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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이사회 평가

'속도 경영' 한미반도체, 이사회 감시는 최소화

[Weakness]구성 평점 1.4로 최저, 규제 기준만 통과…'오너 중심 리더십'에 무게

고진영 기자

2025-09-03 15:21:33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Board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미반도체는 곽동신 회장이 확고한 지배력으로 이끄는 기업이다. 이사회를 육각형 지표로 평가해보면 모든 부문에서 현행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만 거의 정확히 충족하고 있다. 이상적 거버넌스 구축보다는 오너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우선하는 형태다.

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장비는 기술 변화가 빠르고 과감한 결정이 적시에 이뤄져야 하는 시장이다. 오너의 전략적 판단을 외부 간섭 없이 실행에 옮겨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그만큼 이사회의 감시, 견제기능 측면에선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theBoard가 진행한 '2025 이사회 평가' 결과 한미반도체는 대부분의 지표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가는 △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채점했다. 이중 경영성과를 제외하면 모두 2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구성’ 점수가 총점 13점(45점 만점), 평점은 1.4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사회 규모 자체가 작은 데다 위원회도 운영하지 않아 9개 문항 중 7개에서 최하점이 매겨진 탓이다.


구체적으로 한미반도체 이사회는 3명으로 단촐하게 꾸려져 있다. 대표이사인 곽동신 회장, 영업/연구총괄인 김민현 사장이 사내이사로 있고 사외이사는 반도체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가근 윤선파트너스 의장 뿐이다. 자산 2조원 미만인 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를 이사 총수의 4분의 1이상 선임해야 한다는 상법상 의무에 어긋나지 않는 최소 규모다.

이사회 의장의 경우 김민현 사장이 담당해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했다. 하지만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김 사장은 1996년 입사, 한미반도체에서 곽 회장보다도 오래 몸담은 측근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두 사람의 의견이 갈릴 일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일한 사외이사인 이가근 의장을 봐도 실리를 추구하는 한미반도체의 경향이 드러난다. 이 의장은 한미반도체의 핵심 고객인 SK하이닉스 영업본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그 이후론 IBK투자증권, 하나내투증권, 모간스탠리, KB투자증권을 거치면서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견제기능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산업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 적합한 인물이다.

이밖에 다른 지표 평점을 보면 평가 개선 프로세스 1.7점, 견제기능 2.0점, 참여도 2.1점, 정보접근성은 2.2점 등이다. 4.6점을 획득한 경영성과 외에는 큰 편차 없이 저득점했다. 구성뿐 아니라 평가나 견제, 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시스템도 기초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반도체는 이사회나 사외이사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따로 지원조직을 두고 있지않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때에는 이사회 참석률이나 의안 심의 횟수, 적절한 자문 제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 반도체 전문가인 사외이사 1인으로 구성해 신속하고 효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별도의 전담 지원조직은 없지만 IR부, 경리부 등에서 업무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외이사가 1명뿐인 만큼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포함한 각종 위원회도 운영하지 않는다. 감사위가 없는 대신 내부감사기구로 상근감사 1명을 뒀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등을 거친 신영태 전 연세대 교수가 감사로 있다. 다만 감사 선임에 대해 별도의 독립성이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은 미비한 상태다.

이런 보수적인 이사회 운영은 회사 경영이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에 기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지고 이사회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너의 일관된 비전 추진을 위해 최적화된 구조다. 다만 장기적으론 거버넌스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성장에 따라 변화와 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한미반도체는 상법상 감사위 설치 의무대상이 아니고, 내부감사규정은 처음 제정될 때 합리적으로 작성됐지만 회사 성장과 함께 규모와 조직 체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해졌다”며 “독립적 감사 활동을 위한 부분들의 수정, 보완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