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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의결권 강화…사외이사 판단 깐깐해졌다

DS자산운용 최근 한국항공우주 정기주총서 이사보수 한도에 이사 독립성 연계 판단

이돈섭 기자

2026-04-17 15:51:32

최근 상장사 정기주총 시즌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기준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련의 상법 개정과 금융당국의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압박, 외국계 자금 유입 등이 맞물리면서 단순히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 의견을 따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하우스 뷰에 기반한 의결권 행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투자자와 시장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부담감이 이사회에서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에스자산운용은 지난달 26일 한국항공우주 정기주총에서 홍순영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신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출입은행은 한국항공우주 지분 26.4%을 가진 최대주주다. 홍 전 부행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이사회가 최대주주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 전 부행장은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수출입은행에서 동아시아부장과 인사부장, 경영혁신실장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했다. 한국항공우주 측은 홍 전 부행장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그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구성원으로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면서 '회사 업무에 대한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독립성을 기반으로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디에스운용 의견은 달랐다.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 출신으로 독립성을 결여한 것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보은인사 차원에서 후보로 선임됐을 개연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디에스운용 관계자는 "신규 사외이사 후보의 경우 경영 경험과 산업 전문성이 전무하고 혹은 회전문 혹은 보은인사라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면서 "향후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강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에스운용이 과거 경영 경험이 전무한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을 줄곧 반대했던 건 아니다. 과거 전직 검사 출신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후보의 전문성을 인정해 찬성표를 행사했던 이력이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디에스운용의 의결권 행사 기준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연일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코드 실질적 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가 실제 의결권 기준 강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운용사 대상으로 현재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있는데 이 자체만으로 실질적 의결권 행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의 상법 개정 취지와 운용 철학 등을 폭넓게 반영해 시장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결권 행사 자체를 운용 전략 일환으로 보고 시장 전반적으로 기준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서도 의결권 행사 기준을 높인 점이 관측된다. 한국항공우주는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이사진을 6명에서 8명으로 확대하면서 보수한도도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전년대비 50%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안건을 올렸다. 한국ESG연구소 등 외부 자문기관은 이사 개인 실지급액이 감소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디에스운용은 이사회 독립성을 꼬집어 보수 지급 행위 자체를 도마 위에 올렸다.

홍 전 부회장을 포함해 한국항공우주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외이사 여럿이 사실상 회전문 혹은 전관예우일 개연성을 꼬집은 것. 글로벌 우수인력 경영 참여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 따른 보수인상 상황과는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2022년 3월 디에스운용이 의결권 행사 이력을 공시한 이후 현재까지 피투자 기업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심의하면서 이사진 독립성을 연관시켜 지적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자본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짧은 시간 내 시장 지수가 한층 높아지면서 일부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의결권 자문사들은 국내 기업 의결권 분석 인력 충원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한다. 개별 기업의 경우 펀드가 보유하는 지분이 많지 않아 주총 안건 부결로 이어질 공산이 크진 않지만 공개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 그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관련 개정 상법이 오는 7월 본격 시행되면 내년 주총 시즌 전후로 기관투자자 영향력이 한층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대학교수와 변호사, 전직 관료 등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이 지금껏 사외이사 풀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단순 결격사유 유무를 넘어 경영 기여도와 독립성을 입증해야 하는 검증 작업이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