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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리서치 인적분할, CVC 측 이사 역할 주목

지난해 9월 CVC 투자 유치 과정에서 오너 중심 이사회 강화…사외이사 독립성은 저하 지적

이돈섭 기자

2025-07-04 16:25:45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파마리서치 인적분할 추진 과정에서 이사회는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냈을까. 시장에서는 파마리서치 이사회 안에서 오너 일가의 의지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파마리서치가 지난해 9월 해외 사모펀드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내 오너 일가 영향력을 확대했고, 사외이사가 이견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견을 이사회에 반영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파마리서치는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사업부문을 인적분할시킨 뒤 존속기업을 지주사(파마리서치홀딩스)로 재출범시키는 안건을 결의했다. 파마리서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지난 3월 말 지분 30.48%)인 정상수 이사회 의장의 장녀인 정유진 사내이사를 제외한 8명의 이사가 참석해 만장일치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안건은 시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파마리서치는 이번 지배구조 체제 변경을 통해 사업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시키겠다는 생각이지만,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을 한 뒤 존속기업이 현물출자 방식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계열사 지배력을 높이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일반주주들의 이익은 결과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존속기업과 분할기업의 분할비율을 74:26으로 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나오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존속기업에 몰아주다시피 한 점과 분할기업의 성장성과 무형자산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분할기업이 지나치게 저평가 됐다는 해석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자산을 어떻게 분할하느냐에 따라 분할비율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파마리서치를 인적분할해 오너가 지주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할 경우 지주회사 PBR을 낮춰 관리하는 것이 향후 상속 및 증여세 절감을 위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면서 "통상 인적분할을 통해 기업을 쪼개는 경우 지주회사 주가는 내려가고 사업회사 주가는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1958년생으로 올해로 67세를 맞이한 정상수 이사회 의장은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인적분할이 가져올 논란의 소지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멤버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낸 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9월 CVC캐피탈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CVC캐피탈 인사 2명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는데, 해당 이사들 역시 이번 인적분할 내용에 찬성표를 던졌다. CVC캐피탈이 인수한 RCPS는 당장 올해 10월부터 전환이 가능하고 2027년부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CVC캐피탈 입장에서는 하방을 막은 상태에서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기업 분할로 CVC캐피탈이 잃을 것은 없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 설명이다. CVC캐피탈 측 인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끌어들여 이사회 내 기업 분할에 대한 우호 세력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었냐는 의견도 속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CVC캐피탈 투자금은 존속법인 자산으로 넘긴 것이 이 주장들의 대표적 근거다.

사외이사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해당 안건을 부결시키는 안도 생각해봄직 하지만, 파마리서치의 경우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33%에 불과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두지 않고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만큼, 사외이사 선임과 재선임 여부에 정상수 이사회 의장의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파마리서치 사외이사에는 정원용 에스비파트너스 고문을 비롯해 서동철 중앙대 약학대 교수, 이상용 수원시 지방세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회계사와 사업 분야 학계 인사, 변호사 등으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 마련 계기로 시장 기조가 달라진 만큼, 향후 감독당국이나 일반주주 반발이 있을 수 있어 향후 평판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