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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사외이사 열전

기업 해결사 황이석 이사, 회계 전문가 네트워크 거점

삼성증권 포함 23년여 간 다양한 사외이사 활동…제쟈 양성 통해 폭넓은 기업 네트워크 형성

이돈섭 기자

2026-04-27 15:49:37

편집자주

베테랑 사외이사 열전 위기 기업 단골 구원투수, '경제통' 박병원의 발자취 재경부 차관 출신, 우리지주 회장 이력…각종 협회장 연속 타이틀 기록 이돈섭 기자 2025-11-28 오전 8:04:10 프린트 [편집자주] 흔히 '베테랑(Veteran)'은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이른다. 기업 의사결정의 최상단에 위치한 이사회에도 다수의 기업을 경험한 베테랑 사외이사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회사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비교군이 생기고 노하우가 쌓이는 만큼 theBoard는 여러 이사회에서 각광 받아온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황이석 명예교수의 사외이사 경력을 따라가면 우리나라 기업 이사회 네트워크의 한 단면이 드러난다. 제조업과 소비재, 금융투자업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기업 이사회에 참여한 그의 이력을 따라가보면 기업들이 이사회에 어떤 인재를 선호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회계와 재무 전문성을 비롯해 학계 인지도, 안정적 의사결정 경험을 갖춘 인사에게 사외이사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흐름이 읽힌다.

공인회계사 출신의 황이석 사외이사(66)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뒤 미국 뉴욕대에서 박사 학위를 마쳤다. 미국 뉴욕대 부교수와 홍콩 중문대학 등을 거쳐 2003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부임해 지난해 23년여 간 근무를 마치고 정년 퇴임했다. 교수 재임 시절 회계 분야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국가기관과 공기업, 연구단체, 기업 이익단체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바 있다.

사외이사 이력은 2006년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하나UBS자산운용(현 하나자산운용), 풀무원, 한국델파이, LG실트론(현 SK실트론), LG생활건강, 크라운제과, CJ CGV, 금호석유화학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현재는 삼성증권과 동양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 이사회에서 감사위원을 겸직하며 회계 ·내부통제 분야에 특화한 사외이사 역할을 맡았다.

황 사외이사가 몸담았던 기업 상당수는 황 사외이사와 함께 급변의 시기를 거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사업회사 중심 경영 체제를 구축하던 때였고 풀무원 역시 지주회사 체제 정비에 나섰다. LG실트론은 상장 추진과 사업 개편 이슈를 안고 있었고 CJ CGV와 크라운제과 등도 사업 구조조정 방향과 향후 성장 전략을 모색하던 시점 황 사외이사를 영입해 이사회를 꾸렸다.
[이미지=서울대학교 홈페이지]
금호석화에서 황 사외이사는 직접 주식을 매입하며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금호석화 이사회 합류 이후 수개월 간 매월 자기 돈 500만원 정도를 들여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금호석화는 박철완 전 상무와 박찬구 회장 측의 경영권 갈등에 이어 박 회장 측의 OCI와의 자사주 맞교환 시도 등으로 경영권 분쟁이 사법 리스크로 확대하던 상황이었다.

현재 그가 재직 중인 동양에서도 변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동양은 최근 이사회를 확대 개편하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 리했다. 이 사회 의장을 맡은 이는 황 사외이사. 동양 측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를 이끄는 구조를 통해 경영 의사결정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황 사외이사는 지난해 5월 이후 매달 500만원 안팎 어치 주식을 매입,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황 교수 사례를 한국형 사외이사의 전형적 모습으로 여기곤 한다. 검증된 전문직 인사를 선호하는 기업 수요에 딱 맞는 인사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사업 전문성이나 글로벌 사업 경험보다는 회계 투명성과 리스크 관리, 안정적 이사회 운영 역량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이사회 경험이 풍부한 것은 그만큼 의사 결정이 안정적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황 사외이사의 제자들이 현재 여러 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재 한화시스템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이우종 사외이사를 비롯해 KB증권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남혜정 사외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SK네트웍스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문영 사외이사와 신한캐피탈 이사회에 적을 두고 있는 최선화 사외이사 등도 황 사외이사 지도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황 사외이사는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 당시 회사 측 회계처리를 옹호하는 의견을 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의 제자인 이우종 이문영 교수와 동료 교수인 동료 교수인 최종학 교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 등도 논의에 참여했다. 당시 시장에선 교수 집단을 공격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법원은 2024년 회사 측 회계처리를 고의 분식회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 제재를 취소했다.

이문영 SK네트웍스 사외이사의 경우 최근 최신원 전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나타내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최 명예회장이 무보수 경영 의지를 표명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 대학 교수는 "국내 상장사 회계 전문가 사외이사 네트워크는 생각보다 좁고 촘촘하다"면서 "탄탄한 전문가 네트워크가 소신 발언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