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제기한 유상증자 무효의 소에서 법원이
영풍 손을 들어준 가운데,
현대차그룹 HMG글로벌이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참여한 배경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과 넓은 의미에서 사업 협력관계를 구축한 점을 들어 HMG글로벌도 해외 합작법인에 해당된다는 입장이었는데, 당시 HMG글로벌 역시 같은 판단이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3년 10월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 미국 신사업 추진 법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보통주 104만5430주를 신규 발행했다. HMG글로벌은
현대차(49.5%)와
기아(30.5%),
현대모비스(20.0%) 출자로 2022년 출범한 유한책임회사다. HMG글로벌이 납입한 금액은 주당 50만4333원씩 총 5272억원. HMG글로벌은 해당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고려아연 지분 5.05%를 취득, 단일 주주로는 3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게 됐다.
해당 유상증자 건으로 지분이 희석된
영풍은 2년 전 고려아연이 HMG글로벌
대상으로 추진한 유상증자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최근 해당 유상증자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외국 합작법인 상대로도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 측은 고려아연이 HMG글로벌에 직접 출자하지 않아 외국 합작법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HMG글로벌에 직접 출자하진 않았지만 사업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합작법인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장형진
영풍 고민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장 고문은 해당 안건을 다루는 이사회에 불참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정관에 반드시 합작법인에 직접 출자를 해야 합작법인으로 볼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항소한다는 계획이지만 상급심에서 이번 판결이 인용되어 확정될 경우 최악의 경우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발행한 신주를 회수 조치하는 한편 HMG글로벌에서 받은 증자 납입금 5272억원도 전량 반납해야 할 수 있다. HMG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5.05% 지분이 사라지면
영풍 측 지분은 25.4% 수준에서 26.5% 정도,
고려아연 측 지분은 8.1% 정도에서 8.7% 수준으로 커지게 된다. 이 밖에 다른 모든 주주들 지분 역시 소폭 상승한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건이 무효화하더라도 지분 변동이 작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 관련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나 위법한 증자로 불이익을 받은 기존 주주들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면서 "최 회장이 결과를 예견하면서도 무리하게 유상증자를 강행한 것은 최 회장 자신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HMG글로벌의 투자 결정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다양한 법적 해석이 제기될 수 있는
고려아연 유상증자 참여 건에 투자를 집행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고려아연에 대한 적극적 협력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면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업 및 기술제휴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감안한 투자 결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HMG글로벌의
고려아연 투자 결정에 참여한 인물로는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사진)와 박기태 전
현대모비스 전무가 있다. 주 대표와 박 전 전무는 HMG글로벌 출범 이후 이사 직을 겸직하며 2년 전
고려아연 유상증자 참여 관련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 전 부사장과 박 전 전무는 서강대 경제학과 동문이면서 주로 재무 분야에서 커리어를 꾸준히 쌓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 2019년
기아에서 CFO(전무) 직책을 맡았다. 올초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로 취임했다. 박 전 전무는 1968년생으로 역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정공에 입사해 IR 팀장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 CFO, 세무팀장, 회계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현대차 이승조 부사장과
기아의 김승준 전무 등 두 CFO가 HMG글로벌 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