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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코스닥 톱티어

에스티팜, 오너 사법 리스크가 전화위복

⑧동아쏘시오그룹 편입 및 회장 횡령 이슈 후 거버넌스 개편…오너 미등기 임원 영향력은 옥의 티

이돈섭 기자

2025-12-26 09:39:39

편집자주

코스닥 상장사 거버넌스는 열악하다. theBoard가 올해 실시한 상장사 이사회 평가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든 기업은 1곳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거버넌스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온 기업도 있다. 오너의 의지, 주주 구성, 사업 성격 등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을 벌여온 기업들이다. theBoard는 코스닥 시장에서 찾은 거버넌스 우수 톱티어 기업을 발굴해 소개한다.
코스닥 상장사 에스티팜은 자발적인 거버넌스 개편으로 시장의 호평을 받아왔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재편과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 설치까지 이어진 변화는 단순한 형식 개선을 넘어 실질적인 이사회 운영 체계 고도화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최대주주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장기적인 거버넌스 개혁 기조와 오너 리스크 이후의 체질 개선 노력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사회 연속 개편 작업, 그룹 정책 착실히 적용

에스티팜은 적극적으로 이사회 운영을 개선해왔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사외이사를 충원해 현재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사외이사 위주의 이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올 3월에는 송창식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에스티팜이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을 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사회 산하에는 감사위원회를 포함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에스티팜 별도기준 자산총액은 7121억원. 자산총액 2조원 미만 상장사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25% 이상으로 유지하고 이사회 산하 별도 소위원회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티팜은 2023년 이후 꾸준히 거버넌스를 자발적으로 개편, 코스닥 상장사 중 눈에 띄는 이사회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 한해 이사회는 23회 개최해 비교적 활발하게 운영되는 모습이었다.

1983년 설립된 삼천리제약을 모체로 삼고 있는 에스티팜은 2010년 동아쏘시오그룹에 편입된 이래 지금까지 적자로 배당 여력이 없던 2020년과 2021년 두 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 왔다. 지난 9월에는 구체적 사업 계획과 매출 목표 발표를 골자로 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초 6만원이었던 에스티팜 주가는 현재 12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에스티팜 거버넌스 개편 작업은 그룹 정책 영향이 크다. 에스티팜 지분 29.5%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8년 전후로 꾸준히 거버넌스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2018년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으며 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하기도 했다.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와 사추위 등 다양한 소위원회도 설치했다.

기업 내부적으로 정도경영 문화 확산과 정착을 위해 정도경영팀을 설치하고 정도경영 선포식을 개최했으며 동아쏘시오그룹 각사 대표이사로 구성된 사회책임협의회를 발족키도 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산하에는 4개 상장사와 25개 비상장사가 포진해 있는데 에스티팜을 포함한 국내 상장 계열사는 최근 3년 간 이사회 운영을 체계화해 지주 회거버넌스 체계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오너 사법 리스크가 호재로…질적 개선은 과제

동아쏘시오홀딩스 거버넌스 재편 작업을 촉발한 건 오너 3세 경영인 강정석 회장(사진)의 사법 리스크였다. 강 회장은 2017년 회사 자금을 10여년 간 횡령해 불법 리베이트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듬해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0년 형기를 마쳤지만 취업 제한 규정에 걸려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던 그는 윤석열 정부 시절 2023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돼 지난해 현장에 돌아왔다.

시장에서는 2017년 강 회장 사법 이슈가 불거지자 기업이 체질 개선 차원에서 자발적 거버넌스 재편 작업에 착수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실 그간 국내 산업계에서 오너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거버넌스 개선에 착수한 사례는 적잖이 관찰돼 왔다. 코스피 상장사 일양약품은 올해 분식회계 이슈로 주권 거래정지 사태에 거의 직면하자 기업 체질 개선 차원에서 이사진 개편하고 이사회를 확대 개편했다.

시장 관계자는 "이사회가 어떤 주주 이익을 대변하느냐에 따라 이사회 운영과 기업 거버넌스 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사회가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경영진 혹은 주요 주주 리스크가 기업 전체로 확산하지 않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2023년 복귀 이후 미등기 이사로 이사회와 선을 그으면서 지주사와 산하 계열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거버넌스 개선 작업을 촉발한 배경이야 어찌됐던 다행스러운 건 에스티팜이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올해 에스티팜 ESG 등급을 A로 책정, 3년 연속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ESG 등급 내 거버넌스 항목은 소폭 낮은 점수(B+)를 취득했는데 강 회장이 에스티팜 주식을 직접 보유(7.6%)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등기 임원으로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일례로 에스티팜 사추위의 경우 성무제 대표와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성 대표의 인사권이 강 회장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오너 일가의 입김이 이사회 구성에 스며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에스티팜 이사회는 회계사와 변호사, 전문가(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랜기간 현직 교수를 유일한 사외이사로 기용해 온 에스티팜은 이사회 재편 과정에서 전문직 인사를 이사회에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