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젠 주가가 상장 이후 장기간 저평가 구간에 머무르는 가운데 오너 2세의 지분 매집이 향후 승계 프리미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탄탄한 사업구조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에도 불구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초반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승계 작업이 향후 본격화될 경우 주가 재평가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과 실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구심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마크로젠 승계가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이다. 마크로젠 서정선 회장의 자녀 서수현 씨(
사진)가 자기 돈 8억원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돈 3억원을 얹어 11억원치 주식을 매입하면서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전문의)로 재직 중인 서수현 씨는 본인이 미성년자였던 때부터 주식을 갖고 있었는데 마크로젠 2000년 코스닥 상장 이후 스스로 주식을 매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수현 씨가 주식을 매입한 시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서수현 씨가 지분을 매입한 지난해 3월은 주가가 2021년 최고점 대비 60% 정도 빠진 때로 저점을 재확인하는 구간이었다. 주식 매입 며칠 후 열린 정기주총에서 서정선 회장은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그해 마크로젠은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2억원을 기록, 2년 연속 적자 기록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올 초에는 6년 전 매입한 사옥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현재 마크로젠 지배구조 정점에는 서정선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창업주인 서 회장은 지난해 말 지분 17.5%를 갖고 마크로젠을 비롯해 산하 일본과 네덜란드, 싱가포르 법인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마크로젠을 통해 미국 법인 소마젠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마크로젠 지배력이 산하 법인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다만 마크로젠 2000년 상장 이후 현재까지 서 회장이 자녀에게 자기 주식을 이력은 전무했다.
이 같은 구조는 향후 승계 작업의 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배구조가 단순한 대신 조직 개편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서수현 씨가 보유한 주식은 총 19만7500주(1.8%)로 지분 자체는 크지 않지만 창업주의 자녀가 자기 돈을 직접 투입해 특정 시기 주식을 대거 매집했다는 행위 그 자체를 두고 시장에서 후계 구도 작업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서수현 씨가 회사 지분만 크지 않았을 뿐 학계를 중심으로 사실상 후계자 수업을 밟아온 것이나 다름 없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1981년생으로 올해 45세에 접어든 서수현 씨는 2002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해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서수현 씨의 전문 분야는 유전체 의학으로 소개돼 있다. 서정선 회장도 유전학을 학문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
서정선 회장이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석·박사 코스를 거쳐 2017년까지 34년여 간 같은 학교 의대 교수로 활동한 점을 감안하면 부친 커리어 코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정선 회장은 그 이후 서수현 씨가 근무하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지난해까지 석좌교수로 활동했다. 서정선 회장의 부친과 형과 동생 모두 전현직 의사 및 의대 교수인 점을 감안하면 가업을 잇는 모습도 연출된다.
시장에서는 마크로젠 이사회가 서정선 회장의 산학계 인맥으로 연결된 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 서수현 씨가 지금 서정선 회장 자리를 메운다고 하더라도 무리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학계 출신 바이오 기업 오너들이 곤란해 하는 것 중 하나가 기업 경영권을 승계할 때 자녀들이 전문 지식이 없다는 점인데 마크로젠의 경우 적어도 이 문제에선 벗어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회 구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외이사는 3명. 박현석 사외이사의 경우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마크로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유영숙 사외이사와 같은 정부 청와대 근무 이력을 가진 유명희 사외이사는 서정선 회장과 학계 인연이 이사회 등판 계기가 됐다. 서수현 씨가 경영 일선에 등판하더라도 이사회 내 이질감은 작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변수는 서정선 회장이 주식 증여를 시작할 때 발생하는 세 부담이다. 서정선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마크로젠 주식 약 190만 주에 14일 종가 1만6380원을 최근 평균 주가로 가정해 적용할 경우 주식 가치는 31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은 20% 할증되는데 이 경우 과세가액이 373억원 수준까지 불어난다. 현행법 상 증여세의 경우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누진공제액과 자진신고세액공제 등 공제 요소가 있지만 그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서정선 회장이 지금의 주식을 현 시가로 증여할 경우 증여세 규모만 18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산정된다. 주식 이외 다양한 개인 재산을 활용하는 방법도 포함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주식담보대출과 연부연납제도 등을 주축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주식을 매도해 세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일정 수준의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매도량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지분 5% 미만 일반주주와 소액주주 설득 작업 역시 승계 과정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배당 정책 변화와 자사주 매입 소각 등 구체적 주주환원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설득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마크로젠 측 관계자는 "오너십 승계 관련 진행 상황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