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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집단 규제 리뷰

일진글로벌, 내부거래 구조 첫 공개…해외 포함 35% 비중

[신규 지정]베어링아트·일진베어링서 원재료 조달도 572억

안정문 기자

2026-05-18 11:05:50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102곳으로 지난해보다 10곳 늘었다. K-뷰티와 K-푸드, 방산, 증권·플랫폼 산업 성장세가 반영된 결과다. 굵직한 M&A도 판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기획에서는 2026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바탕으로 그룹별 재무 체력 변화, M&A와 신사업 전략, 그리고 지배구조 개편 흐름을 짚어본다.
일진글로벌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리면서 그룹 내부거래 구조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25년 별도기준 전체 매출(1조2225억원)의 35%인 4236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주력 수출 제품의 판매 채널 역할을 해외 종속법인이 맡고 있는 구조다.

◇내부거래, 독일·미국 법인이 양대 축

일진글로벌의 특수관계자 매출 4236억원 가운데 해외 종속기업 비중은 77%에 달한다. 일진 GmbH(ILJIN GmbH, 독일)가 1403억원으로 가장 많고 일진 USA(ILJIN USA Corporation)이 1163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여기에 일진 슬로바키아(Iljin Slovakia) 211억원, 일진 글로벌 인디아(ILJIN Global India) 268억원, 천진일진기차계통유한공사 189억원, 일진 오토모티브(Iljin Automotive) 36억원을 합산하면 해외 종속기업 관련 매출은 3270억원이다. 국내 특수관계자 매출은 965억원이다. 일진베어링이 80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베어링아트가 158억원이다.

이 구조는 일진글로벌의 사업 방식과 직결된다. 일진글로벌은 자동차 허브베어링 등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데 완성차 고객과의 직접 계약보다 현지 판매법인을 거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진 GmbH가 유럽 시장, 일진 USA가 북미 시장의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년(4347억원) 대비 내부거래 매출은 111억원 줄었다. 일진 GmbH 관련 매출이 1557억원에서 1403억원으로 10% 감소했고 인도법인은 478억원에서 268억원으로 4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천진일진기차계통유한공사 관련 매출도 329억원에서 189억원으로 43% 줄었다. 중국 내 자동차부품 시장 침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말 기준 특수관계자 매출채권 잔액은 1777억원이다. 독일법인 885억원, 미국법인 553억원 등 두 곳이 전체의 81%를 차지한다.

매입 방향도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 원재료 매입에서 베어링아트가 572억원으로 가장 크다. 허브베어링의 핵심 부품인 볼·롤러류를 베어링아트에서 사들이는 구조로, 전년(567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천진일진기차계통유한공사로부터 원재료 매입은 129억원으로 전년(14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중국 법인을 조달 채널로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일진베어링으로부터의 거래도 눈에 띈다. 원재료(56억원)·상품(88억원)·기타(186억원) 합계 330억원을 일진베어링에서 조달했다. 기타매입 186억원에는 일진베어링이 제공하는 서비스·임가공 대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비 집행에서도 계열사 활용이 확인된다. ILJIN GmbH에 57억원, ILJIN USA에 6억원 등 해외 종속기업에 연구개발비 63억원을 지급했다. 수출비로는 ILJIN GmbH에 95억원, ILJIN USA에 65억원 등 160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해외 판매법인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 성격의 비용이다.

◇베어링아트, 일진글로벌 대주주이자 공급자

베어링아트는 허브베어링 핵심 부품을 일진글로벌에 납품하는 원재료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일진글로벌의 대주주다. 베어링아트의 2025년 매출은 5659억원, 영업이익은 810억원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지분법평가이익이 872억원으로 영업이익을 웃돌았다.

일진글로벌 지분 40%에서 발생한 투자수익이 자체 제조업 이익보다 커진 구조다. 당기순이익은 1264억원으로 전년(482억원) 대비 162% 급증했는데, 이 역시 지분법이익 확대(397억원→872억원)에 기인한다.

베어링아트의 특수관계자 매출은 2344억원으로 전체 매출(5659억원)의 41.4%에 달한다. 일진 USA 관련 795억원, 일진베어링 관련 722억원, 일진글로벌 관련 576억원 순이다. 일진글로벌의 해외 판매법인에도 직접 납품하는 구조다.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으로 일진글로벌그룹은 내부거래 관련 공시 의무를 새로 부담하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특수관계인과의 상품·용역 거래가 50억원 또는 자본금의 5%를 초과하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시해야 한다.

일진글로벌의 경우 베어링아트 관련 매출(158억원), 베어링아트로부터 원재료 매입(572억원), 일진베어링관련 매출(807억원) 등 다수 거래가 이 기준을 충족한다. 해외 종속회사 거래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연간 기업집단 현황 공시도 의무화된다. 계열사 현황, 주요 주주 현황, 임원 현황, 내부거래 현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비상장사 주요사항 공시 의무도 적용된다. 지금까지 감사보고서 외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그룹 현황이 정기적으로 노출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