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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코스닥 톱티어

오너 리스크 탈피·독립성 강화…에코프로 개편 동력은

⑩이동채 회장 사법리스크 해소 과정에서 사외이사 위주 이사회 구축 노력

이돈섭 기자

2026-01-02 10:26:00

편집자주

코스닥 상장사 거버넌스는 열악하다. theBoard가 올해 실시한 상장사 이사회 평가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든 기업은 1곳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거버넌스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온 기업도 있다. 오너의 의지, 주주 구성, 사업 성격 등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을 벌여온 기업들이다. theBoard는 코스닥 시장에서 찾은 거버넌스 우수 톱티어 기업을 발굴해 소개한다.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가 오너 사법 리스크를 계기로 이사회 경영 체제 전환에 나섰다. 창업주 이동채 회장(사진)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소유·경영 일체화 구조를 유지했던 에코프로는 2022년을 기점으로 이사회 전방위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주요 상장 계열사도 모회사 영향을 받아 이사회 운영을 체계화를 확산하며 오너 리스크 탈피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라는 투트랙 변화 기조를 뚜렷하게 유지하고 있다.

◇ 이동채 회장 사법 리스크가 촉발한 거버넌스 개편

지난 9월 말 현재 개별기준 자산총액 1조5866원 규모인 에코프로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7명의 이사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자산총액 2조원 미만 상장사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최소 25% 이상 유지하면 그만이지만 에코프로는 자발적으로 이사회 비중을 57% 수준까지 끌어올렸.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 설치 의무에서 자유로운 에코프로는 이사회 산하에 다양한 소위원회를 자발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에코프로가 이사회 운영 체계화를 도모한 건 2022년 들어서다. 그 전까지는 사내이사 위주 이사회를 운영해왔다. 특히 에코프로 창업주이면서 개인 최대주주인 이동채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며 소유와 경영을 일체화시킨 점이 눈에 띄었다. 이사회 산하에는 내부거래위원회만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경영지원본부장이 참여하면서 완전한 독립성을 구축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했다.

이사회가 변화하기 시작한 건 이 회장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부터다. 이 회장은 과거 에코프로 주요 상장 계열사의 내부 정보를 미리 접한 뒤 차명 계좌로 주식을 매수하고 관련 정보가 공시된 이후 주가가 오르면 이를 매도하는 수법으로 11억원 규모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회장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을 부과했고 2심은 징역 2년에 벌금 약 22억원, 추징금 11억원을 선고했다.

2심 판결후 법정 구속된 이 회장은 항고를 이어갔지만 2023년 대법원은 2심 판단을 확정했다. 오너 사법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오른 기간 에코프로 주가는 급격한 급락을 경험했고 경영 불확실성이 오너 공백으로 증폭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은 에코프로 ESG 등급을 최하위 수준으로 강등했고 코스닥 거버넌스 150 지수에 편출되기도 했다. 거버넌스 개선 작업이 불가피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2024년 8월 윤석열 정부에서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석방됐다. 에코프로 이사회는 곧바로 이 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 회장은 경영 현장과 이사회 등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에코프로 실적은 전기차 캐즘 여파로 줄곧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에코프로 연결기준 매출은 2023년 7조원에서 2024년 3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매출은 2조원대였다.

◇ 직원이사·선임 사외이사 선진 이사회 제도 속속 도입

그룹 주요 계열사도 에코프로에 이어 거버넌스 재편 작업을 추진했다.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BM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현재 사내이사 3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 등 9명의 이사들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세 번째로 큰 이사회 규모다. 이사회 결의가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이사 과반수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가 이사회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에코프로BM은 자산총액이 2조원대에 육박하기 수년 전부터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이사회를 운영해왔다. 2022년 자산총액이 2조원대를 넘어서고 이 회장 사법 리스크가 시장 전면에서 다뤄지기 시작하자 사외이사를 추가 기용해 이사회 논의 주도 키를 사외이사진에 넘긴 한편 현행법이 요구하는 의무 설치 소위원회 이외 조직을 적극 신설해 이사회 운영의 체계화를 도모하기도 했다.

창업주 최대주주가 사법 리스크를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주요 계열사까지 이사회 운영이 체계화하기 시작한 것은 유의미한 거버넌스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에코프로 고문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이사회 운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은 것 역시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회사 자체적으로 거버넌스 개선을 추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에코프로뿐 아니라 상장 계열사 전체에 직원이사제와 선임 사외이사제를 도입한 것은 선제적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회사 직원을 이사로 선임, 현장 의견을 반영한 실질적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한편 선임 사외이사를 선임해 경영진과 사외이사진 간 소통을 확대한 것은 코스닥 시장에선 좀처럼 찾기 힘든 사례이기도 하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자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TheBoard가 상장사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이사회 평가에서 에코프로는 255점 만점에 120점을 획득, 298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코프로의 코스피 상장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는 158점을 받아 123위, 에코프로BM은 126점으로 269위에 이름을 올렸다. 배터리 캐즘 탓에 경영성과가 낮아 전체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구성세 계열사 모두 이사회 참여도 항목 점수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