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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이사회 상한선 명시…텐센트 진입 봉쇄 해석

정관 변경해 이사회 최대 7명 명시…에코프로·카카오페이도 이사수 제한

이돈섭 기자

2026-03-05 08:25:12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크래프톤이 정관에 이사회 규모 상한선을 명시했다. 현재 7명인 이사회 규모를 정관상 최대치로 설정하면서 향후 이사회 확대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이 2대주주인 중국 텐센트를 포함, 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크래프톤 개인 최대주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2대주주 텐센트 간 지분 차이는 0.17% 수준에 불과하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달 24일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정기주총에는 재무제표 승인 안건과 이사 보수 한도 안건, 정관 일부 변경 안건 등이 주주 표결에 부쳐진다. 정관 일부 변경 안건에는 의결권 기준일 변경 안건과 전자 주주총회 및 집중투표제 운영규정 안건,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관련 규정 정비 안건 등이 올라온다. 이중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는 건 이사회 및 감사위 관련 규정 정비 안건이다.

해당 안건의 골자는 이사회 규모에 상한선을 설정한 것이다. 기존 크래프톤 정관은 이사회 멤버를 3명 이상 두면 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지만 이번 주총에서 3명 이상 7명 이하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크래프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5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전체 규모를 앞으로도 지금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정관 상에 명시한 것과 다름 없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정관 변경 시점에 주목, 주주 추천 이사 선임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주주들이 이사 후보를 추천하더라도 기존 이사 중 임기가 만료되는 자리가 없으면 주주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정관에서 배제할 수 없게 된 점도 변수다. 소수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크래프톤에는 중국 텐센트 측이 계열사 투자회사를 통해 지분 14.88%를 보유해 장병규 이사회 의장(15.05%)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 지분율 차이가 0.17% 수준에 불과하다. 장병규 의장의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을 모두 합치면 지분율은 23% 수준까지 올라가지만 상법 상 이사 선임에 필요한 전체 발행주식의 4분의 1 정족수는 완전히 채우고 있진 못하고 있다.

크래프톤 입장에선 텐센트 측이 이사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실제 텐센트 측은 국내 기업에 투자를 집행하면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3년 에스엠 주식을 첫 취득하고 지분을 9.66%까지 확대한 텐센트 측은 올 정기주총에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텐센트 측이 크래프톤 측에도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경우 이사회 규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크래프톤의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 규모를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관에서 이사회 적정 규모를 적시한 것일뿐"이라면서 "사내이사를 창업주와 대표이사 등 2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사회 정원 5명은 너무 적고 9명은 너무 많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적용되는 이사회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이사회 정원 7명이 적당하다고 (이사회에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내외 시장에서는 이사회 규모가 비대해지면 이사회 운영 차원에서 비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란 시각이 존재해왔다. 이사회 규모가 일정 수준까지 커지면 이사회 감시 기능 강화와 전문성 확대 효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커지면 의사결정 지연과 책임 분산, 조정 비용 증가, 이사 보수 확대 등의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성과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장영호 대신경제연구소 팀장은 "경영권 분쟁과 M&A, 외부 투자자 참여 등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해관계 조율을 위해 이사회 규모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위기가 지나간 이후 이사회 규모는 다시 정예 체제로 전환되곤 했다"면서 "국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이사회 정예화를 단행한 기업은 향후 주가 상승과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 주총 시즌에서 크래프톤 이외에도 에코프로카카오페이 등도 이사회 규모 상한을 설정했다. 에코프로도 이사회 정원을 최대 7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에코프로 이사회는 국내 최초로 직원이사제를 도입,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7명의 이사를 기용하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인 이동채 회장은 지분 18.84%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25.54% 수준까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