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규모가 작을수록 독립이사 교육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금융회사 제외)를 전수 분석한 결과 독립이사 수가 적은 기업에서 교육 미실시 사례가 집중 발견됐다.
삼익악기와 크라운해태 등은 수년째 독립이사 대상 교육 이력이 전무했다. 이사회 감시 기능을 강조하는 제도 변화와 맞물려 이사회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theBoard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올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기업(금융지주·증권사·보험사 등 금융회사 제외)의 작년 한해 이사회 활동을 점검한 결과 해당 보고서 상에서 이사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기재하고 실제 사업보고서 상 교육 실시 이력을 미기재한 상장사는 165개사로 집계됐다. 현행법 상 별도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매년 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 공시해야 한다.
눈에 띄는 점은 독립이사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힌 상장사 상당수가 이사회 내 독립이사 수가 적은 곳이었다는 점이다.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공시한 기업 가운데 26.4%(47개사)는 이사회 내 독립이사가 1명이었고 23.0%(31개사)는 독립이사를 2명 두고 있었다. 독립이사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힌 상장사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이사회를 비교적 작은 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는 의미다.
상장사가 독립이사 교육을 실시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 활동 공개 차원에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독립이사 대상 교육 실시 여부와 교육 제공 현황을 공개토록 하고 있다. 기업의 사업 구조와 산업 환경, 내부통제 체계 등을 공유하는 교육은 독립이사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지원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지난해 독립이사 대상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상장사 중에서는 지금까지 교육 이력이 전혀 없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익악기다. 삼익악기는 지금까지 공시한 사업보고서 상 독립이사 교육 이력이 전무하다. 삼익악기는 개인 최대주주 김종섭 회장을 비롯해 회사 주요 경영진 3명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꾸준히 올려왔고 여기에 독립이사를 1명 추가해 현행법 상 최소 규모의 이사회를 꾸준히 유지 운영해 왔다.
삼익악기 측은 지난해 사업보고서 상에서 '이사회에서 경영현황 및 각 안건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면서 '사외이사(독립이사) 교육에 필요한 내용 및 과정 등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했으며 추후 사외이사의 일정 등을 고려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익악기는 2019년과 2020년 코로나 시국 당시 매년 이듬해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삼익악기 2025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상 사외이사(독립이사) 교육 미실시 내역 설명 부분 발췌 [이미지=삼익악기 사업보고서]
크라운해태홀딩스의 경우 지금까지 공시한 자료 상에서 독립이사 교육 이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크라운해태홀딩스 역시 지배주주 윤석빈 대표와 주요 경영진 2명, 독립이사 1명으로 최소 규모의 이사회를 꾸려오고 있다. 한 상장사 독립이사는 "이사회 내 독립이사 수가 적은 경우 발언권이 작기도 하고 회사 입장에서도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기가 마뜩지 않은, 현실적인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상장사 이사회 내 독립이사 대상 교육 이력이 없다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해의 경우 정권 교체에 상법 개정 등으로 이사회 운영 환경이 크게 바뀌었는데 회사 차원에서 이에 대한 교육마저 누락했다는 것은 이사회 운영에 하자를 보였다는 평가다. 거버넌스 관계자는 "이사회 교육 프로그램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라고 꼬집었다.
특히 대기업 집단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운영 지침을 내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이 많은데 작년 한해 독립이사 교육 이력이 없는 계열사가 있다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CJ그룹 계열사인 CJ씨푸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CJ씨푸드는 사내이사 3명과 독립이사 1명 등 4명의 이사로 구성하고 있었는데 1명의 독립이사 대상의 이사회 교육은 작년 한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비교적 이사회 규모가 큰 기업도 눈에 띄었다. 효성은 사내이사 3명과 독립이사 6명 등 9명의 이사로 구성하고 있는데 작년 한해 독립이사 대상 교육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2025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상에는 2024년 10월 말 실시한 독립이사 교육 현황을 기재하고 있을 뿐이다. 효성 산하의 상장 계열사는 모두 작년 한해 이사회 교육 이력을 갖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명망가 출신 위주로 이사회를 꾸리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인사들에게 교육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까다로울 수 있다"면서도 "독립이사 개인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이사회는 하나의 팀 조직이기 때문에 팀 차원에서 공유해야 할 지식을 교육을 통해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 개정 취지 등을 감안하더라도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