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평가는 기업 ESG 경영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부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공익법인 운영은 불투명한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외부에서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공익법인들의 면면을 객관적으로 평가함으로써 기업을 포함한 기부자들에게 일종의 공익법인 나침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공익법인 평가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경제관료 출신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이다. 지금의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정경제부에서 커리어를 쌓아 온 그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이어 장관직까지 역임했다. 2017년부터 올해로 9년째 가이드스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공익법인 평가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공익법인 사각지대 해소, 기업 ESG 활동에 기여
가이드스타가 출범한 건 2008년이다.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아 2017년까지 가이드스타를 이끌었고 이후 최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 이사장 체제의 가이드스타는 우리나라 최초로 공익법인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결산서류 양식을 개선하고 의무공시 내용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 왔다. 5일 현재 지금까지 가이드스타가 평가해 온 공익법인 수는 2000여개에 달한다.
최 이사장은 "가이드스타 평가를 받아 실제 등급을 부여받았다는 건 목적성이나 투명성측면에서 객관적 검증을 거쳤다는 의미"라면서 "잠재적 기부자뿐 아니라 이미 기부하고 있는 이들 역시 보다 안심하고 공익법인에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수단으로 기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가이드스타 평가가 나침반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공익법인 운영은 오랜 기간 시장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 여가 활동을 위한 요트와 고급 스포츠카를 사는 데 대부분의 돈을 쓰는 공익법인이 있는가 하면 국내에서 모금한 기금 대부분을 해외에서 집행하는 공익법인도 있었다. 가이드스타는 국세청 공시자료와 공익법인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평가를 진행하는데 평가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공익법인 수는 여전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가이드스타 평가 결과는 기부자들에게 실질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기업이 공익재단에 기부를 결정하려고 할 때 가이드스타 평가 결과를 참고해 해당 공익재단 투명성을 파악할 수 있다. 최 이사장은 "기부자가 효율적으로 공익법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ESG 경영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평가대상 법인은 외부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했는데 이 조치가 평가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모범적 운영 모델을 소개키도 했다. 그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과도해 공익 목적 자체를 저해해선 안 되고 목적을 위해 사용하더라도 효율성을 추구하는지도 중요하다"면서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게 쉽진 않지만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습과 최소한 제도적 장치를 구비하는 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사회 이사록 등 의사결정 과정을 외부에 적절히 공시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기업 중장기적 체력 올리려면 규제 합리화 동반돼야"
오랜기간 정부 관료로 활동해 온 그는 기업 역량 극대화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최근 화두 중 하나는 환율 문제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500억원 수준에 육박하면서 기업 부담 증가도 커졌다. 우리나라와 미국 두 국가 성장률 격차가 커지고 달러 사자산에 대한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외환 수급 구조가 달러 쪽에 기울어진 결과다. 최 이사장은 기업과 개인 등 주요 경제주체들에 보수적인 환율 관리를 주문했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소위 순수출분을 환전을 하거나 달러로 둘 것이냐 결정한 뒤 운용을 해야 하는데 그 시기와 비율을 잘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과거에 환헤지 하지 않고 투자했다가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기업들도 너무 환오픈을 하지 말고 보수적으로 헤징을 하면서 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국면일수록 이면에 높은 위험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미국 투자에 대해선 리스크가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는 점을 지적키도 했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가 4000억 달러 수준인데 이를 장기채로 운용하면 연간 3%씩 120억 달러 정도가 늘어난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등의 기채 능력과 외국환평형기금 달러 표시 채권발행 능력을 감안하면 1년에 200달러를 투자하는 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데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 중장기적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규제 합리화가 동반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완전 개방형 선진 경제로 '한국형 규제'라는 이름의 제도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를 키울 수 있다”며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는 결국 해외 자본의 기업 투자 결정을 위축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 경제 주체 모두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한 그는 현재 삼성물산과 CJENM 등에서 사외이사직을 겸직하며 주요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물산은 2021년 최 이사장 사외이사 후보 선임 이유에 대해 '다년간 공직생활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깊이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