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광고 계열사 이노션이 이사회를 사실상 비대면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노션은 코로나 팬데믹 직후인 2023년 이사회 비대면 개최를 정례화했고 이에 따라 작년 한해 역시 이사회 대부분을 비대면 형식으로 개최했다. 현대차그룹 다른 계열사를 비롯해 상당수 상장사들이 대면·비대면 회의를 병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노션의 이사회 상시 비대면 운영 방식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광고대행 업체 이노션은 작년 한해 정기이사회를 총 7차례 개최했는데 이중 6차례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이노션은 지난달 초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도 '보통 이사회는 화상회의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노션은 코로나 팬데믹이 해소되기 시작한 2023년 비대면 이사회를 정례화하기 시작해 이사회 관련 대부분 논의를 비대면 채널 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이사회 자체는 낯선 제도가 아니다. 상당수 상장사들은 이사진의 해외 출장이나 외국인 이사 여건 등을 고려해 비대면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감사위원회와 외부감사인 간 소통을 비대면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삼성과 SK, LG 등 주요 대기업 집단 계열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상장사 이사회는 대면 개최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 비대면 회의를 병행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사회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사회는 단순히 안건을 의결하는 회의체가 아니라 이사들 간 토론과 경영진 견제를 통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운영 방식 역시 지배구조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이사회가 상시화할 경우 이사 간 비언어적 소통이 줄고 즉흥적인 토론이나 추가 질의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사외이사와 경영진 간 정보 격차가 비대면 환경에서 얼마나 해소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최근 기업들이 이사회 참여와 소통을 강화하려는 흐름과 비교하면 상시 비대면 운영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이사회 구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이사진 간 교류가 제한적이라면 제도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최근 이노션이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흐름과도 대비된다. 이노션은 자산총액 2조원 미만 상장사로 현행법 상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3분의 1 수준(33%)으로 유지하면 되지만 자발적으로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그 비중을 43% 수준까지 올렸다. 지난해 말에는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사외이사회도 신설했다.
하지만 이사회 운영은 비대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거버넌스 개선 작업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해외서도 팬데믹 이후 비대면 이사회가 확산했지만 이후 대면 회의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운영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사외이사협회(NACD) 조사에서는 대다수 이사들이 비대면 운영 자체는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대면회의와 같은 효과를 낸다고 평가한 비율은 절반이 안 됐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인 정성이 고문의 경영 스타일이 일정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고문은 지난 3월 말 현재 지분 17.7%을 가진 이노션 개인 최대주주이면서 2005년부터 줄곧 사내이사로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노션 관계자는 "광고 시장 특성 상 경영진의 해외 출장이 잦다"면서도 "비대면 이사회를 정례화하더라도 이사회 경영을 이끌어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노션 이사회는 정성이 고문을 비롯해 김정아 사장(이사회 의장), 신승호 전무 등 사내이사 3명, 최재형 기타비상무이사, 박종성 숙명여대 교수, 김승주 고려대 교수, 김동화 전 넷플릭스코리아 전무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최근 3년여 간 매년 많게는 10차례 적게는 7차례 정기·임시 이사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사회 산하에는 감사위를 비롯해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