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정기주총 시즌이 끝나더라도 당분간 주총 시즌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사주 의무 처분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실제 국회 본회의 문턱을 통과할 경우 당장 올해 주총을 개최하고 자사주 처분 계획에 대해 주주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처분 계획과 다르게 자사주를 운영할 경우 그 책임은 사내외 이사들이 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법 통과 시 임시주총이 연이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 3월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최근 이달 내 상법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최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르면 이르면 이달 안 늦어도 내달 초까지는 해당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확인하고 있다.
오기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한 경우 원칙적으로 이를 1년 내에 소각게 한다는 데 있다. 해당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매년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문(제341조의4 제3항)도 포함돼 있다. 회사 실무자들의 관심은 이 상법 개정안이 주총 전 국회를 통과할 경우 당장 올해 주총을 따로 열어 자사주 처분 계획에 대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를 봐서는 올 3월 주총 시즌 전에 상법 개정안 통과가 분명해 보이는데 지금 시점에서 이사회를 열어 처분 계획에 대한 의견을 모아 안건으로 올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향후 별도 이사회를 개최한 뒤 임시주총을 열어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자사주 계획 승인 없이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하지 않거나 해당 계획에 맞지 않게 운용하는 경우 책임을 지는 이는 이사 개인이다.
자사주 처분 계획에는 임직원 보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 등이 담길 수 있다. 일각에서 회사들이 상법 개정안 통과 전후 자사주를 재원으로 삼은 인센티브 정책 도입을 활발하게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과거 자사주를 취득할 때 시장에 소개한 취득 목적과 향후 실제 자사주 처리 내용이 상이하더라도 현행법 체계에서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요소는 제한적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본인이 소속된) 이사회에서 비공식적으로 자사주 처분 계획에 대해 논의가 잠시 오간 적은 있지만 정식 안건으로 채택돼 토론이 진행된 바는 없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다음 액션 플랜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상법 개정안 통과와 함께 자사주 처분 계획과 관련한 자문 수요들이 급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세법 개정의 필요성도 피력하고 있다. 현행 세법 체계는 자사주 처분 시 그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신주발행과 같은 자본거래의 경우 과세
대상이 아닌데 자사주 거래를 자본거래로 봐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자사주를 주당 1만원에 취득했다가 2만원에 처분했을 때 차액 1만원을 과세
대상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현행 세법이 자사주를 자산으로 여기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는 상법 개정안 근간을 이루고 있는 생각과 배치된다.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는 취득과 동시에 자본의 차감 항목으로 계상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과 같이 다룰 수 없다는 현행 회계처리 방식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과 세법 간 괴리는 그간 기업들이 2011년 상법 개정 이후 자사주를 자유롭게 취득하면서 경영권 방어 등 명목을 내걸고 자사주를 되팔아 차액을 확보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행 우리나라 세법 체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업 입장에서 지금 세법 체계를 보면 자사주를 사고 보유하고 활용하고 싶은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면서 "현재 자사주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왜곡된 출발점이 바로 이 세법 체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상법 개정안과 함께 세법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시장 오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세법 개정에 대한 움직임은 관측되고 있지 않다. 상법이 개정되면 세법의 해석 역시 이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일부 전문가 해석이지만 개정 상법 취지에 맞게 현행법을 운영하기 위해선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시장에서는 자사주가 우리나라 기업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점을 감안, 보완 입법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반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