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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보드

타임폴리오운용, 첫 사외이사에 박정림 전KB증권 사장 선임

2006년 이후 사내이사로만 이사회 구성 자산 총액 2조 미만이지만 이사회 구성 공고화

이돈섭 기자

2026-06-16 15:44:10

편집자주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 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본다.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사외이사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현직에서 물러난 그 다음 해인 2024년 3월 코스피 상장사 에이블씨앤씨 이사회 활동을 시작으로 SK증권 등을 거쳐 최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첫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지난 4월 대법원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박 전 대표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타임폴리오운용은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박 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타임폴리오운용이 사외이사를 선임한 건 2006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타임폴리오의 최대주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현재 지분 40.8%를 가진 황성환 대표로 황 대표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포함하면 실질적 영향력은 지분 70% 수준에 육박한다. 박 전 대표 선임에 황 대표 측 의지가 반영됐다는 뜻이다.

현행법 상 자산 2조원 미만 금융회사는 사외이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타임폴리오운용 별도기준 자산총액은 3491억원수준이다. 타임폴리오운용은 그간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두지 않고 사내이사 위주로 주요 경영 사항을 판단해 왔다. 시장에서는 타임폴리오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사업 확대와 기관투자가 유치 확대 차원에서 내부통제와 거버넌스 체계를 보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여성 경영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체이스맨해튼은행과 삼성화재 등을 거쳐 KB국민은행에 입행했다. 국민은행에서 WM그룹 대표와 부행장을 역임했고 KB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쳐 2019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2023년까지 근무했다. KB증권 대표로 활동할 땐 KB금융지주 자본시장부문장을 겸직했다.

KB증권 대표 재직 시기 그는 WM(자산관리)과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KB증권 재직 당시 증권업계 내 마이데이터 사업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공을 세웠다. KB증권이 리테일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 박 전 대표 재임 시기 구축된 조직 체계는 현재까지도 KB증권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평가되곤 한다.

다만 2023년 라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경영 경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11월 박 전 대표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올 4월 대법원은 금융위 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마무리, 박 전 대표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라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금융당국 징계 이력은 박 전 대표 향후 행보에 부담 요인으로 거론됐지만 실제 이사회 진입 과정에서 제약 요건으로 작용하진 않았다. 직무정지 처분 효력이 법원 결정으로 정지된 데다 국내 증권업 첫 여성 CEO이자 KB증권을 이끈 자본시장 전문가라는 상징성과 경력이 이사회 영입 명분으로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박 전 대표의 대외 활동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전 대표는 과거 KB증권 대표로 재직하던 시기에도 한국거래소 사외이사직을 겸하고 있었고 에이블씨앤씨와 SK증권 등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금융회사와 일반기업을 아우르는 이사회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 박 전 대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상장사들이 이사회에 경영 경험을 갖춘 인사를 선호하는 추세와 맞물려 박 전 대표를 찾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치펌 관계자는 "매크로 환경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금융업계 C레벨 인사 출신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와 서울대 82학번 동기인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 역시 현재 SK가스와 컬리 등 복수의 기업 이사회에 적을 두고 사외이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