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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배훈 신한지주 독립이사 "이사회로 한일 가교 역할 수행"

재일교포 변호사로 일본 상장사 다이산 감사위원도 역임…"신한처럼 한일 양국 인재 연결할 것"

김태영 기자

2026-08-10 15:25:11

배훈 신한금융지주 독립이사는 재일교포로 일본 법무법인인 오르비스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2021년 3월부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신한지주 이사회 재일교포로는 배훈, 김조설, 전묘상 독립이사가 있다. 이들은 동포 주주들의 추천을 받아 선임되며 한국과 일본 사이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배훈 독립이사는 그 중에서도 기업 M&A 등을 주요 업무로 다루는 변호사다. 한국과 일본 기업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신속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신한지주 이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신한지주 뿐 아니라 일본 상장사 독립이사로 몸담았던 경험도 있다.

배 독립이사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의 교류에 대해 강조했다. 일본에서 차별을 받던 시절을 겪었던 인물이다. 신한지주가 재일교포들의 자금으로 성장해 한일 양국의 가교역할을 한 것처럼 본인도 한일 양국의 인재들을 잇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사회를 통해서도 한일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 학계에서 회계사, 다시 변호사로…일본 법조사상 5번째 재일교포 변호사

배훈 독립이사는 1953년생으로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에서 태어났다. 한국 국적 소유자다. 향후 조국으로 돌아가 경제발전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교토대학 경제학부에 입학해 학자의 길을 꿈꿨다. 그러나 취업난으로 미졸업 일본 대학원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되자 학자의 꿈을 접게 됐다.

일반회사에 취업하려 했으나 당시 외국국적이 취업가능한 일본기업은 거의 없었다. 주변에서 일본 귀화를 권유받았지만 그는 정중히 사양했다. 한국 국적을 지키면서도 취업할 방법을 알아보던 차, 글로벌 회계법인은 외국인도 취업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금세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뒤 PW(현 PWC) 오사카 사무소에서 회계감사실무에 종사했다.

조국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이 그를 계속 맴돌았다. 다시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변호사의 길을 권유받게 된다.

배 이사는 "그 당시 재일한국인도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전직을 결심했다"라며 "원래는 국적조항 때문에 외국인은 변호사가 될 수 없었지만 1977년 김경득 선배가 일본에서 외국인 최초로 변호사가 되면서 재일한국인 후배들이 그 뒤를 이었다"고 회고했다.

고 김경득 변호사는 재일교포로 1976년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한국 국적이 그를 가로막았다. 이를 타파하는 활동을 펼쳐 1977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자격을 인정해 변호사가 된다. 재일교포들에게 법조인의 길을 처음 열어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배 독립이사는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일본 법조사상 5번째 재일한국인 변호사의 탄생이었다. 사법수습을 거쳐 1988년 변호사등록을 마친 뒤 곧장 연세대 어학당에 입학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 등에 대해 익혔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변호사로서 재일교포들의 권익 보호 등에 힘썼다.
*배훈 독립이사(사진 본인 제공)

◇ 양국 이사회 문화적 차이 존재, 금융사 이사회는 다양성 존중해야

회계와 법률 모두에 전문성을 갖춘 만큼 배훈 독립이사는 일본 상장사인 다이산(DAISAN)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한때 몸담았다. 한국과 일본 양쪽 이사회를 모두 경험한 것이다. 배훈 독립이사는 제조업체인 다이산과 금융사인 신한지주의 단순 비교로 한일 이사회의 차이점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양국 이사회에 문화적 차이는 존재하는 것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배 이사는 "논쟁을 피하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문화가 기업을 포함해 일본 사회 전반에 작용하고 있다"라며 "반면 한국의 경우 토론에 적극적인 편이어서 한일 간의 이런 문화적 차이가 회의 등 격식있는 장소에서 역시 발현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금융사 이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금융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만큼 이사회 역시 다양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이사가 없는 문화에 대해선 꼬집기도 했다. 배 이사는 "가령 여성 이사가 없는 이사회는 세계 인구 절반의 시각을 결여한 꼴이 된다"라며 "해외사업이 늘어나면 외국인 전문가의 시점이 필요하고 금융사를 둘러싼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하므로 균형과 다양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일한국인 변호사인 스스로가 신한지주 이사회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선 이미 일어났지만 한국에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여러가지 사실들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제가 있다"라며 "그 중에는 금융지주사에게 유익한 정보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이사회나 위원회에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회계감사와 법률 전문가인 만큼 신한지주 감사위원회와 내부통제위원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 일본,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없어…“신한지주 성장 감개무량”

그는 한국과 일본 법 모두에 정통한 만큼 최근 한국 상법개정안에 대한 의견도 공유했다. 우선 일본에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는 없으며 회사에만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에 이미 주주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해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이론적으로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이 경우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이 이뤄지면 소수주주의 손해도 회복되는 것으로 사료되지만 향후 (한국) 법원의 판단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기업계에서 변화된 흐름도 읽힌다고 보았다. 그는 “1988년 시점에는 일본자본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현재는 한국기업이 일본시장에서 현지기업을 M&A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며 "(한일 교류를 위해) 저의 지식, 경험, 인적네트워크 등을 후배들이 적극 활용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오르비스는 한일 양국을 잇는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 로스쿨생 및 일본 사법수습생들에게 견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지주 독립이사로서 그의 임기는 2027년에 만료된다. 2021년부터 6년째로 한차례 연임 임기까지 마무리된다. 그는 재일교포의 땀과 노력으로 세워진 신한지주의 성장사를 보며 그는 감개무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포 1세대분들은 일본에서 더이상 차별받지 않겠다는 각오, 조국과 고향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라며 "(신한지주를 통해) 이를 실현한 그들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고 대다수 재일한국인들에게 있어 신한지주의 성장은 가장 찬란하고 자랑스러운 성공사례다”고 술회했다.

이어 “이희건 회장을 필두로 수 세대 동안 재일교포들이 관여했다는 점에서도 신한지주는 특별하다"라며 "지금의 신한지주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한일 양국의 가교로서 공헌하고 있다"고 추켜 세웠다. 끝으로 "신한지주의 놀라운 성장은 재일교포들의 노력의 결실이고 신한지주 역대 임직원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