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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보드

한진칼, 신규사외이사 선임 코드 경영권안정 포석

채준 최종구 등 시장 친화적 인사 선임…향후 이사회 다이어트 전망

이돈섭 기자

2026-04-24 08:15:36

편집자주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 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본다.
한진칼이 이번 주총에서 새로 선임한 채준 최종구 두 사외이사에 재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호반그룹이 지분 18%대를 확보하며 잠재적 경영권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회사가 주주 대응과 자본시장 소통 능력을 갖춘 인사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임 사외이사 추천을 받아 후보로 선임됐다는 측면에서 기존 이사회 멤버들과 함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해낼 것이란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다.

◇ 기존 사외이사 추천, 현 경영권 안정에 기여할까

채준 사외이사의 경우 정통적 시장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같은 학교 경영학과 석사와 미국 스탠퍼드대 통계학 석사를 거쳐 미국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2006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부임해 올해로 20년째 재직 중이다. 2020년부터 6년 간 이사회에서 활동해 온 박영석 전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지명된 그는 재무 전문가로 분류되고 있다.

사외이사 이력도 풍부하다. 아비스타를 비롯해 키움투자자산운용, 대림C&S, 현대중공업, LG이노텍 등 다양한 기업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유안타증권 이사회에도 적을 두고 있다. 사외이사의 역할을 단순히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보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 균형자와 회사 전체 가치를 수호하는 책임자로 여겨 경영권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련의 상법 개정 움직임과 최근 시장의 소액주주 권리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주식 한 주에 대한 가치는 동일하기 때문에 소액주주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해 대주주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외이사는 기업 이해관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인정받게 해야 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김석동 전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선임된 최종구 사외이사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핵심 보직을 거치면서 국제금융과 금융정책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수출입은행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역임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념적 색채가 강하지 않은 것은 최 사외이사의 강점 중 하나로 거론되곤 한다.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에는 다양한 금융혁신 정책과 서민금융 정책 확대를 추진했다. 한진칼 측은 최 사외이사 선임 관련 '경제 금융 지식 바탕으로 재무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 '주주 관점에서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통찰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삼성전기 사외이사로도 재선임된 상태다.

◇ 안정적 이사회 운영 관건, 이사회 추가 축소 전망

현재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과 자본 효율화 등 이슈에 직면하고 있다. 호반그룹이 복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한진칼 주식을 장내 매입해 지난해 말 지분을 18.8%까지 끌어올렸다.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0.6%와 불과 1.8%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호반그룹 측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을 통해 한진칼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전반적인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진칼을 둘러싼 호반 측 행보를 단순 재무적 투자로만 보지 않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향후 주주총회 국면에서 사내·사외이사 선임과 배당 확대, 자사주 활용, 지배구조 개선 등 다양한 안건을 통해 영향력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과거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는 조원태 회장 측은 잠재적 경영권 경쟁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경영진은 지배력 방어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사업적 시너지 창출과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재편, 재무구조 개선 등이 한진칼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이사회의 전략적 판단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단순히 지분 경쟁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통합 항공사 체제의 성과를 시장에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사외이사 인선은 한진칼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주의 성향의 채준 교수와 금융정책·위기관리 경험이 풍부한 최종구 고문을 동시에 영입하면서 주주 대응과 자본시장 소통, 대규모 통합 과정에서의 재무·정책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 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이사회 규모가 향후 더 작아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내년부터 차임기가 끝나는 이사들 후임을 선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경영권 분쟁 전 6명 안팎 규모로 줄여나간다는 것. 한진칼은 올 주총에서 정관 상 이사 수를 3인 이상 11인 이내에서 3인 이상 9인 이내로 변경했다. 시장 관계자는 "과대한 이사회는 의사결정 체계 비효율성과 조정비용 상승, 책임소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