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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보드

사외이사 연쇄 이동 재현…인력 풀 확대 한 목소리

KT 조승아 사외이사 중도 하차 사태 반복 우려

이돈섭 기자

2026-04-02 09:20:25

편집자주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 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본다.
2026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사외이사들의 자리 옮기기가 활발하게 관측됐다. 연임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사회를 옮기는 이사부터 기업 임원 등으로 스카웃되면서 주총 종료 며칠 뒤 이사직을 내려놓는 이사들도 있었다. 한 기업 사외이사가 사임하자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양한 기업의 이사들이 연쇄적으로 적을 옮기는 현상도 발견됐다. 시장에서는 후보 풀이 작은 것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 특정 인물에 러브콜 집중, 이사 불명예 퇴진도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조승아 현대제철 사외이사(사진)는 그간 여러 기업에서 활동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애큐온캐피탈 사외이사로 일한 그는 2020년 삼성SDS 이사회에 합류했다. 첫 임기 3년을 소화한 조 사외이사는 2023년 재선임에 성공해 3년 임기를 추가 부여받았다. 그리고 그해 6월 KT 임시주총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다. 2023년 말 그는 KT와 삼성SDS 등 두 기업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SDS 측에서 KT와 경쟁사 관계인 점을 들어 조 사외이사 측에 두 기업 이사 겸직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KT 측이 2023년 사외이사 자리를 제안했을 때 조 사외이사는 관련 법적 검토를 요구했으나 문제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 사외이사는 KT와 삼성SDS 이사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조 사외이사는 2024년 삼성SDS를 떠나는 것으로 상황을 매듭지으려 했다.

조 사외이사가 사외이사 겸직 제한이 해소되자 이번에는 현대제철이 사외이사 오퍼를 제시했다. 조 사외이사는 이를 수락해 2024년 현대제철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그렇게 현대제철KT 두 기업 사외이사직을 2년여 간 겸직했다. 겸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건 지난해 말이다. 현대차그룹이 KT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 문제였다. 현대제철은 현대차 계열사다. 특정 회사 최대주주(법인) 이사는 그 회사 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


애시당초 KT 측 법률 검토 결과를 믿고 사외이사직을 수락했는데 별안간 불명예 퇴진을 앞두게 되자 조 사외이사는 KT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려고도 했다고도 전해진다. 하지만 주변 인사들 만류로 소송까진 이어지진 않았고 KT 이사회를 떠나는 것으로 일단락짓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KT 측 법률 검토가 허술했다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시장에선 사외이사 풀 자체가 크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풀을 교수나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한정짓다보니 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불특정 다수의 기업들이 특정 인사에게 사외이사 오퍼를 제공하고 그 후보가 무분별하게 기업을 선정하다보면 KT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말란 법은 없다"고 말했다.

◇ "이사회 활동 부담 없는 곳으로 이동하려는 경향"

최근 주총 시즌 특정 사외이사를 향한 기업들의 러브콜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 한 회사의 사외이사가 임기를 채우기 전 다른 기업 자리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생겼고 그 자리를 타사 사외이사로 채우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짧은 시간 다양한 기업 이사들이 연쇄적으로 자리를 옮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사외이사 입장에선 더 나은 환경을 찾는 셈이지만 이사회를 운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이사회에서는 현직 사외이사가 임원급 인사로 기용되면서 이사회에 공석을 만드는 경우들이 눈에 띄었다. 한화오션의 안완기 전 사외이사는 한화그룹 임원으로 기용되기로 하면서 불가피하게 해당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았는데 그 자리에 나우IB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김영삼 사외이사가 채용됐고 나우IB는 기존 이사 이탈에 따라 새 후보를 찾아 나선 결과 윤춘성 전 LX인터내셔널 대표가 이사회에 등판하게 됐다.

롯데렌탈 상황도 비슷했다. 4년여 간 사외이사로 활동해 온 유승원 사외이사가 지난 1월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돌연 사임하자 롯데렌탈은 새 후보 물색에 나섰다. 레이더망에 잡힌 건 전규안 에이블씨앤씨 사외이사였다. 전 사외이사는 지난달 25일 임기 만료를 일주일여 남겨놓고 이사직을 사임했다. 롯데렌탈은 그 다음날 주총을 열고 전 후보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영원무역롯데렌탈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다.

임기 만료를 2년여 앞두고 롯데렌탈을 떠난 유 전 사외이사 이름이 발견된 곳은 진에어 주총에서였다. 유 전 사외이사는 진에어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그의 행보를 두고 시장에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사회 활동을 더 무난하게 전개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한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활동 부담이 없으면서 비슷한 조건을 찾으려는 경향이 세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박영석 HK이노엔 사외이사는 지난달 말 임기를 시작한 뒤 불과 며칠만에 일신상 사유를 들어 자진 사임했고 NH투자증권 송규정 전 사외이사는 KT 법무실장으로 기용되면서 정기주총 종료 며칠 뒤 이사회를 떠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조승아 사외이사 사태에 이어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법무실장을 새로 선임했다는 게 KT 측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이사회 이해도가 높은 후보를 찾은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