로 시장에서 2조3976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조달 자금의 62%(1조4899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쓰고 나머지(38%, 9077억원)는 설비 투자에 투입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성장 투자보다는 재무구조 개선 성격이 짙 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가 엇갈렸다. 주주가치 희석 부담이 큰 대규모 증자라는 점에서 일반주주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특히 대규모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부채 상환에 활용한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주연대 플랫폼을 통해 금감원 측에 탄원서를 제출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사회 구성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유상증자 결의 약 일주일 뒤 한화솔루션 임직원 72명이 일제히 회사 주식 매입에 참여했고 이중에는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한 등기·미등기 이사 대부분이 동참했다. 김동관 대표는 이달 초 세 차례에 걸쳐 총 29억8412만원을 들여 총 8만1400주를 매입했고 남정운 대표도 두 차례에 걸쳐 총 6억여원을 투입해 도합 1만6330주를 신규 취득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사외이사 전원이 동시에 주식을 매수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새로 선임된 송광호 배성호 사외이사를 포함해 기존 이아영 장재수 사외이사까지 총 4명의 사외이사는 지난 1일 각각 2000주씩 매입했다. 각자 주식을 매입한 탓에 평균 매입가는 3만4950원(장재수, 총 6990만원)부터 3만6200원(배성호, 총 7240만원)까지 다양했다. 사외이사 전원이 동시에 주식을 매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유상증자 결의 후 시장에서 제기될 수 있는 당위성에 대한 논란을 예상한 이사진과 임직원이 유상증자가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결과"라면서 "이사회 논의 결과 이사진이 자발적으로 자비를 투입했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외이사들의 주식 매입은 자발적인 것으로 추가 매입이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외이사진의 주식 매수가 긍정적 신호로만 해석되진 않는다. 사외이사의 역할 중 하나는 경영진을 감독 견제하는 일인데 주식 매입으로 이해관계자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 계열사 사외이사는 "사외이사가 임직원과 함께 주식을 매입하는 것 자체가 독립성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매입 규모를 2000주로 제한한 것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지난해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가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을 때 한화에어로 임직원들이 주식 매수에 나선 것과 달리 사외이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는 "사외이사가 임직원과 함께 주식을 매입하는 것도 독립성 차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2000주면 문제가 없다고 이사회가 판단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결정한 뒤 시장에서 논란이 일 것을 의식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사회 멤버를 포함한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나선 모습을 연출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외이사 전원이 자비를 투입해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 이사의 주주 전체에 대한 책임이 커진 데 따른 것을 감안, 회사 전체 주주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최근 다른 기업에서도 속속 관측되곤 한다. 한화솔루션과 같이 유상증자를 추진하진 않았지만 삼성SDI 사외이사 4명은 전원 같은 시기 동시에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신한지주 전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책임 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매수하고 IR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외이사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의사결정 참여 시 전체 주주 이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