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마크로젠 오너 2세 서수현씨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다시 연장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담보 유지비율을 감안하면 주가가 1만4800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추가 증거금 부담이 발생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승계 작업이 진행되는 국면에서 오너 일가 이해관계상 현 주가 수준을 방어해야 할 유인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실제 해당 주가 수준은 PBR 1배를 지탱하는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수현씨는 지난해 3월 말 보유하고 있던 주식 19만7500주 중 11만5142주를 담보로 1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을 일으켰다. 대출금리는 연 5.5% 수준, 연간 이자만 5500만원이다. 계약 만기는 지난달 말 도래했지만 서수현씨는 만기를 한 달여 연장했다. 계약 만기는 이달 22일 도래한다. 나머지 주식 중 대부분(6만7500주)에 대해서도 별도 대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해당 주담대 담보 유지비율은 170% 수준이다. 계약상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추가 담보 제공이나 현금 상환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알려진 서수현씨의 대출 조건을 단순 적용할 경우 마크로젠 주가가 1만4764원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마크로젠 주가는 1만6990원, 지난 20일 종가(1만6990원) 대비 약 13% 하단이다.
서수현 씨가 주담대로 끌어온 10억원을 정확히 어디에 투입했는지 확인하긴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지분 확대나 세금 재원 등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추가 지분 매수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주식 증여세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수현씨는 미성년자 때부터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000년 코스닥 상장 이후 부친 서정선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시장에서는 서수현씨의 주담대를 개인 차입 문제로만 보고 있진 않다. 서정선 회장은 현재 지분 17.5%로 마크로젠과 그 산하 법인들에 지배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가 단순한 만큼 조직 개편을 활용한 우회 증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오너가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기 위해서는 시장 신뢰를 구축하고 동시에 세 재원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리가 강화된 지금 시장에서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증여하는데 주가가 지나치게 약할 경우 자칫 주주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주가 안정은 승계 전략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는데 문제는 주가를 어느 수준에서 안정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증여세의 경우 증여 시점 주가 평균치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주가가 너무 높아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마크로젠 별도 기준 순자산은 약 1390억원, 마크로젠 주가 1만4800원으로 산정한 시가는 약 1620억원으로 장부가치(PBR 1배)에 근접한 평가 구간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서수현씨 주담대 대출 마지노선이 사실상 주가 하방선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서정선 회장은 지난해 20년만에 대표로 복귀했는데 서수현씨 주식 매수 며칠 뒤 시점이라는 점도 시장이 의미있게 해석하고 있다.
현재 마크로젠은 승계 초입 국면에 돌입한 상태다. 서수현 씨가 자기돈을 투입해 회사 주식을 매입한 건 지난해 3월이 처음이었다. 서수현씨는 지난해 5월 마크로젠 주식 6만7500주를 담보로 3억원을 대출하고 여기에 자기 돈 8억원을 얹어 주식 11만5142주를 장내 매입했다. 서수현씨는 최근 지난 사업연도에 따른 배당으로 약 1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연간 이자비용을 훌쩍 넘는다.
1981년생으로 올해 45세인 서수현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전문의)로 재직 중이다. 부친 서정선 회장 역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이 학교 의대 교수로 34년 간 재직했다. 서수현 씨가 부친의 커리어 경로를 그대로 밟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크로젠 측 관계자는 "(서수현씨 승계 관련 건은)주주의 개인적인 자산운용 차원 결정으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